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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기록]

지리산 산길따라 시산제 축문

 

[2008년 지리산 반야봉 시산제 모습. 맨 왼쪽이 초헌관인 두류/조용섭이고, 중간에 축문을 낭독하고 있는 분이 축문 작성자인 강영환 시인, 그리고 맨 오른쪽에 있는 분은 시산제 진행을 맡은 지산의 원년 멤버 입속의 말/김길봉님]

 






아래 글은 지리산 답사모임 '지리산 산길따라'의(다음 카페)

2010년 경인년 시산제 축문입니다.


축문 작성은 민족문화작가회의 부산지부장을 역임하였고,

이주홍 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강영환 시인이 맡았습니다.


‘지리산 산길따라’ 창립회원이기도 한 시인은 '벽소령', '그리운 치밭목' 등

지리산 연작시를 발표하여 큰 호응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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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 따라> 2010 경인년 시산제 축문



산에 올리는 마음




유세차,

우리나라 4343년, 서기 2010년 경인년 정월 열흘.

<지리산 산길 따라> 가족 일동은

어머니 산 지리산 주산에 올라

천지신명과 지리산 산신께 삼가 엎드렸나이다.


자연을 아끼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함께 지리산 자락을 땀으로 채워 온 지 어언 아홉 해

그동안 큰 사고 없이 산길을 걸어 왔음은

굽어 살펴 주신 음덕임을 가슴에 새기고 있나이다.

어리석은 저희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깊은 정을 나누며,

입산의 기쁨을 함께하는 것도

지순한 저희 마음을 어여삐 지켜 주셨기 때문입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지리산 산신이시여!


지리산은 저희가 들면 들수록 잘 알지 못하는 산임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 인간이 어찌

하늘이나 땅의 뜻을 알 수 있으리요만,

지나가다 꺾어버린 나뭇가지나 구르는 돌멩이 하나에도

당신의 지혜가 담겨져 있음이며,

어린 마음으로 무심히 짓밟고 지나가버린 풀포기나

작은 벌레 한 마리까지

당신이 지으신 생명이 깃들어 있음을 잘 알고 있나이다.


저희가 산에 들어 당신과 함께하는 뜻은

저희들로 하여금 생명을 존중하고

이웃의 안타까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싹 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당신이 저희를 사랑하는 뜻만큼이나마

저희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채찍질하시고 다독여 주시길 바라나이다.


지리산 산신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어리석은 마음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4대강을 죽이려는 무모함을

노여워하거나 허물하지 마시고

지리산과 4대강이 제 모습을 온전히 보전될 수 있도록

저희들의 염력과 지혜를 일으켜 세우소서.


저희 <지리산 산길 따라> 가족은 물론

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이들의 가정에 화목과 평안이 깃들어

하는 일에 다복함과 만사형통이 깃들게 하시어

화합과 행복이 넘치는 나라가 되게 하소서.


오늘, <지리산 산길 따라> 가족 일동은

정갈한 음식과 맑은 술을 올리며 엎드렸나이다.

저희들의 간절한 염원을 들어 이뤄지게 하소서.

이뤄지게 하소서


천지신명이시여, 지리산 산신이시여!


상향.


단기 4343년 1월 10일

<지리산 산길 따라> 가족 일동


[축문 작성자 : 시인 강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