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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역사]

五大洞天과 천은사-地名에 나타난 불교⑤

[다음 글은 부산 미륵사 주지스님이신 백운(白雲)스님이 1988년 12월1일 불교관련 잡지 불일회보(佛日會報)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정설(定說)로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전해 내려오던 지리산의 역사.이야기와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만, 나름대로 논리와 의미를 지닌 글이라 여겨지며, 특히 수많은 사암(寺庵)이 존재하며 불국토(佛國土)를 이루었을 지리산에 대하여 불교의 문수보살(文殊菩薩)과 관련하여 내린 여러 곳의 지명 해석은 무척 독특하고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재작년, 약 20년 전 지면(紙面)을 통해 나왔던 이 기록을 뒤늦게 발견하고 흥분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자료로 삼고자 기고문을 편집하여 이곳에 옮겨놓습니다.]/[두류]

 

 

▣지명에 나타난 한국불교/불일회보/1988.12.1/

 

♧지리산과 불교-5

 

♧글/白雲/스님/부산 미륵사

 

♣오대동천(五大洞天)

 

지리산 남단(南端)에 소위 오대동천(五大洞天)이 있어 많은 불교유적과 숱한 설화(說話)를 간직하고 있다. 지리산 남쪽에 섬진강(蟾津江)이 흐르고 있어서 이 강을 사이에 두고 강 위 쪽은 지리산, 남쪽은 광양(光陽) 땅 백운산(白雲山)이 솟아 자연적인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이른바 오대동천에서 흐르는 물이 모두 섬진강에서 서로 만난다.

 

섬진강에서 지리산을 바라보고 맨 왼쪽이 감로동천(甘露洞天)이고, 두 번째 골짜기가 화엄동천(華嚴洞天)이며, 세 번째이자 중앙에 위치한 골이 문수동천(文殊洞天), 네 번째가 연곡동천(鳶谷洞天), 다섯 번째이자 맨 오른쪽이 화개동천(花開洞天)이다.

 

감로동천(甘露洞天)에는 감로사(甘露寺)라는 신라시대의 큰 가람이 있는데 약 이백 여년 전에 천은사(泉隱寺)로 이름을 바꿔서 지금은 천은사로 부르고 있다.

 

천은사는 신라통일기에 덕운조사(德雲祖師)가 개기(開基)하고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중창하였는데, 개창주(開創主) 덕운조사는 본시 노고단 북쪽의 만복대(萬福臺)에서 호젓이 수도하다가 천은사를 창건하였다.

 

이 덕운조사는 화엄경에 명시된 오십삼 선지식(禪知識) 중의 한 분인 덕운비구라고 전한다. 원래 지리산이 문수보살의 상주 도량이므로 오십삼 선지식 중 문수 다음으로 두 번째 선지식인 덕운비구가 계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원래 감로사였던 것을 천은사로 개칭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사유가 있었다.

약 이백 여년 전까지는 이 절에는 감로천(甘路泉)이라는 약수가 있었다. 그런데 밤만 되면 절구통만한 대망(이무기)이가 감로천 부근의 바위구멍에서 나와 회승당(會僧堂)의 부엌으로 와서 스님네가 잡숫고 남은 음식들을 모두 먹어 치우곤 했다. 이에 격분한 스님들이 대망이를 잡아서 화장해 버렸는데, 그 날 밤 대중들 꿈에 흰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나타나서 하는 말이

그대들이 나를 화장했으므로 나도 그대들을 화장하겠노라

 

이 꿈을 꾸던 날 밤 자정에 회승당 지붕에 불길이 일어나서 전체 가람을 깡그리 태우고야 말았다. 불이 난 뒤 감로천의 물도 또한 말라버리고 다시는 샘물을 얻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감로천(甘路泉)이 숨어버렸다고 절 이름을 천은사(泉隱寺)로 고치게 되었다.

 

감로동천(甘露洞天) 맨 꼭대기를 문수봉(文殊峰) 또는 차일봉(遮日峰)이라 하며 해발 천사백 여 미터나 되고 상봉 바로 아래에 석종대(石鍾臺)가 있다.

 

[계속]

 

♣백운스님 약력
·1934년 전남 生
·53년 동산스님을 은사로 비구계 수지
·60~82년 영동 중화사, 포항 오어사, 경기 영월암, 김해 장유암 주지 역임·범어사 지리산 토굴 등지에서 정진
·71~87년 화엄사, 범어사, 송광사 강사
·현재 부산 미륵사에 주석
·<양치는 성자> <진묵대사> <부설거사> 등 소설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