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리산 산길따라 솔바람님]
억새밭에서
사랑은 얼마나 큰 주머니던가
이 가을 쪽빛 하늘
아득한 너와의 거리 담을 수 없다
네 주머니에 넣어줄 것은 바람뿐이다
대궁이 비워비워 가실바람만
숲을 이룬 높은 산정 휘돌아 간다
그
산정 어디쯤에서
솜털로 토해놓은 고해를 듣는 일
그래그래 고개 끄떡이며
맑은 하늘에 속살로 볼 부비는 일
아득하면 만나리라
때로는 왕왕 울고 싶은 것 다 거느리고
네게로 가느니
목놓아 우는 것들만 내 가까이 있다
심호흡 삼키는 속울음 군무처럼 나부끼며
훠이훠이 하얗게 풍화되어 가는 풍경
아직은 따스한 습기마저 바람에게 다 주어
버리지 못하여 나는 아파온다
미열이여 미열이여 뜨거워 오는 것이여
그 억새밭 평원에는
몸밖을 나온 투명한
그리움이
은빛으로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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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성수자. 시인. 한국시 등단
시집 '잎맥처럼 선명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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