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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금 답사일지/백 두 대 간

백두대간 내려잇기 12구간(화방재-도래기재)

 

 

 

▣백두대간 내려잇기 12구간(화방재-도래기재)

 

 

이번 구간 들머리인 화방재로의 접근과 날머리인 도래기재에서의 귀가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계획을 촘촘히 세웠다(붙임). 하지만, 토요일 아침 열차편으로 해운대를 출발하여 경북 봉화군 춘양으로 향하려 했던 당초의 계획은(버스로 춘양→태백) 뜻하지 않게 경북 영천에서 하차하여 안동, 영주, 제천의 약재(藥材)상가를 들렀다가, 영월을 거쳐 화방재로 접근하는 이를테면 약령시 순방이라는 여로로 바뀌어 버렸다.

 

[영천역]

 

 

약재유통업에 몸담고 있는 종주대의 윤호 아우가 업무차 영천에 내려와 있다가 함께 가자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팽팽한 긴장감과 느긋한 여유가 어우러진 약령시의 진면목을 접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아니 어쩌면, 기력을 잃어가고 있는 전통시장의 모습을 목도한 안타까움이 크다는 말이 옳을 듯도 하다.

 

제천-영월-상동을 거쳐 태백시의 화방재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이미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뒤였다. 인적 없는 고갯길을 이따금씩 오르내리는 대형트럭의 힘겨운 소리와 주유소 건물 모퉁이에 켜져 있는 전깃불에서 삶의 파동과 온기를 느끼다.

 

거의 자정에 이르러서야 서울에서 출발한 아우들이 고개로 들어선다. 잠깐동안 반가운 시간을 함께한 후, 주유소 맞은 편의 초소 옆 공터에 비박으로 잠자리에 들다.

 

05:50분 아침식사 후, 각각 2리터 이상의 식수를 확보하고 주유소 오른쪽(영월쪽) 담 옆으로 난 길로 들어선다. 고개 양쪽으로 모두 물길이 나있지만, 오른쪽 담 옆 고무호스에서 콸콸 흐르는 물은 고개 왼쪽(태백방향)의 물을 끌어당겨 쓰는 듯하다. 말하자면 낙동강으로 가야 할 물을 한강쪽으로 물길 족보를 바꿔버린 셈이다.

 

[화방재 단체]

 

이른 아침의 낙엽송 숲은 눈이 시릴 정도로 청량하고, 길을 나선 나그네의 마음도 더없이 상쾌하다. 사길령매표소와 산령각, 유일사매표소 갈림길을 지나 유일사 쉼터에 이르면, 다시 유일사매표소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나게 된다. 이제 태백산 산길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장군봉 오름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사길령은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관문으로 높고 험하기로 이름난 곳이지만 가장 가깝게 강원도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이기에 길손의 왕래가 많았었다고 한다. 이 곳에 세워진 산령각은 사길령을 넘나드는 보부상들이 맹수와 산적으로부터의 무사안전을 위해서 제를 지내는 곳이었고, 지금은 매년 음력 4월 15일에 태백산 산신령에게 제를 지낸다고 한다.

 

[사길령 앞 낙엽송 숲]

 

[사길령과 산령각]

 

 

오래 전, 소설가 송기원 선생의 안으로의 여행이라는 책에서 계룡산에 터잡고 있던 무속인들이나, 소위 공부하는 이들이 기(氣)가 충만한 태백산자락으로 옮겨, 토굴이나 움막을 짓고 수도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글을 접한 적이 있다. 나 같은 범부가 뭘 알랴마는, 태백산은 지니고 있는 이름이나, 범상치 않은 고스락의 모습에서 선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뭔가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겠다.

 

주목군락지 직전, 오른쪽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멀고 가까운 곳의 산자락과 산줄기는 늘 그렇듯 아침의 뿌연 대기에 깨끗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뒤돌아보니 짙은 운무에 둘러싸인 함백산의 모습도 아련하다.

 

[주목군락지 직전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쪽 산그리메]

 

 

철야기도를 마치고 내려가는 듯한 무속인들의 모습이 가끔씩 눈에 띈다. 

 

사람의 손길로 몸의 빈공간이 메워진 채, 기약없이 삶을 연장하고 있는 주목의 모습에서 살아서 더욱 안타깝다는 아이러니를 느끼다. 

 

 

[힘들게 생을 이어가는 주목] 

 

높은 산정에 하늘과 통하려 쌓아올린 제단, 그 깊은 섬김의 의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늘 그러하듯 우리는 하나같이 경건한 모습이다. 가지고 간 과일 등의 음식과 소주로 제물을 삼고 예를 표하다. 

 

 

[천제단]

 

이따금씩 이리저리 바람에 쓸려가며 희롱 당하는 엷은 구름, 푸르게 열린 하늘이 천제단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걸음을 멈추고 모처럼 여유로운 휴식에 들다. 

 

[천제단]

 

 

지도정치 끝에 점을 찍힌 구룡산, 멀고먼 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방향이 너무 북쪽으로 치우친 듯하여 처음부터 외면한 곳인데, 눈밝은 아우가 짚은 곳을 확인하니  아뿔싸 바로 그 곳이다. 아득한 거리, 뜻을 세워 걷는 사람의 걸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에 들다. 북서방향, 포격으로 파헤쳐진 산자락의 모습이 안쓰럽다.

 

[천제단 아래 하단]

 

백두대간은 천제단 바로 앞의 부쇠봉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이어지며, 계속 직진하면 태백산의 이름난 봉우리인 문수봉으로 이어진다. 부쇠봉 직전 산자락을 가로지르는 숲속길을 들어서면 마음에 담을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백두대간이 드디어 경북의 산자락을 맞이하며, 마루금이 강원과 경계를 이룸이다. 

 

황홀했던 초여름 꽃들이 가고 없는 숲에는 쥐손이풀이 엄청 피어나있고, 큰앵초의 선홍빛도 여전하다. 조금은 빛이 바래긴 했지만 쥐오줌풀에는 아직도 나비의 방문이 한참이고, 흰색 승마종류의 풀꽃도 드문드문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쥐손이풀과 손님]

 

[쥐오줌풀과 손님]

 

 

부쇠봉에서 깃대배기봉에 이르는 산길은 고저차이도 별로 없는데다가 짙은 숲속에 오솔길처럼 부드럽게 열려있어, 걸음을 즐길만한 곳이라 해도 좋을 만큼 멋진 곳이라 하겠다.

 

깃대배기봉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는 마루금은 각화산 갈림길을 지나 차돌백이 이정표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에도는 모습이다. 긴 휴식을 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신선봉을 향하는 걸음은 뜻밖의 복병을 만난 듯 쉽게 잇지 못한다. 몇 개의 작은 턱을 지나 신선봉 직전 급경사에서 거친 숨을 내뱉으며 서로 바라보는 표정들 하나같이 당했다. 속았다라는 것임을 나는 단연코 장담할 수 있다.

 

12:10 신선봉. 중식

13:25 출발

 

신선봉 직전의 무덤 앞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공간이 훤히 트이며 지형도상의 임도와 만나고 신작로 같은 길을 쉬엄 없이 걷다 보면 이정표가 있는 곰넘이재에 닿는다. 봉화방향의 참새골로 너른 길은 계속 이어지는 듯하다. 고개 오른쪽 계곡으로 약 5분 정도 내려서면 물을 구할 수 있다.

 

[곰넘이재 이정표]

 

 

이제 구룡산까지 남은 거리는 약 5km, 비교적 완만한 오름길이니 서두르지않고 페이스 조절을 잘해서 운행하면 생각보다 쉽게 오를 수 있다(1시간 30분 소요). 정상이 헬리포트로 되어있는 구룡산 정상에서의 조망도 아주 좋다. 주봉을 중심으로 한  태백산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정상 가장 자리에는 백당나무와 고광나무가 흰 꽃을 피우고 있고, 맑은 하늘에 갖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는 구름의 모습도 장관이다.

 

[구룡산]

 

[구룡산 정상의 백당나무]

 

좁은 내리막길을 쏟아지듯 내려서면 임도를 2번 만나며 도래기재로 이어진다. 첫번 째 임도에서 만난 쉼터 정자는 잘 만들어 놓았고, 제대로 관리만 하면 대간종주꾼들의 추억 서린 명소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으련만,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에 실망스럽다. 이곳에 대간꾼들의 느낌이나 정보를 적어두는 지정공간을 만들어 두면 어떨까?

 

[도래기재터널. 도래기재는 강원 영월군과 경북 봉화군의 경계를 이룬다] 

 

17:50 가끔씩 차량이 지나가는 도래기재에 내려서며 산행을 마치다. 터널을 지나 조금만 내려서면 정자가 있는 공터가 나오고 땀을 씻을 수 있는 작은 물길이 있다.

 

                                                                                       -끝-

                     

 

 

■[운행일지]

(넷산종주대 기록 옮김)

6월 17일(토)
    
  23:30 화방재 도착 간단한 식사
            
  
  
18일(일)
    
01:00 취침
    
04:00 기상 식사준비
    
05:50 화방재 출발
    
06:00 사길령 매표소
    
06:15 산령각
          
사길령 매표소0.5Km, 천재단 3.6Km, 유일사쉼터 1.9Km
    06:40 유일사 매표소 갈림길
          
사길령 매표소1.9Km
    07:08 유일사 쉼터
          
천제단 1.7Km, 사길령매표소2.4Km, 유일사 매표소2.3Km
    07:50 장군봉
    
08:00 태백산 천제단
    
08:45 태백산 천제단 출발
    
08:55 부쇠봉 대간 갈림길
          
문수봉 2.2Km, 천제단0.8Km
    09:45 깃대배기봉      
    11:10 차돌배기 이정표
          
태백산10Km, 참새골입구 6km, 석문동 6Km
    12:10 신선봉 점심
          
곰넘이재 1.9Km, 깃대배기봉 5.1Km
    13:25 점심식사후 출발
    
14:00 곰넘이재(참새골입구)
          
구룡산5Km, 차돌배기 6Km
    15:30 구룡산
          
도래기재 5.54Km, 태백산 14.2Km
    16:25 임도 (정자와 구룡산소개표지판있슴)
    
16:50 헬기장
    
17:27 임도
          
도래기재 1.62Km, 구룡산3.92K
    17:50 도래기재

 

 

■[부산에서 접근 및 귀가 교통편]

 

접근

 

부산(해운대)->춘양 1688호 무궁화열차

: 6.17일(토) 09:29 해운대 출발, 14:27 춘양 도착(예약 및 결제 필)

춘양터미널 ;054-672-3477

춘양=>태백

: 08:50, 09:45, 11:45, 12:35, 13:55, 15:35, 16:45, 17:30,

18:30, 20:10, 22:20

 

태백-> 화방재

태백역->유일사.상동

06:30, 07:15, 08:30, 10:30, 13:15, 16:35, 19:00, 13:55, 08:00, 17:18,

21:05, 17:10, 06:50, 13:50, 18:22, 21:25, 22:35,

 

유일사.상동->태백역

07:30, 09:35, 11:40, 14:45, 17:40, 20:35

 

택시(태백역) 10,000원~15,000원

동원운수 조건식氏 : 011-9796-7518, 태백시 합동콜(033-552-1212),

우영모 기사 011-360-8178 자택은 033-552-8178

 

귀가

도래기재->춘양,봉화

택시 : 정재범님 011-806-3355(개인택시:2만원),

춘양택시 054-673-4123

 

◎도래기재 대중교통(OUT) : 금정출발(도래기재 경유) 08:40, 18:05 :

춘양까지 30분 소요. 봉화까지는 1시간 10분 추가 소요

 

◎도래기재 백두대간 산장 : 011-517-4159, 054-672-4050,4159 오사장

 

◎봉화터미널 054-673-4400

영주터미널 054-631-5844

영주=> 동대구 18:40, 19:20, 20:05

영주역-> 동대구 19:35 ~ 22: 10(무궁화)

 

동대구역

동대구 부산 : 6.18일 KTX 145호 동대구 23:39출발, 부산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