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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기록]

지리산 수곡골-청학동

 

 

[의신마을에서]

 

■지리산 수곡골-청학동

 

- 일 시 : 2006년 6월 3일 토요일

 

오전 11시, 의신 ‘산악인의 집에’ 도착하여 정대장(화개119구조대)과 반가운 만남을 갖다.

 

제주도에서 보내온 것이라며 정대장이 권하는 조껍데기酒가 몇 순배 돈다. 오랜만의 만남 때문이었는지 이런 저런 저간의 이야기들이 그칠 줄을 모르자, 급기야 슬슬 눈치를 주며 출발하자는 아우들의 채근이 심하다. 약 1시간여가 흐른 12시 경에 산길로 들다.  


의신마을에서 넉넉한 걸음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대성마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단 두 가구가 사는 마을은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나물을 다듬고 계시는 기식씨의 모친과 아우에게 인사를 건네다.

 

[대성마을]

 

[대성계곡]

 

마을 끝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산허리를 에도는 좁은 길이 있다. 엄지손가락처럼 굵고 짧게 대성골에 산줄기를 마감하는 지능선은, 마치 산골처녀처럼 소박하고 수줍음 타는 듯한 계곡을 품고 있다. 지리산 남부능선(세석-삼신봉 사이의 능선)으로 이어지는 이 은밀한 골짜기의 이름은 수곡골이다.


남부능선에 닿으면 주능선 방향(진행방향 왼쪽.동쪽)으로 세석고원, 서쪽으로는 삼신봉으로 이어지고, 바로 아래의 한벗샘 이정표를 따르면 자빠진골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골짜기를 따라 산청의 거림마을로 내려설 수 있다. 오늘 일행을 이룬 4명은 삼신봉을 거쳐 ‘지리산 산길따라’의 6월 정기행사 집결지인 청학동으로 하산하는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를 잡았다.


올해 5월의 주말에는 예외 없이 비를 맞이한 듯한데, 다행히 오늘은 날씨가 맑다. 하지만 더위가 만만찮아 꽤나 땀을 쏟아야 할 듯하다.


계곡 초입, 계곡 건너 집터와 폭포, 단천마을을 잇는 길을 지나치고 계곡 왼쪽의 뚜렷한 길을 따른다. 공간이 훤히 트이는 염소막터를 지나, 계곡을 건너는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다. 아직 계곡물이 차갑지만, 물 찬 제비가 아닌 '경천오리', 코털만큼 가벼운 '호언새들', 그리고 '나도판길'아우의 물질이 힘차다.


길이 숲길을 벗어나며 오른쪽으로 시계가 훤히 트이는 곳에 양진암이 있다. 붉은 함석지붕을 이고 있는 이 산중암자는 언제인가부터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리움의 한 점이 되었다. 물론 짝사랑이지만... 앞마당의 모습이 조금 변한 듯하다. 잣나무가 오른쪽 담으로 밀려나 있고, 자그마한 텃밭이 들어서 있다. 주인 없는 산중암자에서 잠시 산행도 잊고 여유로운 포만감에 젖어들려는 순간, 모자를 쓴 젊은 분이 웃으면서 마당으로 들어선다.

 

[양진암에서]


주인 스님이 절집을 비운 사이 잠시 와 계신다는 ‘법상‘이라는 법명을 가진 스님이시다. 마을 다녀오시는 길이냐며 인사를 건네자 뜻밖의 대답이다. 서쪽 지능선을 따라 남부능선에 올랐다가 청학동에 내려가 점심 공양하고는 다시 동쪽의 지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중이라 한다. 즉 수곡골, 양진암을 품고 있는 능선을 둘러온 셈이다. 서쪽 능선에는 바위 구간이 있어 조금 힘들었지만 그런대로 다닐만하다고 하는데, 단천지릉을 일컫는 듯하다. 과일 몇 점 등, 가지고 갔던 것들을 살짝 내려두고는 스님의 인사를 뒤로하고 길을 나서다.


물길을 벗어난 숲은 볕도 잘 들지 않을 정도로 짙고, 산길은 이끼 낀 바위가 많다.

 

한갓지고 적요한 길 따라 여유롭게 마음을 놓아보려 하지만, 본격적인 오름길은 이제야 비로소 시작이다. 정면의 오름길이 막힌다 싶으면 왼쪽을 잘 살피면 길을 찾을 수 있다. 가파른 사면을 올라 지능선 갈림길을 만나고, 왼쪽의 산죽밭을 헤치고 나아가면 반들반들한 남부능선의 산길이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듯 잠시 진행하면 한벗샘 이정표가 반긴다.

 

[한벗샘]


샘터 주변으로는 야영이나 비박을 할 만한 공간이 몇 군데 있다. 이제부터는 오르내림이 그리 심하지 않은 능선길, 가히 붉은병꽃나무의 세상이라 할 만하다. 삼신봉을 빤히 바라보며 산불로 그을려졌던 산자락을 지나니 때늦은 금낭화도 한창이다.

 

[병꽃나무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남부능선]

 

[산불로 인한 고사목이 많은 삼신봉 직전의 남부능선]

 

[삼신봉 부근 군락을 이룬 금낭화]


 

삼신봉에서의 할 일이란 울렁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그저 찬찬히 바라봄이다. 어둠이 조금씩 묻어나오는 봉우리, 이미 바라봄의 기별이 닿은 듯 천왕봉의 모습도, 너울거리는 남서 녘의 산그리메도 안온하다.  

 

 

 


빨리 내려오지 않느냐는 청학동에서의 기별에 한달음으로 내려서다.      

 

[운행시간표]

12:05 의신출발

12:55 대성마을/10분 휴식

13:30 계곡 건넘/중식/휴식

14:50 출발

15:00 양진암/10분 휴식

16:20 한벗샘/40분 휴식

18:45 삼신봉/30분 휴식

20:00 청학동

(여유있게 휴식을 많이 취하며 걸었으나 운행은 정상적으로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