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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글방/숲속의 글마당

[詩]나는 지리산을 간다/강영환

 


[사진: 지리산 사진작가 고 하성목님][반야중봉 일출]

 

 

나는 지리산을 간다

                      

[시집-불무장등]

 -서시

 

 

 

물구나무서고 돌아눕고 속을 뒤집어 봐도

몸을 떠나지 않는 산, 그 산에 가고 싶다

땀에 젖은 내 발자국이 있어서가 아니라

애인 같은 몸 능선이 누워서

서늘한 교태로 불러서가 아니라

그늘의 차가움이 뻐에 사무치는

깊고 깊은 계곡 그 깊이에 젖고

높고 높은 주능 말없이 흘러가는 그

마루금에 빠진 몸이 안달이 나 간다

앉아 있을 수도 누워 있을 수도 없어

목을 죄는 넥타이 벗어 던지고

훌훌 빈손으로 가는 산은

문신으로 새겨진 태초의 그리움이 아니면

피에 새긴 오늘의 굶주림이어서

지리산을 안고 지리산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