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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제국 伽倻/가야사 자료

도심 속에 흐르는 역사, 김수로왕릉

도심 속에 흐르는 역사, 김수로왕릉
남근희 기자  

 왕릉이란 임금의 무덤을 말한다. 공묘 산원이라고도 불리는 왕릉은 그 시대 왕의 업적과 영향력에 따라 크기와 모양 또한 각양각색이다.


 혹자에게 왕릉을 묻는다면 경주가 우선 떠오를지 모른다.
 이번에 찾은 여행지는 신라시대 왕들의 거대하고 웅장한 왕릉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위엄이 느껴지는 김수로왕릉이다.


 김해 도심속 한가운데 위치한 김수로왕릉.
 따사로운 오후 한때 가족과 친구·연인과 함께 김수로왕릉으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아이들에게는 역사공부를, 친구·연인과 함께라면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왕릉을 둘러 이어진 산책길을 걷노라면 아름다운 풍경에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곳이기도 하다.
 

#소박하지만 위엄이 느껴지는 왕릉


 김수로왕릉은 경주 왕릉처럼 웅장하거나 크지는 않지만 도심 속의 고분이라는 점에서 우선 색다른 느낌이 든다.


 김해의 상징적 문화유적이며 가락국(서기 42년) 시조대왕으로 김해 김씨, 허씨, 인천 이씨의 시조이다.


 가락국을 창건한 수로왕을 모신 능침인 왕릉은 알 중에서 맨 처음 나왔다 하여 ‘수로’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입구에서 납릉정문을 지나면 원형 봉토분 외형으로 거대하게 들어선 왕릉을 볼 수 있다.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위엄이 느껴질 정도.


 납릉정문에는 인도 아유타국(허황옥 왕비의 고향) 용왕을 표시하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채색돼 있다. 이 물고기상으로 인해 허황옥이 인도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가 되기도한다.


 가야국의 대왕이자 김해 김씨, 허씨, 인천 이씨의 시조인 수로왕릉답게 잘 꾸며져 있다.


 김해의 도심 중앙에 위치했다는 잇점이 있지만 평일에는 왕릉을 찾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오히려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도심 속의 넓은 정원, 가족과 연인과 함께 나들이 나오기에 최적의 장소인 이 곳. 현실에서 이런 공간은 도시민들에겐 커다란 안식처가 되는 것이다.
 
 #극락왕생 기리는 동물상 이채로워


 봄이지만 따사로운 초여름 햇살을 받으며 환하게 빛나고 있는 수로왕릉.
 왕릉 양 옆으로 늘어선 인물상과 동물상들은 꼭 돌아가신 대왕님의 극락왕생을 기리는 것 같았다.


 용맹을 상징하는 호랑이상, 충성을 뜻하는 말상, 그리고 부위와 평화를 나타내는 양상이 슬픔에 젖은 듯 머리를 숙여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이 곳은 1580년(선조 13년) 영남관찰사 허엽이 수축해 상석, 석단, 능묘 등을 갖췄고, 1647년(인조 25년)에 능비를 세웠다. 외형은 원형 봉토분으로 봉분의 높이는 약 5m에 이른다.


 1884년(고종 2년) ‘숭선전’이라 사호한 침묘를 개축했으며, 안향각, 신도비각, 석양 등을 설치했다. 능의 전면에는 가락루, 연신루, 회로당 등 건물이 있다.


 허 왕비는 생전에 열 아들 중 두 아들에게 자신의 성을 따르게 했다. 허 씨성이 유래됐고, 그로 인해 김해 김씨와 허씨는 혼인이 금지돼 왔다.


 왕릉을 바로 앞에서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출입문을 막아 놓은 상태라 멀리서 바라봐야만 된다는 점이 아쉽다.


 왕릉을 보기 위해 이 곳을 찾는 이유도 있겠지만, 왕릉 뒤편에 꾸며진 정원은 이 곳을 찾는 이들을 평온하게 만들정도로 아름답다.


 또 뒷담을 따라 가지런히 조경해 놓은 대나무는 한층 멋을 더했다.
 매, 란, 국, 죽 사군자의 하나인 대나무는 푸르고 꿋꿋한 기상과 절개를 뜻하며 예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쉴 새 없이 흔들리며, 싸락싸락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모습이 평화롭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바람에 의해 흔들리며 댓잎이 내는 소리에 귀기울여 보는 것도 이곳에서만 느낄수 있는 정취다.


 길게 이어진 산책길에는 벤치가 가는 곳마다 마련돼 있어 신록이 내는 나무향을 느끼며 잠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특이하게 자란 나무…또 다른 볼거리


 산책길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줄 지어 서있다. 나무들 중 특이하게 자란 나무들이 몇 있다.


 하늘을 향해 자라는 나무가 정석인데 이 나무들은 땅과 수평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태풍에 의해 나무가 휘어진 건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관리원은 “태풍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나무가 옆으로 자라고 있었다”며 “이런 모습도 또 다른 볼거리가 아니겠냐”며 웃음을 보였다.


 산책길을 거니는 나들이객 한 가족은 평온해 보였다.


 이승진(45·김해시 삼방동) 씨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공간이 잘 마련돼 있어 한 달에 2번 정도는 가족들과 함께 이 곳을 찾는다.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든다”고 말했다.


 ‘나무에 올라가지 마세요’ 경고문을 무시한 채 아이들은 특이하게 자란 나무 위를 오르내리며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왕릉 앞쪽에 연못을 볼 수 있다.
 제법 큰 연못에는 울긋불긋 잉어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방문객이 가까이 가거나 과자라도 던져주면 우루루 몰려들기도하며 반긴다. 연못에서 바라보는 왕릉의 옆모습은 정문에서 봤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물 위에 반사된 한낮의 봄햇살이 눈을 찡그리게 한다.

 

[경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