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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 情 無 限

장미의 집, 혼돈에 빠지다

 

                                         [부추꽃]

 

 

 

                                         [달개비. '닭의장풀'이라고도 한다]

 

장미의 집, 혼돈에 빠지다

 

얼마 전, 나의 작은 화단 ‘장미의 집’에 터를 잡은 쇠무릎과 달개비를 보고,

'성역으로의 도피인가?, 더불어 삶인가, 치열한 생존경쟁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

 

물론 나는 이때, 풀 두 녀석이 '나의 풀뽑기 작업'을 피해 장미의 집으로

피신한 것으로 단정지었었다.

 

무심히 보름 여 일이 지난 어제 오후,

낮에는 잎을 폈다가, 밤이면 마치 나비처럼 잎을 오무리는 결명자를 만나기

위해 화단으로 걸음했다가, 잊어버리고 있던 일을 깨친 것처럼 장미의

집에 눈길을 두었다.

 

 

                                                     [결명자]

 

 

                                 [새콩]

 

지금 장미의 집은 혼돈에 빠진 듯하다.

장미넝쿨 밖으로 뻗어 나온 쇠무릎과 달개비(닭의장풀)는 아직 떠날 생각도

않는데, 어느 새 새콩이라는 녀석도 가시덤불 안쪽에 자리를 잡고는, 뒤엉켜

있는 이 세 녀석을 넝쿨로 묶어 나가는 있는 중이다.

 

 

 

 

가을을 맞이하는 이즈음 장미가 꽃을 피운 것은, 철을 모르거나 혹은 철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아마도 스스로 달군 열기에 놀라 깨어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바야흐로 장미는 지금 멘붕!

 

나의 폭력적 풀뽑기 공격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예쁘게 꽃을 피운 부추가

대견하다.

 

2014. 9.3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