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리산 사진작가 고 하성목님][반야중봉 일출]
나는 지리산을 간다
[시집-불무장등]
-서시
물구나무서고 돌아눕고 속을 뒤집어 봐도
몸을 떠나지 않는 산, 그 산에 가고 싶다
땀에 젖은 내 발자국이 있어서가 아니라
애인 같은 몸 능선이 누워서
서늘한 교태로 불러서가 아니라
그늘의 차가움이 뻐에 사무치는
깊고 깊은 계곡 그 깊이에 젖고
높고 높은 주능 말없이 흘러가는 그
마루금에 빠진 몸이 안달이 나 간다
앉아 있을 수도 누워 있을 수도 없어
목을 죄는 넥타이 벗어 던지고
훌훌 빈손으로 가는 산은
문신으로 새겨진 태초의 그리움이 아니면
피에 새긴 오늘의 굶주림이어서
지리산을 안고 지리산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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