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금요일(9.7일) 여우목고개는 백두대간 봉우리 대미산(1145m)에서 남쪽의 운달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즉 문경 운달지맥(雲達支脈) 상의 고개로 문경읍과 동로면을 잇는 도로가 지나간다. 이곳은 주차공간이 너르고 정자 쉼터와 샘이 잘 정비되어있어, 차량지원이 있는 ‘집결지 야영 후 백두대간 구간종주’의 산행으로 안생달마을의 차갓재나 작은차갓재를 기점으로 할 경우, 약 4km 거리에 있는 이 고개가 야영지로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샘은 수량이 풍부하며, 정자에서 뒤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있다. 07:20분 기상. 약 3시간 정도 눈을 붙인 셈이다. 아침부터 햇살은 강하게 내려 쪼인다. 아무래도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였지만, 야영장비 철수로 시간이 다소 늘어졌다.
[여우목고개의 호박밭]
지난 6월, 몸 씻기도 마땅치 않을 정도로 말라있던 계곡은 최근에 많은 비가 내렸던 지 수량이 엄청 불었고, 포말을 일으키며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매미소리와 함께 한가한 산촌의 아침을 삼켜버렸다. 찔레꽃 향기 가득하던 풀섶에는 삶의 정점에 닿은 농염한 모습의 물봉선이 살아있을 나날을 치열하게 태우고 있는 듯하다. 고개를 드니, 오른쪽 산줄기에 우뚝 솟아있는 황장산 묏등바위의 모습이 아침햇살에 눈부시다. 넝쿨나무가 성기게 담을 두른 작은 계곡에는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숲향이 내려앉으며 두께를 늘린 이끼들이 손바닥만한 햇살을 받아들이며 바쁠 것 없는 물길의 재잘거림과 어울리고 있다.
[황장산 묏등바위]
[물봉선]
[작은차갓재]
차갓재에는 ‘백두대간 남한구간 중간지점’이라는 표시석과 장승이 들어서 있다. 차갓재라는 이름은 이 고개의 북쪽에 ‘차갓’이라는 마을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듯한데, 이 백두대간 고개를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가, 북쪽 산자락으로는 차갓마을이 있는 같은 면의 명전리(鳴田里)가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지도를 보면, 이 명전리는 백두대간과 충북(단양)에 갇혀 마치 고립된 경북의 땅 모습을 하고 있어 흥미롭다. 도 경계선을 따라가다 보면, 황장산을 중심으로 한 백두대간 산줄기가 충북과 경북의 도 경계를 이루지 않고, 백두대간 북쪽의 산자락 아래까지 깊숙이 내려가서 이 첩첩산중의 오지마을인 명전리를 에워싸고는 억지로 문경 땅에 붙여놓은 듯하다. 그 결과 황장산은 온전한 문경의 산이 되게 된다. 이는 명전리에서 발견된 ‘봉산(封山)’ 표시석과 무관하지 않다 하겠으며, 황장목의 산 황장산의 관리를 일원화하기 위한 조처가 아니었을까 하고 나름대로 추측을 해본다. 산자락에는 여전히 물봉선이 지천으로 피어있고, 밥알 두 개를 머금은 며느리밥풀꽃도 한창이다. 짧은 잠, 부실한 아침 때문이었을까,
[나무의 사랑]
[문수봉-대미산 능선 갈림길]
‘부리기재를 지나면서 포함산까지 10개의 봉우리를 지나야 한다.’ 얼마 전 이 구간을 다녀온 아우의 산행기록에 있는 내용이다. 빠른 걸음으로 달리듯 걸어야 해지기 전에 하산을 할 수 있으련만,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가 남았다. 대미산을 내려서서 산뜻한 느낌을 주는 부리기재를 지난다.
[부리기재]
[참취]
이번 구간에서는 대략 한 시간을 걷고, 10분 휴식을 취하며 운행을 했다. 부리기재를 지난 후 봉우리 두 군데를 오르고 케른이 있는 안부에서 오랜 휴식을 취하였다. 길을 확실히 찾지 보지는 않았으나 진행방향의 왼쪽 가파른 골짜기로 관음리 수색골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 듯하다. 곧 이어 바위로 난 길이 나오는데, 고정로프의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산길은 좁은 길에 키 작은 나무가 많으며, 가끔씩 바위구간이나 급사면을 오르면 날등에 몸이 드러나기도 한다. 938.3봉 지나니 비로소 길이 좋아지는데, 약 6분여 운행을 하면 길이 거의 왼쪽 직각으로 꺾이는 곳이 있으니 진행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바위 지대에 피어있는 구절초의 모습이 곱다.
[안부 케른]
[구절초]
[포암산 정상]
[포암산에서 바라본 노을] 마침 하늘재 매점은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분들은 서울에서 주말에만 내려와 문을 여는데, 이 일대가 지금은 고인이 된 옛 어른의 농장이고 또 집도 고개 아래 문경 관음리 쪽에 있다고 한다. 주인과 함께 막걸리 두 병을 순식간에 비우자, 주인이 한 병을 더 꺼낸다. 주인의 요청에 식당 벽에 다녀온 흔적을 남기다. 식수는 관리초소 맞은 편에 저장된 물을 쓸 수 있도록 손잡이를 만들어 놓았다. 하늘재, 그 포근한 공간에서의 야영으로 지친 육신을 쉬게 하다. ◎운행시간표 -2007년 9.8일(토) |
'▣마루금 답사일지 > 백 두 대 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내려잇기 18구간(하늘재-이화령) (0) | 2008.05.30 |
---|---|
백두대간 내려잇기 14구간(마구령-죽령)-② (0) | 2007.01.05 |
백두대간 내려잇기 14구간(마구령-죽령)-① (0) | 2007.01.04 |
백두대간 내려잇기 13구간(도래기재-마구령) (0) | 2006.09.11 |
백두대간 내려잇기 12구간(화방재-도래기재) (0) | 2006.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