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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 情 無 限

'달바라기', 요천 뚝방길에서

 

 

 

#행복한하루

엊그제부터 나의 ‘밤마실’은 바람에 씻겨 깨끗해진 하늘을 바라보는 “달바라기’와 함께 이루어졌다. 어제가 백중(음력 7월 보름)이니 말하자면 3일 연속 ‘달바라기’ 시리즈로 밤 산책을 나선 것이다.

 

요천 뚝방길에서 강물을 비치는 달을 마주하며 걷는 일은 가끔은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흥얼거리게 하거나, 어떤 때는 제쳐두었던 ‘지리산 논문’의 갈무리를 생각케도 하는 등, 현안으로 부딪히는 경제적 활동과는 다른 낭만적이거나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내게 한다.

 

그저께 자정 경, 하도 달빛이 좋아 뚝방길을 떠나지 못하고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달과 옅은 구름이 만나는 모습을 만났다. 구름 속으로 달이 들어가자 마치 화룡점정(畵龍點睛)처럼 구름은 ‘어신(漁神)’이 되었고, 어신은 곧장 요천으로 내려올 요량이다.

 

 

 

 

 

정작 어제 밤 중천에 떠있는 백중날의 보름달은 얼굴만 조금 내밀더니 서쪽의 검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는 나오지 않았다.

차려진 곡식은 없지만, 홀로 부처님을 뵙고 재(齋) 아닌 재를 지내고 오다.

 

 

 

2014. 8.11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