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 정상]
■지리산 바래봉
5월의 남도 철쭉, 그 현란한 색의 향연을 맞이한 시인은
시린
눈, 벅찬 가슴 풀어낼 ‘글(詩語) 하나’
잡지 못해 절망이다.
시인은 키 작은 나무를 담금질하던 지난 겨울의 폭설과 바람을 생각했다.
그리고
잎 떨군 그네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던 안개와 비까지도…
침묵보다 깊은, 아니 침묵을 앞장세워 무념으로 들어가던 그니가 갑자기
외쳤다.
“꽃불이야! 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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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9일 일요일, 태풍 에위니아가 남도땅으로 북상하고 있던
날,
남원 산내면의 팔랑마을에서 잠을 자고 지리산 바래봉을 올랐습니다.
[팔랑치에서 내려다 본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 주능선은 기상특보에 맞춰 입산통제를 했지만,
서북능선 자락은 그리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고 또 통제도 하지
않는 곳이라 오를 수가 있었지요.
비를 조금 맞긴 하였지만 그리 많이 젖지는 않았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비옷과 윗옷을 벗어버리고 비를 맞으며
시원하게 걸었습니다.
[바래봉 샘 직전의 싱그러운 초록숲]
[바래봉 오름길]
[바래봉 정상]
철쭉이 없는 바래봉은 지리산 태극종주를 할 때 거쳐가긴 해도,
일부러 이 봉우리를 목표로 오르는 경우는 참 드뭅니다.
[중나리]
지리서북능선 바래봉과 세걸산 사이에 있는 고개인 팔랑치로 오르는
도중, 저가 좋아하는 성수자 시인의 ‘시어(詩語)’인
‘꽃불이야!’가
생각 났습니다.
‘이
세상에는 버릴 게 없다’라는
마음,
비 내리는 산자락에서, 소박하고 선한 시인을
생각하며,
잔잔히 웃음짓게 하던 그 시간을 떠올립니다.
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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