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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풍경]

지리산 바래봉에서 만난 풍경

by 지리산 마실 2007. 5. 22.

[지리산 서북능선 팔랑치 풍경]


그리움, 긴 기다림 끝의 만남이었지만,
기다렸던 세월만큼 그리움만 더 늘렸다.


가슴 먹먹한 안타까움 없이 사랑을 어디 쉽게 이루랴마는

그 찰나 같은 시간에 일년의 개화를 속절없이 버림에는

내게 전할 어떤 이야기가 있음이리라.



[지리산 바래봉]

지리산 바래봉 철쭉 꽃불을 만나러 갔더니

지난 주중, 단 이틀동안의 비바람에 천상의 화원이 사라져버렸다.

몸을 날리듯 세차게 부는 바람에 그저께 이 산상에서 일어났을

아우성의 현장이 짐작된다.


[바래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뒤)과 중북부(앞.삼정산)능선.  주능선 중앙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

 

달뜬 5월 하순의 열기는 저 멀리 지리산 주능선으로의 눈길도 막았다.

다만 두텁게 드리워진 잿빛 구름은 드문드문 떠있는 맑은 하늘호수의

스카이 블루를 더욱 푸르게 만들며 넌지시 희망을 심어놓은 듯하다.

[바래봉에서 바라본 서북능선. 오른쪽의 마을은 남원시 운봉읍. 왼쪽 멀리 뾰족한 봉우리가 고리봉이고, 그 뒤 평평한 모습의 봉우리가 만복대. 백두대간마루금은 고리봉에서 오른쪽 운봉읍으로 내려서며 여원치로 이어진다]

 

내게로 오라는 메시지가 온 세상에 퍼진 듯,

지리산 고스락 중 가장 작고 황량한 봉우리로 사람물결이 일고있다.

바래봉으로 넘어오는 서북능선도 오늘은 단정하게 엎드린 채

수많은 순례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풀꽃들,

명색이 지리자락이 뭐 이래!하며 볼멘소리로 한마디했더니

제비꽃 녀석들도 서운한 듯 바람에 몸을 맡겨버린다.

점나도나물 요 흔하고 조그만 녀석들과 그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니


[점나도나물]

 

아무렴, 인연도 사랑도 쉬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지

아직 나의 사랑은 모자람이고, 꾸밈이 넘치는 것을 경계해야 해.

오랜만에 내 그림자와의 대화가 끝나자

제비꽃 무리들이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태백제비꽃]


[제비꽃]



[양지꽃]


 

07/05/19/

-지리산 바래봉에서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