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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제국 伽倻/가야사 자료

수로왕릉 발자취

[동서남북] 수로왕릉 발자취- 김상우(사회부 부장)

[경남신문/09/09/07]

수로왕릉은 가야를 창건한 수로왕을 모신 사적지이다. 수로왕은 한국의 최다 성씨인 김해김씨 시조이다.


수로왕릉은 1963년 이 일대 5만63㎡를 사적 제73호로 지정해 가야시대 중요 문화재로 관리해 오고 있다.


수로왕릉은 국가 사적지임에도 한동안 김해김씨 시조로 정치의 중심에서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다. 김해김씨 문중 표를 의식해 DJ가 왕릉을 자주 찾는다는 이유 등이었다.


DJ는 봄가을 열리는 춘향, 추향대제 시기에 맞춰 후손으로 1만여명의 문중과 함께 제례를 올렸다. 지난 수차례 대선에서 김씨들의 표를 얼마나 얻었는지 알 수는 없다.


DJ가 고인이 되자 문중 표 논쟁도 사라지고 있다. 정치색은 보이지 않을 뿐더러 역사 속으로 가 버렸고 유적지는 남아 있기 때문일까. 오히려 새로운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 재직 시나 이전 야당정치인으로 수로왕릉을 비롯한 가야 문화재 복원사업 예산 확보에 역할을 했다는 인정이다.


어찌 됐든 김해는 가야유적지 복원사업으로 전통이 있는 가야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시민들은 오는 2013년이면 도시 한복판에 지금보다 훨씬 거대한 유적 공원을 갖게 될 전망이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가야사 복원사업은 1, 2단계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1단계 사업은 2000년 착공해 2005년에 완공됐다. 이 사업으로 김해시 구산동과 대성동 일대 20만여㎡에 1300억원이 투입됐다.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가 깃든 구지봉이 복원되고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 고분박물관도 세워졌다. 김해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가야사 전문박물관이다.


가야사 2단계 사업은 내년부터 오는 2013년 마무리될 예정인데 ‘가야의 땅’ 조성 사업이다. 구산·봉황동 일대 7만4698㎡에 560억원을 들여 ‘가야왕궁’을 복원하고 수로왕의 탄생설화를 상징하는 ‘에그 돔’, 인도에서 허황후가 타고 온 배를 의미하는 ‘방문객 센터’, 가야 상징물인 ‘쌍어’ 등이 설치된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호텔을 건립하고 철테마파크, 수로마당, 야외공연장, 철기군 조형물, 가야의 성, 주차장 등의 시설물도 조성된다.


수로왕릉은 그동안 적지 않은 수난을 겪어 왔다. 199년 왕릉이 조성된 이후 크고 작은 전쟁을 겪으면서 묘지를 지키려는 후손들의 노력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 같은 왕릉은 1580년(선조 13) 영남관찰사 허엽이 수축해 상석, 석단, 능묘 등을 갖추었고, 1647년(인조 25)에 능비를 ‘駕洛國首露王陵’이라 새겼다. 1884년(고종 21) ‘숭선전’이라 사호한 침묘를 개축하였으며, 안향각, 신도비각, 석양 등을 설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본관으로 본 인구분포 최근 통계 자료에는 국내 333개 성씨 중 김해김씨가 412만4934명으로 가장 많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수많은 선거에 문중 표를 자극하는 노력은 언제든지 다시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수로왕릉은 이제 국가 사적지로 남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고분이 세계문화유산에 잇따라 등재되고 인기 있는 관광지로 각광받은 지 오래되었다.


수로왕릉은 문중보다는 가야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부각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누구로 인해 국가 예산이 지원되었다는 내용도 적절치 않다. 지금부터는 중요 국가 사적지답게 보편 타당한 필요성에 의해 예산이 지원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김상우(사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