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태극종주 제 1일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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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자 : 두류/조용섭, 만강/김정구
♧답사코스 : 청계(임도입구)-삼거리-웅석봉-삼거리-밤머리재
♧교통편 : 시외버스,택시(산청-청계 13,000원)
♧운행시간
07:30 청계 임도입구
07:50 산행시작
10:55 웅석봉/중식/낮잠
14:00 출발
14:45 왕재
16:45 밤머리재/석식/운행종료
23:00 취침
♧답사후기
불볕도 아니면서 푹푹 찌는 듯한 더위, 소위 불쾌지수가 매우 높다는 삼복더위가 며칠 째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늘 그러하듯 여름 지리종주산행계획을 8월중순으로 잡아두었다.
서천의 현장에 있는 만강아우에게 이번 휴가계획과 산행의사를 타진해보니 휴가시기를 조정해서라도 함께 종주길에 나서자고하는데, 이번에는 산길을 늘려 4박5일간의 '태극능선종주'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모은다.
종주 시작 전날인 8월13일 저녁에 아우가 부산으로 내려왔다가 다음날 아침일찍 함께 산행 들머리인 경남 산청군으로 접근하기로했다. 하지만 모처럼 부산으로 내려 온 아우를 그냥 둘 리가 없다. 몇몇 분들이 함께하며 시작한 술자리는 이른 바 '13일의 금요일은 넘겨야 한다'며 몇순배를 돌고돌아 다음 날 02시께가 되어서야 파하게 된다.
우리는 그 시각(오전 2시경)에 부산서부터미널로 간다며 택시를 타고 산이의 집을 나섰다. 그러는 사이 산이는 내 손에 매실엑기스라며 한병을 건넨다. 그러고는... 어쩌다가 취기가 객기를 부려 결국 그 택시는 진주까지 직행을 하게된다. 약 03:30분경 진주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잠시 눈을 붙일 수가 있었지만 취기는 가시지를 않고 여전히 '토끼눈'들이다.
06:00에 있을 산청 첫차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터미널 대기의자에서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그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가 첫차를 타고 산청으로 이동한 후, 산청터미널에 있는 택시를 타고 당초 웅석봉으로 오름 들머리로 잡아두었던 어천마을로 가자고했다.
택시가 잠깐 움직이는 그 사이를 못이겨 이내 둘 다 잠에 빠져버렸고, 기사아저씨가 다 왔다며 내리라는 곳은 마을이 아니라, 산길 안내도가 세워져있는 임도 앞이다. 짜증을 내며 어천마을로 되돌아가자고하여 내려오려는데, 기사아저씨의 말로는 지금 도착한 이 길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길레 일부러 그리로 온 것이라한다.
가만히 생각하니 어천마을을 들머리로 삼자면 여기서 더 내려가서 산행을 시작하여야하는데, 어천마을을 들머리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 길을 마다 할 필요가 없지않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내려서 이 곳을 들머리로 삼아 산행을 시작하기로한다.
그 놈의 고도때문이 더 큰 이유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산행들머리, 포장 임도 주변에는 달맞이꽃이 많이 피어있다.
아차, 그런데 한가지 빼먹은 게 있다. 마을에서 준비하려고 생각을 하고있던 식수를 준비하지 못했다. 가만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오늘 같은 날 무엇보다도 챙겨야 할 식수를 말이다. 아뭏든 4일간 예정되어있는 종주산행의 출발이 어쩐지 스스로에게 불만이고 이는 또 무언가 나를 불안하게한다.
08:00
임도를 들어서자마자 물길로 예상되는 곳이 있기는했으나 여름 가뭄이 한창인 갈수기인지라 모두 말라있다. 들머리 우측으로 웅석봉 남동릉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이어지는 듯했으나 식수를 구하기 위하여 청계계곡쪽으로 빙 둘러가는 임도길을 걷기로 한다.
땀이 비오듯이 쏟아진다. 4.1Km로 표시되어있는 임도길이 생각보다는 길게 이어지는데, 전방에 보이는 달뜨기능선으로의 산자락으로도 연결되는 듯하고, 길 상태를 보아 도로포장한 지도 얼마되지않는 듯 하다.
우측의 능선에서 흘러내리는 실계곡도 모두 말라있어 물을 구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참을 걸어 발견한 곳도 물이 졸졸 흘러내려 나뭇잎을 대어 수통에 물을 받았다. 그 때 물벼룩 2마리도 함께 들어와 우리와 함께 산행을 하게된다. 휴식을 취할 때는 아예 웃통을 벗고 쉬었다.
산길진행방향의 좌측 아래로는 진록의 세상사이에 평화롭게 들어앉아있는 청계마을이 아름답고, 저수지(댐)도 잘 보인다.
이파리를 프로펠러 삼은 신갈나무 열매(도토리)가 조용히 내려앉는데, 하필이면 도로위로 떨어진다. 신갈나무의 지혜가 담긴 자손을 퍼뜨리는 신성한 행위이다. 열매를 주어 도로옆의 땅으로 옮겨놓는다.
어린내(어천)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3거리에서 웅석봉 오름길을 잠시 의논했다. 일단 식수를 확보했으니 숲길로 들어서서 바로 올라서기로한다. 숲길은 경사가 다소 심하다. 오랜만에 메는 75리터 대형배낭의 무게에 쉬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무더위는 심해 숨이 턱하고 막힐 지경으로 덥다.
거의 정상 9부능선을 올라섰을 때의 일이다. 맑던 날씨가 갑자기 꾸물해지는가했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소나기를 만난 것이다. 황급히 배낭커버를하고 그대로 비를 맞고 서있는데, 앞으로의 산행에 대한 '기상상태'를 처음으로 염려하게된다.
그 뒤부터 비는 가랑비로 바뀌어 왔다갔다를 반복하더니 날이 개인다. 키작은 나무들 사이를 걷는 바지가 다 젖어버린다.
능선의 턱을 올라서니 산불감시초소가 낯익은 웅석봉이 보인다. 2시간 30분이면 족히 걸릴 이 곳으로의 오름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무려 한시간 가까이 더 걸린 듯하다. 늘 하던대로 정상석에 손을 대려고 정상쪽으로가는데, 엄청나게 많은 날개미떼가 까맣게 포진하고있어 그냥 헬기장쪽으로 내려선다.
[날개미떼가 에워싸고있는 웅석봉 정상석]
[아래 만강/김정구]
[
웅석봉에서 헬기장으로 내려서서 샘터쪽 숲 아래에 배낭을 풀고 모종의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그 긴 걸음을 걸어야 할 사람으로서는 상상치도 못할 낮잠을 즐기는 것이었다. 운행계획상 잘못되었다고 할 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첫날 야간산행까지도 염두에 두었기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않았다.
물을 길러 간 만강이가 무어라 큰소리로 외치는데 큰일 났단다. 샘터가 물이 나오지않았고 양희은씨의 노래 '작은 연못'이 연상되는 고인 물만 있을 뿐이다. 이 샘터의 물을 염두에 두고 많은 물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정말 큰일이다.
마침 만강이가 휴대용 정수기를 준비해왔다. 가재 한마리가 살고있는 것으로보아 그리 더러운 물은 아닌 것 같으니 정수펌프로 물을 길어 취사를하자고한다. 찜찜하기는했으나 밤머리재 내려갈때까지의 식수는 끓여서 먹기로하고 수낭에 가득 물을 긷는다. 그 물은 샘터물을 믿고 물을 준비하지않은 어느 산행인에게는 감로수를 보시할 기회도 주었다.
아침거리로 준비한 김밥과 떡, 그리고 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데 아침을 먹지않았으니 말하자면 아점이다. 식사후 꽤 오랜 시간동안 눈을 붙인 것 같은데도 왠일인지 몸은 더 찌부등하니 상태가 별로 좋지가 못하다.
웅석봉에서 밤머리재로 내려서는 길이 그리도 힘든 경우는 없었다. 고개를 빤히 내려보면서 걷는데도 다리가 말을 들어주지않는다. 거의 모든 기관의 힘이 다 소진되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간신히 밤머리재로 내려선다.
아마도 '더위먹다'는 그 낯설게 들리던 말이 나에게도 찾아왔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밤머리재 아래 나오는 시원한 물을 생각하며 몸을 추스린다.
[밤머리재를 내려서서 사진 오른쪽에 뾰족 솟아있는 깃대봉을 오른 후, 주능선까지 이어지는 동부능선을 부지런히 걸어서 이어야한다]
고개로 내려서자마자 물을 길러 내려 간 아우가 무려 30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는다. 왠일인가 싶어 불길한 마음으로 내려가려는데 그제서야 수낭을 든 아우가 올라오며 한마디한다. '형님, 이 곳의 물도 마를 때가 있습니까?' 전혀 예상치를 못했던 일인데 그 콸콸 흐르던 밤머리재의 물도 졸졸 흐르고 예전에 없던 '음용부적합'이라는 수질검사 결과가 붙어있더란다.
그리고 낮잠을 즐기고 내려서긴했으나 뭔가 몸에 잘못이 있어 힘든 산행을 한 것 같은 나는 아우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소주 한잔하고 잠 푸~욱자고 저녁먹고 시원한 밤에 출발하는게 좋겠나? 아니면 이 더운데 지금 계속 올라갈까?"
묻는 분위기로보아 아우의 답이 어떻게 나올 지는자명한 터...
그 긴 태극능선종주에 나선 두 사람은 오후의 시침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려는 그 즈음, 밤머리재에서 일탈을 꾀한다. 하지만 마신 술이라고해봐야 내 손바닥만한 200ml짜리 페트 2병이니 얼마 마시지는 않았고, 이른 저녁을 함께 해결하고 메트리스를 깔고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기상시각은 19:30분으로하고....
하지만 기상시각에 이르기도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할 일이 생기고말았다. 갑자기 한차례의 돌풍과 바람이 휙하고 지나가더니 금서면 수철리쪽에서는 번개가 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드는 생각은 오늘 산길의 진행가능 여부였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왕등재로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고, 설사 깃대봉 지나면 나오는 야영장소로 갈 수 있다하더라도 기상상태가 너무 염려스러웠다.
조금전까지의 여유를 부리던 것과는 달리 신중하게 의논한 결과 달리 '산길'보다는 '안전'을 택하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비박용 플라이를 밤머리재 주차장 한켠에 치게 된다.
아~ 아늑한 우리의 보금자리가 완성되고...
그리고... 그 긴긴밤을 한모금의 알콜도없이 밤을 지낼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오늘 운행을 하지못한 만큼 더 운행을 해야만하는(힘들겠지만) 내일의 일정이 만만치가 않아 우리는 조금밖에(?) 마시지않고 일찍 잠자리 들었다.
아마도 새벽에 이를 어느 때쯤이었던것같다. 갑자기 불어닥치는 바람과 함게 추위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여름침낭가지고 버티고 있던 나는 결국 일어나서 예비용으로 가져간 긴팔남방을 껴입게 된다. 그런데 그 바람은 예고였다. 팩까지 뽑아버리는 강풍이 세차게 불더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사정없이 우리를 덮고있는 플라이를 때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비박용 텐트플라이라 바닥이 열려있어 물에 젖는 것을 대비해 배낭패킹을 단단히 챙기고는 다시 잠자리에 드는데, 비는 계속 내린다. 그 긴 여정 중 이제 비로소 그 시작이라 할 수있는 동부능선 오름길을 걸으려는데 이 정도의 비가 계속 내린다면 우리의 태극능선종주는 아마도 힘이 들지않을까하는 생각이 언듯 해보게된다.
그런데...새벽녘 그 난리를 치르고 우리가 잠이 깬 시각, 09시경...
거짓말같이 말짱한 해가 중천에 떠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제 2일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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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자 : 두류/조용섭, 만강/김정구
♧답사코스 : 청계(임도입구)-삼거리-웅석봉-삼거리-밤머리재
♧교통편 : 시외버스,택시(산청-청계 13,000원)
♧운행시간
07:30 청계 임도입구
07:50 산행시작
10:55 웅석봉/중식/낮잠
14:00 출발
14:45 왕재
16:45 밤머리재/석식/운행종료
23:00 취침
♧답사후기
불볕도 아니면서 푹푹 찌는 듯한 더위, 소위 불쾌지수가 매우 높다는 삼복더위가 며칠 째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늘 그러하듯 여름 지리종주산행계획을 8월중순으로 잡아두었다.
서천의 현장에 있는 만강아우에게 이번 휴가계획과 산행의사를 타진해보니 휴가시기를 조정해서라도 함께 종주길에 나서자고하는데, 이번에는 산길을 늘려 4박5일간의 '태극능선종주'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모은다.
종주 시작 전날인 8월13일 저녁에 아우가 부산으로 내려왔다가 다음날 아침일찍 함께 산행 들머리인 경남 산청군으로 접근하기로했다. 하지만 모처럼 부산으로 내려 온 아우를 그냥 둘 리가 없다. 몇몇 분들이 함께하며 시작한 술자리는 이른 바 '13일의 금요일은 넘겨야 한다'며 몇순배를 돌고돌아 다음 날 02시께가 되어서야 파하게 된다.
우리는 그 시각(오전 2시경)에 부산서부터미널로 간다며 택시를 타고 산이의 집을 나섰다. 그러는 사이 산이는 내 손에 매실엑기스라며 한병을 건넨다. 그러고는... 어쩌다가 취기가 객기를 부려 결국 그 택시는 진주까지 직행을 하게된다. 약 03:30분경 진주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잠시 눈을 붙일 수가 있었지만 취기는 가시지를 않고 여전히 '토끼눈'들이다.
06:00에 있을 산청 첫차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터미널 대기의자에서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그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가 첫차를 타고 산청으로 이동한 후, 산청터미널에 있는 택시를 타고 당초 웅석봉으로 오름 들머리로 잡아두었던 어천마을로 가자고했다.
택시가 잠깐 움직이는 그 사이를 못이겨 이내 둘 다 잠에 빠져버렸고, 기사아저씨가 다 왔다며 내리라는 곳은 마을이 아니라, 산길 안내도가 세워져있는 임도 앞이다. 짜증을 내며 어천마을로 되돌아가자고하여 내려오려는데, 기사아저씨의 말로는 지금 도착한 이 길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길레 일부러 그리로 온 것이라한다.
가만히 생각하니 어천마을을 들머리로 삼자면 여기서 더 내려가서 산행을 시작하여야하는데, 어천마을을 들머리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 길을 마다 할 필요가 없지않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내려서 이 곳을 들머리로 삼아 산행을 시작하기로한다.
그 놈의 고도때문이 더 큰 이유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FUJIFILM] FinePix F410 (1/169)s iso200 F7.0
[웅석봉 군립공원 안내도]산행들머리, 포장 임도 주변에는 달맞이꽃이 많이 피어있다.
[FUJIFILM] FinePix F410 (1/141)s iso200 F7.0
[달맞이꽃 군락]아차, 그런데 한가지 빼먹은 게 있다. 마을에서 준비하려고 생각을 하고있던 식수를 준비하지 못했다. 가만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오늘 같은 날 무엇보다도 챙겨야 할 식수를 말이다. 아뭏든 4일간 예정되어있는 종주산행의 출발이 어쩐지 스스로에게 불만이고 이는 또 무언가 나를 불안하게한다.
08:00
임도를 들어서자마자 물길로 예상되는 곳이 있기는했으나 여름 가뭄이 한창인 갈수기인지라 모두 말라있다. 들머리 우측으로 웅석봉 남동릉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이어지는 듯했으나 식수를 구하기 위하여 청계계곡쪽으로 빙 둘러가는 임도길을 걷기로 한다.
땀이 비오듯이 쏟아진다. 4.1Km로 표시되어있는 임도길이 생각보다는 길게 이어지는데, 전방에 보이는 달뜨기능선으로의 산자락으로도 연결되는 듯하고, 길 상태를 보아 도로포장한 지도 얼마되지않는 듯 하다.
우측의 능선에서 흘러내리는 실계곡도 모두 말라있어 물을 구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참을 걸어 발견한 곳도 물이 졸졸 흘러내려 나뭇잎을 대어 수통에 물을 받았다. 그 때 물벼룩 2마리도 함께 들어와 우리와 함께 산행을 하게된다. 휴식을 취할 때는 아예 웃통을 벗고 쉬었다.
산길진행방향의 좌측 아래로는 진록의 세상사이에 평화롭게 들어앉아있는 청계마을이 아름답고, 저수지(댐)도 잘 보인다.
[FUJIFILM] FinePix F410 (1/149)s iso200 F7.0
[청계댐]이파리를 프로펠러 삼은 신갈나무 열매(도토리)가 조용히 내려앉는데, 하필이면 도로위로 떨어진다. 신갈나무의 지혜가 담긴 자손을 퍼뜨리는 신성한 행위이다. 열매를 주어 도로옆의 땅으로 옮겨놓는다.
어린내(어천)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3거리에서 웅석봉 오름길을 잠시 의논했다. 일단 식수를 확보했으니 숲길로 들어서서 바로 올라서기로한다. 숲길은 경사가 다소 심하다. 오랜만에 메는 75리터 대형배낭의 무게에 쉬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무더위는 심해 숨이 턱하고 막힐 지경으로 덥다.
거의 정상 9부능선을 올라섰을 때의 일이다. 맑던 날씨가 갑자기 꾸물해지는가했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소나기를 만난 것이다. 황급히 배낭커버를하고 그대로 비를 맞고 서있는데, 앞으로의 산행에 대한 '기상상태'를 처음으로 염려하게된다.
그 뒤부터 비는 가랑비로 바뀌어 왔다갔다를 반복하더니 날이 개인다. 키작은 나무들 사이를 걷는 바지가 다 젖어버린다.
능선의 턱을 올라서니 산불감시초소가 낯익은 웅석봉이 보인다. 2시간 30분이면 족히 걸릴 이 곳으로의 오름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무려 한시간 가까이 더 걸린 듯하다. 늘 하던대로 정상석에 손을 대려고 정상쪽으로가는데, 엄청나게 많은 날개미떼가 까맣게 포진하고있어 그냥 헬기장쪽으로 내려선다.
[FUJIFILM] FinePix F410 (1/200)s iso200 F7.0
[날개미떼가 에워싸고있는 웅석봉 정상석]
[아래 만강/김정구]
[FUJIFILM] FinePix F410 (1/322)s iso200 F7.0
[FUJIFILM] FinePix F410 (1/322)s iso200 F7.0
[두류][ 웅석봉 정상앞에서 폼을 잡아보았지만 원판이 좋지않으니...]웅석봉에서 헬기장으로 내려서서 샘터쪽 숲 아래에 배낭을 풀고 모종의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그 긴 걸음을 걸어야 할 사람으로서는 상상치도 못할 낮잠을 즐기는 것이었다. 운행계획상 잘못되었다고 할 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첫날 야간산행까지도 염두에 두었기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않았다.
물을 길러 간 만강이가 무어라 큰소리로 외치는데 큰일 났단다. 샘터가 물이 나오지않았고 양희은씨의 노래 '작은 연못'이 연상되는 고인 물만 있을 뿐이다. 이 샘터의 물을 염두에 두고 많은 물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정말 큰일이다.
마침 만강이가 휴대용 정수기를 준비해왔다. 가재 한마리가 살고있는 것으로보아 그리 더러운 물은 아닌 것 같으니 정수펌프로 물을 길어 취사를하자고한다. 찜찜하기는했으나 밤머리재 내려갈때까지의 식수는 끓여서 먹기로하고 수낭에 가득 물을 긷는다. 그 물은 샘터물을 믿고 물을 준비하지않은 어느 산행인에게는 감로수를 보시할 기회도 주었다.
아침거리로 준비한 김밥과 떡, 그리고 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데 아침을 먹지않았으니 말하자면 아점이다. 식사후 꽤 오랜 시간동안 눈을 붙인 것 같은데도 왠일인지 몸은 더 찌부등하니 상태가 별로 좋지가 못하다.
웅석봉에서 밤머리재로 내려서는 길이 그리도 힘든 경우는 없었다. 고개를 빤히 내려보면서 걷는데도 다리가 말을 들어주지않는다. 거의 모든 기관의 힘이 다 소진되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간신히 밤머리재로 내려선다.
아마도 '더위먹다'는 그 낯설게 들리던 말이 나에게도 찾아왔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밤머리재 아래 나오는 시원한 물을 생각하며 몸을 추스린다.
[FUJIFILM] FinePix F410 (1/1000)s iso200 F7.0
[밤머리재 내려서며 바라 본 주능선의 위용][밤머리재를 내려서서 사진 오른쪽에 뾰족 솟아있는 깃대봉을 오른 후, 주능선까지 이어지는 동부능선을 부지런히 걸어서 이어야한다]
고개로 내려서자마자 물을 길러 내려 간 아우가 무려 30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는다. 왠일인가 싶어 불길한 마음으로 내려가려는데 그제서야 수낭을 든 아우가 올라오며 한마디한다. '형님, 이 곳의 물도 마를 때가 있습니까?' 전혀 예상치를 못했던 일인데 그 콸콸 흐르던 밤머리재의 물도 졸졸 흐르고 예전에 없던 '음용부적합'이라는 수질검사 결과가 붙어있더란다.
그리고 낮잠을 즐기고 내려서긴했으나 뭔가 몸에 잘못이 있어 힘든 산행을 한 것 같은 나는 아우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소주 한잔하고 잠 푸~욱자고 저녁먹고 시원한 밤에 출발하는게 좋겠나? 아니면 이 더운데 지금 계속 올라갈까?"
묻는 분위기로보아 아우의 답이 어떻게 나올 지는자명한 터...
그 긴 태극능선종주에 나선 두 사람은 오후의 시침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려는 그 즈음, 밤머리재에서 일탈을 꾀한다. 하지만 마신 술이라고해봐야 내 손바닥만한 200ml짜리 페트 2병이니 얼마 마시지는 않았고, 이른 저녁을 함께 해결하고 메트리스를 깔고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기상시각은 19:30분으로하고....
하지만 기상시각에 이르기도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할 일이 생기고말았다. 갑자기 한차례의 돌풍과 바람이 휙하고 지나가더니 금서면 수철리쪽에서는 번개가 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드는 생각은 오늘 산길의 진행가능 여부였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왕등재로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고, 설사 깃대봉 지나면 나오는 야영장소로 갈 수 있다하더라도 기상상태가 너무 염려스러웠다.
조금전까지의 여유를 부리던 것과는 달리 신중하게 의논한 결과 달리 '산길'보다는 '안전'을 택하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비박용 플라이를 밤머리재 주차장 한켠에 치게 된다.
아~ 아늑한 우리의 보금자리가 완성되고...
그리고... 그 긴긴밤을 한모금의 알콜도없이 밤을 지낼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오늘 운행을 하지못한 만큼 더 운행을 해야만하는(힘들겠지만) 내일의 일정이 만만치가 않아 우리는 조금밖에(?) 마시지않고 일찍 잠자리 들었다.
아마도 새벽에 이를 어느 때쯤이었던것같다. 갑자기 불어닥치는 바람과 함게 추위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여름침낭가지고 버티고 있던 나는 결국 일어나서 예비용으로 가져간 긴팔남방을 껴입게 된다. 그런데 그 바람은 예고였다. 팩까지 뽑아버리는 강풍이 세차게 불더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사정없이 우리를 덮고있는 플라이를 때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비박용 텐트플라이라 바닥이 열려있어 물에 젖는 것을 대비해 배낭패킹을 단단히 챙기고는 다시 잠자리에 드는데, 비는 계속 내린다. 그 긴 여정 중 이제 비로소 그 시작이라 할 수있는 동부능선 오름길을 걸으려는데 이 정도의 비가 계속 내린다면 우리의 태극능선종주는 아마도 힘이 들지않을까하는 생각이 언듯 해보게된다.
그런데...새벽녘 그 난리를 치르고 우리가 잠이 깬 시각, 09시경...
거짓말같이 말짱한 해가 중천에 떠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제 2일째로]
출처 : 지리산 산길따라
글쓴이 : 두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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