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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종주]

[스크랩] 태극능선, 발길 닿는대로 걷다- 기록에 앞서

♧지리산 태극능선종주 기록

♣답사기록에 앞서

지리산 태극능선이라함은 경남 산청의 웅석봉에서 전북 남원 인월 덕두
산까지 이르는 능선(마루금)이 마치 태극원안의 빨강과 파랑을 가르는
선처럼 생겼다고해서 최근에 그 긴마루금길을 종주하려는 지리산꾼들
로부터 이름 붙여진 것이다.

보통 지리주능선을 일컫는 천왕봉-노고단에서 동쪽방향으로 천왕봉-
동부능선-웅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또 서북쪽 방향으로 노고단-서북
능선-덕두산에 이르는 능선을 각각 더 이어간 것이다.

그리고 이 능선은 우리나라의 척추, 근간을 이루는 백두대간의 마루금
최남단 길이 북상하는 것과 대부분 함께하는 데에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리봉 지나 백두대간과 태극능선(지리서북능선)길이 갈림)

이 긴 마루금은 그 도상거리가 약 80Km에 이르며 들머리 오름길과 하
산길로 내려서는 거리까지를 감안하면 적어도 90Km에 이르러 이 마루
금을 답파하려면 적어도 4박5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보면 된다.

그런데 극히 최근에 들어와서는 이 구간을 무려 3일만에 답파하는, 거
의 달리는 수준의 팀들도 심심치않게 나타나고있는데, 아마도 이는 산
중 야영을 피하고 대피소를 이용하는 등 배낭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야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산행을 즐기려면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지구력을 지녀야함은
몰론이거니와 독도법 등의 산행요령을 겸비하고, 인도어클라이밍등으
로 습득한 산행정보 등(샘(泉))으로 구간과 운행계획등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장기산행은 결국 중력과의 싸움이다. 우리는 어쩌면 그 결과를 예견하
고있었으면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결과가 어디쯤일지, 시간이
허락하고 걸음을 옮길 수 있는 곳까지 걷자는 심정으로 걸음을 시작했
다. 어떻게 보면 '되면 될 대로'라는 식의, 내가 가장 경계하는 방식의
산행을 한 것같은데 '일탈'이라는 표현으로 그 마음을 받아드려도 무
방할 것 같다.

따라서 우리의 걸음이 찍어놓은 시간기록들은 아마도 참고하고 적용
하기에 그리 적당하지않은 것임을 미리 밝혀두고자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나,만강) 태극능선을 완주하지못했다. 내가 당초
예정했던 4박5일의 시간이 급한 일로 하루가 줄어버렸고, 마지막 5일
째는 아우(만강) 혼자서라도 능선종주를 마무리 지으려했으나 아쉽게
도 때맞추어 올라 온 태풍 '메기'때문에 산행을 포기하지않으면 안되
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쉬운 것도 안타까운 것도 없다. 서로를 배려하며, 당
초 다짐한 바와 같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걸으려고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다.

숨이 턱턱 막혀오는 더위와, 늦은 밤 계곡으로 내려 와 몸담그고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버리며 즐거워하던 시간, 산행내내 밤이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 와 판단력과 의지를 시험하던 바람과 비, 짙은 개스때문
에 한치앞을 보지못하고 더듬거리며 걷던 길들, 가을을 준비하는 은
밀한 기운이 느껴지는 숲의 움직임을......

이 단상들은 오랫동안 나의 뇌리속에 머물며 나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두류]
출처 : 지리산 산길따라
글쓴이 : 두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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