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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기록]

불일폭포, 그 아름다운 물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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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일폭포. 많은 비가 내린 후라 수량이 엄청나다]

 

 

불일평전, 불일현폭을 만나다.

 

부산을 출발하여 지리산 자락 하동군 화개로 향하는 길, 경남 서남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는 일기예보는 마치 등산복 차림의 우리더러 들으라는 듯 기상특보를 통해 계속 들려온다. 아니나다를까 화개로 들어서니 빗줄기가 더욱 굵어진다. 이미 많은 비가 내렸던지, 지리산 남부 산자락의 물길을 모아 섬진강으로 내려 보내는 화개천은 느리고 조용하던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허연 포말을 지으며 예사롭지 않은 기세로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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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평전 소망탑과 옥잠화]


 

쌍계사 북쪽에 자리잡은 국사암 주차장, 우리보다 한발 먼저 찾아 든 어둠이 산자락을 토닥거려 놓은데다, 비마저 하염없이 내리니 스산한 느낌이 엄습한다. 하지만 비 소리만 가득 메우고 있던 이 공간은 산행준비를 하는 일단의 힘차고 부산한 움직임에 의해 활력을 띠며   오히려 달뜬 열기마저 느껴지게 된다. 빗줄기 때리는 소리가 경쾌한 리듬을 탄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 그 때쯤이었을 것이다.

 

배낭을 매고 산길로 휘적휘적 들어가는 모습에서 순례와 구도의 길을 나선 이들을 떠올리며 마음의 평화를 느끼다. 오늘 우리가 가야 할 지리산 남쪽자락의 불일평전은 옛사람들이 理想鄕(이상향) 靑鶴洞(청학동)으로 여겨왔던 곳, 산길에 접어든 사람들은 마치 청학동에 이르는 비밀의 문으로 들어서는 듯, 속속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봉명산방, 고욤나무와 매화나무를 호위병 삼아, 불일평전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집이다. 이 당호는 소설가 정비석 선생이 지었다고 이 집의 옛 주인 어른은 늘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셨다. 안타깝게도 지난 6월 중순, 30년 동안 이 집을 지켜오시던 옛 주인이신 변규화 선생은 유명을 달리 하고 말았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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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명산방 앞에서. 오른쪽 무성한 이파리의 키 큰 나무가 고욤나무. 사진:창준] 

 

자정을 넘기고도 한참 더 지나, 거의 신 새벽이 다와 갈 무렵까지 천안에서 내려오는 아우를 기다리다가 결국은 잠자리에 들다.

 

아침 6, 비록 짧은 잠을 잤지만, 머리는 비교적 맑다. 이른 아침을 먹고 불일암으로 향하다. 먼저 폭포를 들렀다. 많은 비가 내려 수량을 늘린 불일폭포의 모습이 참으로 헌걸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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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탑과 봉명산방   사진:창준  ]

 

폭포에서 불일암으로 되돌아와, 암자 뒷마당 오른쪽 사면에 있는 사립문으로 들어선다. 오늘 답사할 산길은 폭포 위의 계곡을 건너서 정면의 능선(내원능선)에 닿은 후, 삼신봉 코스에 있는 상불재를 만나 기존 등산로를 통해 불일평전으로 내려서는 코스로 잡았다. 당초 국사암 능선을 타고 불일평전으로 내려서는 코스를 답사할 예정이었으나, 비 때문에 조금 더 안전하고 짧은 산길로 코스를 변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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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에서 내려다 본 풍경]

 

상불재에 이르자 간간이 내리던 비도 그쳤다. 우중산행으로 비록 짧은 길을 걸었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힘찬 폭포의 모습과 지리산의 깊은 산자락을 더듬고 올라온 기분 좋은 느낌으로 산자락이 유쾌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여유로운 휴식을 취한 후, 하산 길에 들어서다. 숲 곳곳에 퍼져있는 기운에 몸도 마음도 환해진다. 봉명산방 방안의 글 ‘瑞氣滿堂(서기만당)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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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불재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숲]

 

 

두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