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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금 답사일지/백 두 대 간

백두대간 내려잇기 14구간(마구령-죽령)-①


[마구령 이정표]


백두대간 내려잇기 14구간(마구령-죽령)을 다녀온 지 이미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건만 기록 정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록에 대한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최근 치른 두 차례의 시험과 몇몇 일들에 정신을 쏟다 보니 그리 되어 버렸다.

 

지난 늦여름, 종일 비를 맞으며 운행한 13구간에서 당초 도래기재-고치령으로 잡혀있던 계획을 수정하여 마구령에서 운행을 중단하였던 터라, 이번 14구간에는 마구령-고치령의 짧은 코스(8km)를 토요일 오후(11/11)에 답사한 후, 다음 날(11/12) 고치령-죽령에 이르는 소백산 구간을 운행키로 계획을 잡았다.

 

부산을 출발하여, 지원을 나선 부산의 정기, 대구의 동호, 두 아우와 함께 마구령에 도착한 시각은 토요일 오후,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에 산자락은 차분히 밤을 준비하고 있었다.

 

▣백두대간 내려잇기 14구간-1(마구령-고치령 8km) (11/11)

 

마구령 도착시각이 생각보다 늦어졌다. 정기아우는 산행 종료 지점인 고치령에서 우리를 기다리기 위하여 내려가고, 동호 아우와 둘이서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늦가을 오후 산자락에 발을 디딘다. (16:30분)



[대구의 산꾼 동호 아우]


[산꾼 출신 기사분들이라 하니 긴히 이용할 수도 있겠다]


얼마 진행하지 않아 갈색의 산자락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헬기장을 지나니 나목 사이로 보이는 일몰의 붉은 색이 매우 짙다. 헤드램프를 켜고 야간산행 준비를 하니 이내 미내치를 지난다. 거칠게 울어대는 바람소리에 산자락이 겨울로 들어서고 있음을 느끼다.

[붉은 빛이 점점 강렬해지는 산자락]



[헬기장의 꽃]


[나목들 사이의 일몰]


 

고치령 직전 봉우리를 향해 오르니 랜턴 불빛이 보인다. 차량 이동해 온 정기아우가 봉우리를 넘어와 기다리고 있는데, 아우는 이미 우리 불빛을 보고 산자락에다 황홀한 술상을 펴놓았다. 이 두 장승은 마중 나온 아우보다도 막걸리와 두부에 감격, 또 감격이다.

 

순식간에 몇 병이 비워지고 모두의 마음이 고양되니 그리 좋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때였다. 조금 전 우리가 지난 온 길 저만치에서 두 개의 불빛이 어른거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시각에 누가 이 산에?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가 분명 형님인 지 알았다며 성큼 다가서며 두류 형님!하고 부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대간 내려잇기팀의 풍기아우이고 성산아우도 바로 뒤를 따라 오르고 있다.

 

이 늦은 시각, 참으로 흔치 않은 산상의 해후를 한 것이다. 성산 아우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않아 보이는데, 야영장비를 모두 실은 아우의 대형배낭을 보니 그럴 만도 하다. 함께 고치령에서 운행을 마친다. 야영을 고집하는 두 아우에게 내일 산행을 위해서 순흥면 읍내리의 모텔에서 몸을 풀도록 권유하고 함께 차량으로 이동한다. 우리 일행 셋은 죽계호 옆의 하얀집농원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하얀집은 2005년 1월 소백산 산행 시 인연을 맺은 집으로, 주인은 동호아우의 고교선배가 되기도 하는데, 약 1년을 넘기는 사이 영주의 명소로 자리잡았고 이 날도 빈방이 없을 정도였다. 오랜만의 방문에 주인내외분은 자신들의 옆방을 내어주어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송사장님도 합세해서 술잔 기울이고 난 후, 우리가 편한 잠이라고 잔 시간이라 해봐야 고작 2시간 남짓이다.

술보다도 '인연'에 취한 하루라 할 만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