▣향기로운 글방/숲속의 글마당77 [비망록]출근길 오늘 아침 출근길이었다. 어제 마신 술이 과했는지 머리가 띵한 게 숙취가 가시지를 않았다. 출근 시간이 빠듯해 별 생각없이 지하철을 타러 바삐 걸어가는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어떤 중년의 남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지나간다. 그런데 그 쳐다보는 얼굴 모습이 아침부터 뭘 잘 못 먹은 건지, 아니.. 2005. 12. 20. [칼럼]늦가을 고독 즐기기/한승원 [아침숲길] 늦가을 고독 즐기기 /한승원 뒷산 기슭에 띄엄띄엄 서 있는 개 옻나무의 단풍이 곱다. 진홍색 적갈색 황갈색이 고루 섞여 있다. 그것들은 연한 황금색의 싸리나무숲과 회갈색의 억새숲을 배경으로 늘어서 있다. 그 단풍을 보면서 생각한다. 내 단풍은 어떤 색깔일까. 황금색일까. 주황색일.. 2005. 11. 14. [일기]오솔길/권경업 [사진은 치밭목 오름길에 있는 무제치기폭포] 가끔씩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왜 산에 가느냐고. 그러면 나는 서슴없이 대답합니다. 길 찾으러 간다고. 지리산 대원사가 있는 유평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길은 오솔길입니다. 언뜻 언뜻 속살 내비치는 자주끝동 반회장저고리 스란치마의 옷고름을 풀어.. 2005. 9. 28. [비망록]행복한 고민 [노랑제비꽃] [뫼제비꽃] [사진 김기훈 ] (하동 악양)칠성봉 - 구재봉능선의 숲에서… 묵은 솔가리와 낙엽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쌓여져 있었던지 산길은 마치 양탄자를 밟듯 폭신폭신하였고, 비록 미끈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자란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온몸으로 내품는 진초록의 향연.. 2005. 9. 22. [詩]억새밭에서 [사진 지리산 산길따라 솔바람님] 억새밭에서 사랑은 얼마나 큰 주머니던가 이 가을 쪽빛 하늘 아득한 너와의 거리 담을 수 없다 네 주머니에 넣어줄 것은 바람뿐이다 대궁이 비워비워 가실바람만 숲을 이룬 높은 산정 휘돌아 간다 그 산정 어디쯤에서 솜털로 토해놓은 고해를 듣는 일 그래그래 고개 .. 2005. 9. 14. [詩]맛있는 시/선비샘/강영환 [맛있는 시] 서늘한 물맛 -선비샘 [부산일보 2005-07-08 12:12] 숲 사이로 달아나는 하얀 벽소령 길 갈증 부르는 햇살이 어지러울 때 한숨 길게 내쉬지 말라 샘터는 그늘도 없이 눈물을 쏟는다 어느 지친 손이 남겨둔 지팡이가 숨길 미처 못 거두고 일어설 때 허기 끝에 닿은 길이 앞서가고 솟는 물이 하산을 .. 2005. 7. 8. [詩]바위속의 얼굴-대성골/강영환 바위 속의 얼굴 - 대성골 강영환 더 깊이 떨어지기 위해 오르는 산 차가운 그늘만 골라 밟는다 힐끗 돌아보니 검은 바위에 얼굴이 숨어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도 있고 화상에 찌그러진 웃음도 있다 언제 바위 속에다 얼굴을 숨겼을까 이끼 덮어 쓴 얼굴들이 불만 없이 숲은 여름에도 침묵을 가졌.. 2005. 6. 17. [詩]치밭목에서 [새단장하기 전의 치밭목대피소. 산악인 출신의 민병태씨가 관리하고 있다] 치밭목에서 / 성수자 시인 지리산 접어들 무렵 산그늘 짙은 정적 몸두고 마음만 오라하네 오로지 한 곳으로 흐르는 마음있어 유월 푸른 잠 헹궈내는 달빛 가는 소리 흘러서 흘러 내려서 가벼워 진다면 조개골 한없는 사유 숨.. 2005. 6. 15. [칼럼]밤꽃피는 유월의 불륜/이원규 시인 밤꽃 피는 유월의 지리산은 현기증이 난다. 피아골과 문수골 등 지리산의 아랫도리는 온통 밤꽃 향기가 점령을 하여 온 산이 환하다 못해 머리가 아플 정도다. 비릿한 밤꽃 향기는 예로부터 남자의 정액 냄새로 비유되어 왔다. 사실 또한 그러하다보니 매화 향처럼 향기로 불리기보다는 왠지 조금 더 .. 2005. 6. 15. [詩]나는 지리산을 간다/강영환 [사진: 지리산 사진작가 고 하성목님][반야중봉 일출] 나는 지리산을 간다 [시집-불무장등] -서시 물구나무서고 돌아눕고 속을 뒤집어 봐도 몸을 떠나지 않는 산, 그 산에 가고 싶다 땀에 젖은 내 발자국이 있어서가 아니라 애인 같은 몸 능선이 누워서 서늘한 교태로 불러서가 아니라 그늘의 차가움이 .. 2005. 6. 1. [수필]신록예찬/오월의 숲을 그리며 5월의 숲과 싱그러운 숲향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함게 읽어볼까요.. ----------------------------------------------------------------------------------- 신록예찬/이양하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 2005. 5. 25. [詩]봄나들이 [지리산 산길따라 지연님 사진] 잘 뜷린 길의 맨살위로 단단하던 시간들이 질주한다 있던 별은 더 빛나게 없던 별도 신통하게 내다 거는 환한 날 남해고속도로 나들목 조팝나무들이 하얗게 배꼽 내밀어 자르르 흘리는 웃음바다 창 밖은 시방 동화 속 봄빛이 가지마다 눈부시게 앉아 있는 속내 .. 2005. 4. 15. [스크랩] 지리산 산길따라 나무위에 돌위에 길위에 온 천지를 하얀색으로 꽃피울 수있는 것은 오로지 눈꽃 뿐 순도높은 흰 색앞에 서면 왜 이렇게 경건해 질까 겨울 묵상에 잠긴 빈 나무 섬돌같은 발치를 눈으로 덮어놓고 허공에 물린 가지 천상을 받드는 지리산 길을 가네 셀 수도 없는 날들이 이끼로 쌓였을까 깊은 계곡 한 켠.. 2005. 3. 16. [비망록]화진에서의 마지막 밤... 2001년 11월 하순, 낙동정맥을 답사하던 시절, 경북 청송의 주산재에서 시작되는 구간을 답사키위하여 청송군 부동면 봉산리의 야영장, 즉 그 당시 자주 이용하던 폐교 운동장으로 접근하던 때였습니다. 낙동정맥마루금을 북에서 남으로 향하며 구간을 답사중이었으니 그 다 음 구간은 포항시의 기북면.. 2004. 5. 6.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