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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금 답사일지/백 두 대 간

백두대간 내려잇기 17구간(작은차갓재-하늘재)

 


[차갓재]

◈백두대간 내려잇기 제17구간(작은차갓재-하늘재)

 

산행후기

 

금요일(9.7) 자정 무렵 부산을 출발하여 야영장소로 마음에 두었던 문경의 여우목고개에 도착한 때는 0320, 이미 신새벽이 가까이 다가와 있는 시각이었다. 한여름 무더위가 지나간 인적 없는 고갯마루에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짙은 새벽안개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초가을 밤의 정취를 포기하는 일이 아쉬웠지만, 토요일 산행을 위하여 서둘러 야영준비에 들어가다.

 

여우목고개는 백두대간 봉우리 대미산(1145m)에서 남쪽의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문경 운달지맥(雲達支脈) 상의 고개로 문경읍과 동로면을 잇는 도로가 지나간다. 이곳은 주차공간이 너르고 정자 쉼터와 샘이 잘 정비되어있어, 차량지원이 있는 집결지 야영 후 백두대간 구간종주의 산행으로 안생달마을의 차갓재나 작은차갓재를 기점으로 할 경우, 4km 거리에 있는 이 고개가 야영지로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샘은 수량이 풍부하며, 정자에서 뒤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있다.

 

07:20분 기상. 3시간 정도 눈을 붙인 셈이다. 아침부터 햇살은 강하게 내려 쪼인다. 아무래도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였지만, 야영장비 철수로 시간이 다소 늘어졌다.

 

[여우목고개의 호박밭]
 


09:20
분 안생달마을로 이동, 산행을 시작하다.

 

지난 6, 몸 씻기도 마땅치 않을 정도로 말라있던 계곡은 최근에 많은 비가 내렸던 지 수량이 엄청 불었고, 포말을 일으키며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매미소리와 함께 한가한 산촌의 아침을 삼켜버렸다. 찔레꽃 향기 가득하던 풀섶에는 삶의 정점에 닿은 농염한 모습의 물봉선이 살아있을 나날을 치열하게 태우고 있는 듯하다. 고개를 드니, 오른쪽 산줄기에 우뚝 솟아있는 황장산 묏등바위의 모습이 아침햇살에 눈부시다. 넝쿨나무가 성기게 담을 두른 작은 계곡에는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숲향이 내려앉으며 두께를 늘린 이끼들이 손바닥만한 햇살을 받아들이며 바쁠 것 없는 물길의 재잘거림과 어울리고 있다.

 

[황장산 묏등바위]

 

 

[물봉선]

 

[작은차갓재 오름길의 지계곡]
 


오늘 운행할 백두대간 내려잇기 17구간은 작은차갓재에서 시작하여 대미산-포암산의 봉우리를 거쳐 하늘재로 하산하는 약 17.5km에 이르는 산길로, 양탄자를 밟는 듯한 푹신한 숲길과 아슬아슬한 바위길이 공존하는 코스이다.

 

[작은차갓재]


지난 구간 황장산에서 내려섰던 작은차갓재에 올라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을 시작한다. 청량한 숲에서 느낌 좋은 아침 숲향을 가득 마시는 산행,
행복한 산행이라는 이름이 저절로 떠오른다. 다만 지난 밤 동안, 온 산자락에 진을 치고 기다렸던 거미들로서는 난데없는 봉변을 당하였을 터이겠다. 머리와 얼굴에 닿는 거미줄을 애써 피하려 해보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곳에 포진한 그들을 피하는 게 쉽지가 않다

 


[차갓재에는 남한 백두대간의 중간지점이라는 표시석이 있다]

차갓재에는 백두대간 남한구간 중간지점이라는 표시석과 장승이 들어서 있다. 차갓재라는 이름은 이 고개의 북쪽에 차갓이라는 마을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듯한데, 이 백두대간 고개를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가, 북쪽 산자락으로는 차갓마을이 있는  같은 면의 명전리(鳴田里)가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지도를 보면, 이 명전리는 백두대간과 충북(단양)에 갇혀 마치 고립된 경북의 땅 모습을 하고 있어 흥미롭다. 도 경계선을 따라가다 보면, 황장산을 중심으로 한 백두대간 산줄기가 충북과 경북의 도 경계를 이루지 않고, 백두대간 북쪽의 산자락 아래까지 깊숙이 내려가서 이 첩첩산중의 오지마을인 명전리를 에워싸고는 억지로 문경 땅에 붙여놓은 듯하다. 그 결과 황장산은 온전한 문경의 산이 되게 된다. 이는 명전리에서 발견된 봉산(封山) 표시석과 무관하지 않다 하겠으며, 황장목의 산 황장산의 관리를 일원화하기 위한 조처가 아니었을까 하고 나름대로 추측을 해본다.

 

산자락에는 여전히 물봉선이 지천으로 피어있고, 밥알 두 개를 머금은 며느리밥풀꽃도 한창이다. 짧은 잠, 부실한 아침 때문이었을까, 수봉-대미산 능선 오름길에 들어서니 걸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나무의 사랑]

 

[문수봉-대미산 능선 갈림길] 



능선에 올라서서 점심을 먹고, 여유로운 휴식을 취한 뒤에 대미산을 향한다. 정오를 넘긴 시각, 숲에서 잘 느끼지 못했던 햇살이 제법 따갑다. 눈물샘 이정표를 지나자 비로소 철 지난 둥근이질풀, 수리취, 그리고 정영엉겅퀴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눈물샘 이정표]

 


[둥근이질풀]

 


[수리취]

문경의 주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미산에 올라서니 차갓재에서 올라온 부산의 모 산악회 백두대간 종주대가 식사를 마치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대미산은 많이 소개된 것처럼
검은 눈썹의 산이라는  대미산(黛眉山)이 원래 이름이나, 퇴계 이황 선생에 의해 대미산(大美山)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산의 고스락에 서서 그 산의 아름다움이나 혹은 특별한 모습을 느끼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나, 대미산 정상은 여느 산보다 오히려 더욱 평범한 모습이고, 시계도 남쪽으로만 열려있어 조금은 아쉽다. 여우목고개로 내려서는 곳으로 길은 숲이 우거져 헤쳐나가기가 그리 쉽지 않을 듯하다.

 


 

[대미산 정상에서]
 

부리기재를 지나면서 포함산까지 10개의 봉우리를 지나야 한다. 얼마 전 이 구간을 다녀온 아우의 산행기록에 있는 내용이다. 빠른 걸음으로 달리듯 걸어야 해지기 전에 하산을 할 수 있으련만,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가 남았다. 대미산을 내려서서 산뜻한 느낌을 주는 부리기재를 지난다. 여우재 서쪽 아래의 중평리 밖마을로 하산하는 길이 나있다.

 

[부리기재] 

 

[참취]

 

 


[흰진범]

이번 구간에서는 대략 한 시간을 걷고, 10분 휴식을 취하며 운행을 했다. 부리기재를 지난

후 봉우리 두 군데를 오르고 케른이 있는 안부에서 오랜 휴식을 취하였다. 길을 확실히 찾지 보지는 않았으나 진행방향의 왼쪽 가파른 골짜기로 관음리 수색골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 듯하다. 곧 이어 바위로 난 길이 나오는데, 고정로프의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산길은 좁은 길에 키 작은 나무가 많으며, 가끔씩 바위구간이나 급사면을 오르면 날등에 몸이 드러나기도 한다938.3봉 지나니 비로소 길이 좋아지는데, 6분여 운행을 하면 길이 거의 왼쪽 직각으로 꺾이는 곳이 있으니 진행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바위 지대에 피어있는 구절초의 모습이 곱다.

 

[안부 케른]

 

 

[구절초]

 


[938.3봉 인근의 거대한 바위지대]


낯익은 국립공단의 위치표시목이 나오는 만수봉 갈림길을 내려선다. 이제 포암산까지는 한시간 남짓 남았다.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13-09이정목 있는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이 부근에는 만수봉과 포암산 산길이 곳곳에 열려있다. 곧장 정면의 고스락으로 향하지 않고 왼쪽으로 약간 비껴서며 완만한 오름으로 이어지는 길이 반갑지만, 긴장을 늦추었던지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한다. 서서히 걸음을 세며 걷기 시작했다.  어두워지는 숲, 나뭇잎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빛이 마치 반딧불이처럼 보인다. 마지막 오르막이란 생각으로 오른 고스락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는 봉우리를 보며 그제서야 행동식을 먹으며 비교적 오랜 휴식에 들다. 포암산 정상 직전 봉우리를 오르니 어느새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다. 정상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다시 긴 휴식에 들어가다 

 

[포암산 정상]

 

 

[포암산에서 바라본 노을]


어느새 캄캄해진 사위, 헤드램프를 켜고 포암산 정상을 내려선다. 산길은 곧장 바위지대로 접어든다. 문득 방위각으로 진행하다가는 거대한 슬랩에 갇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순간 그 많던 시그널들이 시계에서 사라져 버렸다. 내게 있는 모든 주의력과 지혜를 모으며 길을 찾았다. 고정로프가 있는 슬랩을 만나면서 더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어둠과 함께 하늘재로 내려서는데는 1시간 10분이 걸렸다.

 

마침 하늘재 매점은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분들은 서울에서 주말에만 내려와 문을 여는데, 이 일대가 지금은 고인이 된 옛 어른의 농장이고 또 집도 고개 아래 문경 관음리 쪽에 있다고 한다.

 

주인과 함께 막걸리 두 병을 순식간에 비우자, 주인이 한 병을 더 꺼낸다. 주인의 요청에  식당 벽에 다녀온 흔적을 남기다.

 

식수는 관리초소 맞은 편에 저장된 물을 쓸 수 있도록 손잡이를 만들어 놓았다.

하늘재, 그 포근한 공간에서의 야영으로 지친 육신을 쉬게 하다.

 

 

◎운행시간표

-2007 9.8()

07:00 기상

09:18 출발

09:45 작은차갓재

10:12 차갓재

12:20 능선 갈림길/중식/휴식

13:13 출발

13:20 눈물샘 이정표

13:35 대미산/조망 및 휴식

13:48 출발

14:08 부리기재

14:44 1062/10분 휴식

15:11 1032/10분 휴식

16:22 안부 휴식(케른)/15분 휴식

16:57 바위지대 통과

17:31 938.3

17:45 억수리 갈림길(월악13-09 표시목)/20분 휴식

19:05 포암산

20:15 하늘재/산행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