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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금 답사일지/백 두 대 간

백두대간 내려잇기 11구간(피재-화방재)

 

■백두대간 내려잇기 11구간(피재-화방재)

 

□2006년 5월 21일

 

피재의 육각정에서 깨어난 시각은 04시, 벌써 아침을 준비하는 부산한 움직임이 있다. 약 5시간 숙면을 취했더니 어제 힘들었던 운행에 비해서는 몸 상태가 괜찮고 머리도 맑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05:45분에 피재, 즉 삼수령을 출발한다. 예전 피재의 공터는 대리석과 오석으로 공원 쉼터처럼 꾸며져 있다.

 

[피재(삼수령]

 

산행 둘째 날인 오늘, 태백에서 부산으로 운행하는 18:20분 발 시외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귀가길이 어려워 진다. 별로 내키지않는 일이지만 속도를 내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산행 지원 나온 아우의 35리터 배낭을 빌려 당일 산행 준비를 하고 카메라를 챙겨 들었다. 날씨는 비교적 맑으나 대기의 더운 기운 때문인지 시계(視界)는 그리 좋지 못하다.

 

매봉산 오름길은 350m이상의 고도를 쉼 없이 올라야 하니 제법 힘이 든다. 평소와는 달리 걸음을 빨리 해서 선두의 뒤를 따른다. 고도를 올리다 보면  산길 오른쪽 산자락으로 고냉지 채소밭이 펼쳐지고, 그 위의 능선, 즉 나중에 지나야 할 대간마루금에는 태백시에서 설치한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모습으로 서있다.

 

[매봉산 고냉지 채소밭과 풍력발전기. 맨 왼쪽의 봉우리가 매봉산]

 

백두대간 내려잇기의 경우에는 매봉산 정상 직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풍력발전기 방향으로 내려서야 하니 운행에 주의를 요한다. 능선에 우뚝 서있는 거대한 팔랑개비 모양의 발전기와 거름을 부어놓은 산사면의 광활한 채소밭을 지나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환경, 생태, 등등.. 이 산자락에서 느끼는 심정은 아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거대한 시설물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산자락이 잘려나가야 하나, 풍력발전은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가장 생태적으로 전기를 구하는 형태라는 점과, 막연하게 느껴지는 고냉지 채소밭, 그 고단한 삶의 터전에 대한 극히 자의적인 연민이 발동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매봉산과 풍력발전기.매봉산을 내려선 후 잡은 모습이다]

 

 

[고냉지 체소밭. 지금은 거름을 뿌려놓았다]

 

서쪽으로 진행하여 금대봉에 이르고, 다시 방향을 틀며 남쪽으로 에둘러 가는 대간의 봉우리와 고개가 한눈에 들어 온다. 시설물을 이고 있는 함백산 정상부의 모습이 아련하다.

 

[오른쪽의 부드러운 봉우리가 금대봉, 중앙 왼쪽 평평한 봉우리가 함백산] 

 

비단봉을 지나 쑤아밭령을 지날 때까지는 스스로에게 다짐하였듯, 꽃들과 눈맞추지 않고 일행과 걸음을 맞추면서 순조롭게 진행한다. 그런데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야생화 천국을 이루는 바로 그 금대봉이 아닌가마침 한 아우가 가리키는 곳이 있어 바라보니 잘 만나지 못하던 나도개감채이다. 마음을 열면 다가온다고 했지 않은가. 너르고 편안한 숲길에는 금강애기나리부터 손을 흔들기 시작하더니 고개 숙인 꿩의바람꽃도 수줍은 모습으로 반기는 듯하다.

 

 

[나도개감채]

 

[꿩의바람꽃.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

 

[금강애기나리]

 

흰색 묏장대와 홀아비바람꽃이 흐드러지고, 진노랑의 피나물과 보라색의 얼레지, 벌깨덩굴, 탱자색의 수수한 꽃을 지닌 회리바람꽃, 그리고 수풀 속에서 숨죽이며 있을 몇몇들5월은 그렇게 그리움의 길을 산상의 화원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묏장대]

 

[홀아비바람꽃]

 

역마살이라는 바람도 잠시 걸음을 잊고 그 곳에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흙으로 드러난 좁은 산길 외에는 엉덩이 하나 둘 곳 마땅치 않다. 그대로 길에 주저앉아 찬찬히 숲으로 눈길을 두자, 환희라는 내게 익숙치 않은 선물이 주어졌다.

 

[홀아비꽃대]

 

[나무 이끼에 터를 잡은 큰개별꽃]

 

[꿩의바람꽃. 과연 수려한 모습이다]

 

[당개지치]

 

[붉은 참반디]

 

[삿갓나물 군락]

 

[얼레지. 이미 지고 난 뒤, 열매를 맺은 게 있는가 하면 이렇게 새로이 피어나는 것도 있다]

 

[연령초]

 

[회리바람꽃]

 

 

금대봉에는 한강과 낙동강, 양강발원지라는 팻말이 서있다. 문득 시원(始原)을 이룸, 태생적으로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이미지가 마음을 건드린다. 맥을 놓은 듯 우두커니 홀로 서있던 나는, 달리듯 걸음을 옮겨 싸리재에서 기다리던 아우들을 만난다. 산나물 채취를 하지 말라는 경고가 엄하다.

 

[금대봉 정상]

 

은대봉 오름길 산불이 난 흔적이 있는 곳에도 풀꽃들의 향연은 계속된다. 은대봉을 지나 적조암 갈림길 있는 2쉼터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안부로 내려서는 길에는 여태껏 잘 보이지 않던 광대수염이 하얀꽃을 피우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쉼터에서 동쪽 약 80m 정도만 내려서면 식수를 구할 수 있다.

쉼터 11:05 도착. 점심식사 후 12:05 출발

 

[은대봉 아래 제2쉼터.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이제 높은 봉우리가 있는 능선은 중함백-함백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만 남았다. 중함백 오름길에서 만난 나도바람꽃과 애기괭이밥, 그리고 큰구슬봉이의 모습이 참으로 맑다. 아무렇지도 않게 훌쩍 지나친 현호색에는 빗살현호색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가, 노랑꽃들 사이에는 한계령풀이 있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애기괭이밥]

 

[괭이눈]

 

[나도바람꽃.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큰구슬봉이. 한줄기에 여러송이가 나는 것은 큰구슬봉이, 한송이가 나오는 것은 구슬봉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피나물 군락]

 

중함백 직전 전망대에 올라서자, 거대한 통신시설을 이고있는 함백산 정상부가 정면에 보이고, 도로로 따라 올라 온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산자락이 무척 붐빈다. 중함백을 넘어서자 뜻밖에 선홍의 진달래가 한창이고, 연록의 물이 오른 산자락과 조화를 이루어 무척 화사하고 아름답다.

 

[중함백 정상 아래의 진달래]

 

산길 사면 너른 길을 벗어나 능선에 오르니 주목보호철망을 왼편에 두고 진행하게 된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의 헬기장을 힘겹게 오르면, 돌무덤이 군데군데 쌓여져 있는 산자락은 생각보다 쉽게 올라서서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예사로운 모습이 아닌 함백산 정상이건만 거대한 시설물과 주변으로 난 도로 등으로 어수선한 모습이다.

 

[중함백을 올라서며 바라 본 함백산 정상부]

[함백산 정상]

 

만항재-화방재로 이어지는 길은 비록 내려서는 길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자그마치 약 6km를 더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함백산 정상을 지나면 희귀식물인  노랑무늬붓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노랑무늬붓꽃 군락]

 

포장도로가 연결되며 많은 인파로 붐비는 만항재에서 갑자기 길을 놓친다. 지도정치를 하여보니 들머리가 이상하다. 울창한 낙엽송 숲 옆으로 되돌아와, 경고문이 달려있는 부대 진입도로를 살펴보니 여기저기 시그널이 날리고 있다.

 

[만항재의 낙엽송 숲]

 

창옥봉에 이르자 화방재에 도착한 아우들에게서 산행완료 연락을 받는다. 늦은 걸음도 이유가 되겠지만, 약 30분 정도 내 마음의 꽃길을 더 거닐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속력을 낸다.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시계가 트이는 안부에 닿자,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화방재에 닿는다.

 

아우가 건네는 시원한 맥주 한 캔에 달구어졌던 몸이 제자리를 찾는 듯하다. 무거워지는 걸음에 조바심이 날 정도가 되면, 형님, 이 꽃 이름이 뭡니까 하며 일부러 기다리고 있던 아우들의 얼굴이 슬며시 떠오르며 미소를 짓게 한다. 행복한 걸음을 함께 걸은 아우들이 고맙다.

조금의 자투리 시간이 주는 마음의 여유는 참으로 크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은 후 시외버스를 탈 수 있었으니...

두류

 

■백두대간 내려잇기 11구간 [피재(삼수령)-화방재] 자료

1. 산행지 : 매봉산, 금대봉,함백산(댓재-피재:약 21km)
2. 위
   : 강원 정선, 태백시
3. 산행일 : 2006.5.20(토)-21(일) 가스가 찬 맑은날.
4. 산행종류 : 야영 및 걷기 산행
5. 사용지도 : 함백 -> 태백(1/25000)
6. 참가자
  : 요사니, 산들바람, 바람의 아들, 별넷, 더덕, 설성산, 이풍기, 가연, 하늘나무, 최윤호, misoon, 신머루, 솜다리, 두류,

⊙지원 : 수니, 티롤, 소석
7. 교통 : 회원 차량

8 일정

⊙20일 (토)
20:00 피재 도착 식사 및 취침
         ; 두류, 더덕, 소석, 신머루, misoon, 솜다리,최윤호 합류
⊙21일 (일)
04:00 기상 식사준비
04:30 산들바람, 바람의아들, 별넷 합류
05:45 피재 출발 산행 시작
06:20 낙동정맥 분기점 이정표
06:45 매봉 통신탑
        
; 대간 마루금은 매봉 정상 바로밑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전환함.
        
; 풍력 발전기 5기 설치되고 매봉 주변은 고냉치 채소밭이 아주 크게 자리함.
07:35 비단봉 (휴식 10분)
08:00 수아밭령
08:20 1233 삼각점
09:10 금대봉 (휴식 15분)
09:45 싸리재(두문동재 1268)
10:20 1442 삼각점 (천의봉,은대봉)
11:05 제2 쉼터 (왼쪽 80m아래 샘터 졸졸졸 흐름)
        
 점심 식사
12:05 출발
12:50 제3 쉼터
13:30 함백산 정상 (1572.9) - 휴식10분
14:40 만항재(휴식 10분)
15:30 수리봉 삼각점
16:00 화방재 산행 종료
   * 중간그룹 산행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