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단장하기 전의 치밭목대피소. 산악인 출신의 민병태씨가 관리하고 있다]
치밭목에서 / 성수자 시인
지리산 접어들 무렵 산그늘 짙은 정적
몸두고 마음만
오라하네
오로지 한 곳으로 흐르는 마음있어
유월 푸른 잠 헹궈내는 달빛 가는 소리
흘러서 흘러 내려서 가벼워 진다면
조개골 한없는 사유
숨겨진 눈물마저 다 내어놓으라네
혼자서 짚푸르게 가지키워
휘여휘여 하늘 받드는 숲이 된
나무들
고요로운 한낮의 만상을
만상의 땀을 닦아내는 치밭목 굴참나무
저기 그대가 한없이 그리던 중봉 써레봉 왕시루봉 하봉
눈금들이 가마득히 지리산 전설을 능선으로 잇대어
산골짝 깊은 계곡 발 담그고 좌정한 채
무언의 말씀 들려주니
그대여 외로우면 찾아오라
깊이도 모를 절망은 안개 자욱한 날 함께 풀어
앞섶 여민 산자락에 띄우고
그냥
그렇게 무심히 흐르는 영겁의 세월을
처연하게 이루어진 봉우리마다 세긴 사연 들어야지
귀 뚫고 마음뚫는 지리산 참 소리를
--잎맥처럼 선명한--성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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