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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금 답사일지/낙 동 정 맥

[마루금]낙동정맥 구간종주 제21구간 답사일지

마루금답사모임 뫼벗 낙동정맥 구간종주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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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간명 : 제 21구간(지경고개 - 노포고개 : 도상거리 약 29.6Km)
(코스) : 35번국도-<0.7Km>-지경고개(울산-양산)-<1.9Km>-노상산(342.7)
-<4.1Km>-정족산(700.1)-<6.0Km>-천성2봉(812)-<2.2Km>-천성산
(922)-<0.7Km>-원효암 갈림길-<0.7Km>-야영지(1박)
*구간 도상거리 : 15.6Km

야영장-<0.7Km>-원효암 갈림길-<1.0Km>-720봉-<0.5Km>-군부대
-<2.0Km:계곡우회(1.5배)>-596.6봉-<2.5Km>-운봉산(534.8)-<2.0Km>
-437.6봉-<2.5Km>-목장입구-<2.5Km>-270고지-<1.0Km>-노포고개
*구간 도상거리 : 14.0Km 총 29.6Km (총운행 도상거리 : 31Km)


2. 일 시 : 2002. 4.27(토)-4.28(일)
3. 소재지 : 울산 울주군 삼남면,삼동면.웅촌면,
경남 양산시,하북면.상북면,웅상읍,동면
부산 금정구 노포동.
4. 날 씨 : 맑음
5. 참가자 : 제환상,이귀선,이용곤,조용섭,장병천,손화일,이영숙,김현을 이상 8명
6. 산행형태: 1박2일 야영/워킹 종주산행
7. 도엽명 : 1/50000: 양산(梁山)(NI 52-2-20)
8. 교통편 : 대중교통(신평터미널)
9. 운행시간표(후미기준)

- 2002.4.27(토)

10:20 신평터미널 집결
10:40 35번 국도/산행시작
10:51 지경고개/대기
11:00 출발
11:45 휴식(골프장길-능선 합류)
12:00 출발
12:10 노상산(342.7M)
12:35 솥발산공원묘지
12:52 휴식
13:04 출발
13:30 헬기장
13:59 정족산(700.1M)
14:04 휴식
14:15 출발
14:26 무제치늪/임도
14:40 헬기장/안부/이정표
15:01 안적고개
15:13 통신중계탑/중식/휴식
16:12 출발
17:02 삼각점(800고지)
17:35 천성2봉(812M)/휴식
17:51 출발
18:08 갈림길/우측 숲길진행
18:14 갈림길/우측진행
18:54 천성산/군부대/좌측으로 우회
19:11 군부대 도로도착/이정표
19:22 원효암 갈림길
20:10 야영지/석식
22:30 취침(1박)

- 2002. 4.28(일)

05:30 기상/세면/조식
07:30 산행시작
07:48 원효암 입구/식수보충
08:01 원효암 갈림길/도로/출발
08:22 720봉/갈림길/대기
08:29 출발
08:43 도로/군부대/우측 계곡으로 우회
09:09 휴식
09:15 출발
09:37 능선도착/휴식
09:48 출발
10:15 596.6봉/삼각점(597.2M)
10:41 안부/갈림길
11:05 휴식
11:13 출발
11:24 운봉산(536.6M)
11:30 삼각점(534.4M)/갈림길
11:42 임도
12:05 437.6봉
12:12 휴식
13:05 출발
13:18 삼각점(299.4M)
13:28 중식/임도/외딴 집 위
14:17 출발
14:20 유락농원 입구/도로/우회
14:51 남락마을/도로 건넘/부산시 경계
15:09 안부/휴식(부산칸트리클럽 옆)
15:14 출발
15:25 봉우리(약 270고지)
15:43 차단기(고속도로위 육교 앞)
15:50 노포고개(자두농원 입구)/산행종료


10. 후 기

가. 신음하는 천성산, 천성산은 살려야 한다.

이번 21구간은 천성산 구간으로 정족산(鼎足山 700M), 천성산(千聖山 922M), 운봉산

으로 산길이 이어지며, 그 들머리와 날머리가 각각 지경고개(地境양산-울산,부산-양산)

와 골프장(통도c.c,부산c.c), 그리고 경부고속도로를 지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양산시 상북면,하북면,웅상읍에 걸쳐있는 천성산은 원래 원효산이라 불리우던 곳으로
양산시지명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립지리원이 산이름을 변경하였는데(고시일자:
2000.5.30), 그 변경의 취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시 상북면 대석리 산 1-2번지, 웅상읍 평산리, 하북면 용연리에 위치하고 있는
원효산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수도한 곳이라 하여 국방부지리연구소에서 1961.4.22자
로 원효산으로 고시하였고, 또한 원효산으로 각종 지도상에 표기 관리하여 왔으나,

- 동국여지승람 양산군편에 의하면
圓寂山 -> 左郡地理 二十一云 千聖山 一云 小金剛山으로 고증되어 있고,

- 또한 "양산군 내고장 전통"편 (83년발행)에 의하면 지금부터 1300년전 원효대사가
화엄벌(현 원효산 정상부근)에다 집을 짓고 천명의 제자를 가르치고 자신 또한 공부
하였다 하여 천성산으로 불리우게 되었다는 근거가 있으며,

- 우리관내 초.중.고교 교가 등 가사 첫머리에 천성산을 소재로하여 불리어 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99.12.9 양산시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원효산을 천성산으로 지
명 변경하게 되었음.'(마운틴 울산에서 기사발췌)

원적산은 천성산의 또 하나의 옛 이름이고 산경표에 나와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종전에 천성산이라 불리우던 812M 높이의 아름다운 바위봉우리는 이제 천성2봉이라는
이름을 얻어 옛날의 영화가 쇠락한 듯하나, 군사시설이 들어서있는 주봉보다는 여전히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고, 산행코스도 주로 이곳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오르는 산길은 아주 다양하게 잘 열려있다.

가장 아름다운 계곡은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인 내원사로 오르는 길이라 할 수 있
다. 하지만 천성산의 서쪽 자락에 있는, 소금강산이란 이름을 얻게 한 이 아름다운 계
곡 옆으로는 포장도로가 나있어 산꾼들 보다는 행락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어버렸고,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주로 내원사 매표소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며 계곡을 따라 오르
다 만나는 성불암 계곡과, 그 뒤 쪽에 약 9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주능쪽으로 연결되는
소위 천성공룡능선, 그리고 그 뒤의 산자락에 길게 이어지는 산하계곡 쪽을 많이 찾는
편인데, 공룡능선에서 집북재를 지나 천성2봉으로 오르는 길은 그 오름길이 수월치가
않아 베테랑 산꾼들이 주로 찾는 길이다.

물론 산길은 동쪽 웅상 쪽으로도 잘 나있다. 주남리와 주진리, 그리고 평산리와 덕계
리 등에서 산길은 아주 잘 연결되는데, 이 곳의 산길은 오름길이 비교적 짧아 정상에
접근하기가 수월한 편이나, 힘들여 올라서면 만나게 되는 임도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임도 개설 후부터 잘 찾지 않았다. 주진리에서 올라오다 보면 암굴에 부처님을 모신,
이름이 많이 알려진 미타암이 있고, 또 그 북쪽의 산자락으로 법수원이라는 작은 암자
가 있는데 가파른 길을 올라서면 짧기는 하나, 폭포(혈수폭포)도 있고 암릉과 어우러
진 매우 아름다운 계곡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월평에서 연결되는 무지개폭포 계곡길(장방골)은 다소 길기는하나 정갈한 숲을
품고있는 곳이다.

하지만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이 곳의 산자락도 뭐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
처를 입고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이리저리 아무렇지도 않게 마루금을 가르며 나
있는 임도는 졸속 행정이거나 방치를 한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파헤쳐

놓았다. 이번 구간에서는 산길을 들어서면 골프장을 만나 가로질러야 하고, 봉우리를

넘어 서면, 산자락을 완전히 뭉개고 거의 능선까지 올라와 있는 공원묘지의 처연한

마른 땅을 지나야 한다. 또 능선에서도 너른 임도와 포장길을 걷게 되는데, 군사시설

을 우회하여야 하는 천성산에서는 보기에도 섬뜩한 이중철조망과 '지뢰지대'라는 팻

말이 버티고 있는 길을 지나야 한다.

정족산 아래 마루금을 약간 비켜선 평원지대에는 생성된 지 약 6천년 정도 되었다는
무제치늪이 있고, 천성산 아래의 화엄벌에도 화엄늪이라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귀중한
고산늪이 95년과 99년에 각각 발견되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고 한다. 특히 무제
치늪의 경우 이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98.12.31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되었는데, 이
늪은 자연생태계의 변천과정, 습지동식물의 서식변화, 기후변천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자연자산으로, 그러한 이유로 '타임캡슐'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하지만 희귀
식물들이 벌써 불법으로 채취 당하고 있는 등 몸살을 앓고있다고 하는데, 주위를 어지
러이 지나는 임도는 이 곳의 관리상태가 어떠한 지 웅변으로 잘 말해주는 듯하다.

2001년 9월에는 '천성산습지보전 및 임도 생태복원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가 개최되어
습지의 보존 및 관리상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행정기관에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또
한 경부고속철도가 이 천성산을 관통하며 지나가도록 설계가 되어있어 이를 저지하기
위한 내원사의 스님들을 비롯한 조계종 종단과 경남환경연합, 학계 인사 등 많은 이들

의 반대운동과 이를 위한 서명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족산은 (다리가 셋 달린)솥 鼎, 발 足,, 즉 솥발산이라는 뜻인데, 이는 정상에 모여
있는 큰 바위들이 서있는 모습이 마치 그러하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이 산의

북서쪽 산자락에 대규모로 조성된 공원묘지의 이름이 다름아닌 솥발산공원묘지이다.

이번 구간의 좌측 산자락으로는 구간 초입 지경고개를 지나며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

동면(조일리)이, 정족산 조금 지난 650고지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경계로 울주

군 웅촌면이 경계를 이루다가, 마루금을 약 1.6Km 진행하면 나오는 600고지에서 다

시 동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경계로 울산광역시는 양산시 웅상읍에 낙동의 산자락을

내어주며 낙동마루금과 완전히 이별하게 된다.

천성산 구간은 정족산 동쪽자락 일부를 제외하고는 양산의 산자락들이 낙동정맥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축산을 내려오며 우측(서쪽)자락을 맞이한 양산시 하북면은 천

성산에서 지능선을 경계로 상북면을 만난 뒤 양산시가지를 지나며, 부산시와 경계를
이루는 동면(사송리)까지 길게 이어지며 산자락의 물길을 양산천으로 보낸다. 이 물

길은 물금에서 낙동강 본류와 만나게 된다. 양산천 주변으로는 축사와 대규모 공단

이 들어서 있어 오랜 동안 낙동강하류지역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어왔으나, 최근 들

어 개선된 환경의식과 감시활동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양산천 옆에 들어

서있는 폐기물 처리업체의 높은 굴뚝은 아무래도 보기에 꺼림칙하기만 하다.

신라시대부터 삽량주란 이름으로 마을을 이룬 양산시는 96.3.1일 시로 승격하였는데,
2개 읍과 5개 면을 거느린 인구 약 20만 명의 공업도시이다. 대규모 공단이 이미 들

어서 있고 부산과 인접해 있어, 택지개발과 지하철 구간연장 등에 따른 인구유입이

계속 늘어날 전망인데, 앞으로 환경친화적인 행정이 주목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구간의 낙동마루금 좌우측 수계를 살펴보면 마루금 서쪽, 즉 대부분의 양산시

(양산시(읍),하북면,상북면,동면) 방향으로는 양산천을 거친 뒤 물금에서 낙동강으로

들어가게 되고, 동쪽의 울산과 양산 웅상읍 쪽으로는 동해로 빠지는 회야강 수계,

양산시 동면의 동쪽 일부 쪽은 수영강의 상류를 이루어 부산 해운대 앞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물길이 그러함에서였던지 웅상은 이조시대까지 울산에 속한 지역이었다.

(1906년 양산군 편입)

지난 구간, 휘몰아치는 바람에 의하여 쫓기듯 산길을 진행한 우리는 이번 구간에서는
구간 초입부터 눈치 보며 골프장을 들어선 뒤, 계속해서 나타나는 여러 시설물들에

이젠 또 뭐가 나올까? 하듯 긴장하며 걸어야 했다. 천성산 바로 아래 안부에서 일렬

로 줄을 서며 나보고 앞장서라고 떼밀던 이유는 혹시 부대 앞을 지날 때 통과가 저지

당하면 선두에서 잘 좀 이야기하라는 뜻으로 그리했다는데, 멤버 중 가장 호전적(?)인

향을 가진 나로서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무척 긴장하였던 건 사실이다.

나. 원효의 체취 따라 걷다.

이제 낙동정맥 구간종주 답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 드디어 이번 구간에서 부산 땅을
밟게 되는 것이다. 이번 구간은 토요일 아침에 산행을 시작하여 종일 운행을 한 다음

야영을 하고, 다시 일요일 종일 산행으로 운행을 하기로 했다. 야영장비를 넣은 배낭

무게가 다소 부담스럽다. 출근시간보다 더 서둘러 집을 나서 양산 하북면의 신평터미

널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20분이다.(부산종합터미널에서 40분 소요 배차시간: 20분

간격).

 

용면과 청류아우는 일이 생겨 참여치 못하였고, 지리산동호회의 멤버인 이용곤님께서

이번 구간 함께 하기로 했다. 용곤 님과 용면은 양산시 다방동이 고향인 가까운 친척

간이다. 터미널에서 모두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지난 구간 답사 종료점인 35번

국도변의 배나무 과수단지 쪽으로 이동한다.

10:40 35번 국도(옛 도로)상에 있는 초입으로 이동하여 배나무과수단지의 오른쪽으로
진행, 작은 도로를 지나면 2중으로 된 중앙분리대가 있는 넓은 도로(35번 국도)가 나
온다. 과속하는 차들이 많아서 조심해서 횡단을 해야 한다. 도로를 건너 잠시 진행하
면 산림청 산림항공관리소 앞의 좁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지나면서 경부고속도로 위
의 다리를 건넌다. 도로변에는 울주군 삼동면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고, 현대자동차
양산출고센타가 오른쪽에 있다. 도로를 따라 잠시 올라서면 식당이 있는 고개가 나오
고 낙동정맥은 이 고개의 오른쪽 산자락으로 열린다. 배낭정리를 다시 하며 잠시 휴식
을 취한다. 오랜만에 매어보는 대형배낭이 부담스럽다. 10:51

11:00 출발. 산길로 들어서니 공동묘지가 나오는데, 무덤 앞에는 예외 없이 숫자가 적

혀있는 나무말뚝이 박혀있다. 날씨는 아주 맑고 가끔씩 선선한 바람도 부는 좋는 날씨

이다. 무덤 사이의 왼쪽 오르막길로 진행하며 바라본 주위의 숲은 이제 5월을 준비하

고 있음이 역력하다. 어느새 연초록의 숲은 진초록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중부이북, 경북지방에는 산불주의보와 경보가 각각 내려져 있었으나, 부산.경남지역은
자주 내린 비 때문인지 특별한 상황은 없다. 제비꽃과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묵은 소나무의 탁한 숲을 지나는데, 나무둥치가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있다. 공간이

훤히 드러나는 무덤 있는 곳을 내려서자 통도칸트리클럽 골프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11:08

필드 왼쪽 가장자리로 난 카트(전동차)길로 진행을 하는데, 왼쪽에 연못이 보인다.
물길이 왼쪽에 있을 거란 생각에 그대로 골프장 사이의 길로 가로질러 능선을 향한다.
융단처럼 펼쳐진 골프장의 잔디가 5월 햇살에 눈부시다. 토요일 오전임에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캐디를 포함해서 만난 많은 사람들 중 배낭을 매고 올라서는 불청객들을
제지하거나, 혹은 언짢은 기색을 보이는 사람이 의아스러울 정도로 한명도 없다. 괜히
미안해진다. 언덕배기를 몇 차례 올라서도 능선은 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코스만 달리할
뿐 골프장 가운데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골프장 초입의 좌측 능선 진입로를 놓치고 너
무 골프장 안으로 들어선 것 같다. 골프장을 가로질러 능선쪽으로 바로 치고 오른다.

말하자면 홀 사이 사이의 언덕배기로 오른 셈인데, 이 언덕 곳곳에는 빨간 플라스틱

기둥을 박아 놓은 것이 보인다

티샷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골프장의 한중간을 가로지를 때는 아주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늘집(휴게소)에서 식수보충을 하느라 약간의 시간을 보낸 후, 또 다시

가파른 길을 따라 잠시 오르자 비로소 능선길과 합류하며 휴식을 취한다.

골프장을 통과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11:45

12:00 출발. 약 3분 여 진행하니 길 왼쪽으로 오름길이 열리는데, 길 왼편에는 농원인
듯한 너른 집이 있고, 차량은 울산 번호판을 달고있다. 오르막 숲길 왼쪽에는 사유지

임을 알리려는 듯 그물망이 쭉 이어져 있다. 맑은 초록의 숲길에는 이따금씩 민들레도

피어나 있다.

12:10 노상산(342.7M) 통과. 무덤터를 지나면 삼각점(804재설,75.10 건설부)이 있다.
숲은 나무를 간벌하여 훤하고, 키 큰 소나무가 많다. 완만한 오르막길 풀섶으로는 애
기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은방울꽃까지 그 작고 귀여운 방울을 내밀었다. 능선턱
을 통과하여 406.6봉을 지나면 바로 철탑이 나오고, 솔가리가 엄청 깔린 부드러운 육

산길의 구릉을 두 차례쯤 지난다. 무덤 있는 곳의 공간이 트이는 안부를 지나면 방위

180도 정도 정남으로 방향이 꺾이며 온 산자락이 묘지로 뒤덮여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솥발산공원묘지로 접어들게 된다. 12:32

골프장에 이어 공원묘지 사이의 길을 걷는 느낌이 묘하다. 난공불락의 견고한 성을 지
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특히 묘지와 관련해서는 우리들 중 누구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왼쪽 찻길이 이어지는 곳 바로 옆으

로 형제농장의 간판이 보이고, 또 낙동마루금 전방 너머(동쪽)에 있는 삼덕공원묘지

간판이 보인다. 산길은 이미 없어져 버렸다. 묘역 좌측의 콘크리트 포장길로 걸어서

오른다. 유달리 햇볕이 따갑게 느껴진다. 사방이 트인 산자락에서 문득 뒤 돌아 보니

영축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이어지는 높은 산줄기가 장쾌하고 아름답다. 공원묘지

상단, 주차장인 듯한 너른 터에서 휴식을 취한다. 12:52

13:04 출발. 갑자기 까마귀 일가족이 나타나서는 저네들의 영역침범을 경고라도 하듯
상공을 낮게 맴돌며 연신 짖어대기 시작한다. 하늘로 하늘로 오르려는 듯 능선을 향해
계속 올라오는 묘역은 이제 능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파헤쳐 놓은 길옆의 절개지는

참으로 위험천만이다. 금방이라도 큰 바위가 흘러내릴 것같이 위태로워 보인다. 포

장길을 따라 오르다 묘역 상단부의 무덤을 가로질러 남서쪽의 숲으로 들어서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숲에 들어서서 약 10여분 진행하면 산길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맑은 숲을 지닌 육산길을 걷게 되는데, 좌측 바위 전망대를 지나면 능선턱 갈림길이

나온다. 거의 왼쪽의 직각으로 꺾어 오르는 산자락은 하늘이 드러나며 햇살이 따갑다.

13:28 산불감시초소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오른쪽 오르막으로 길이 진행된다. 철쭉이

활짝 피었다. 막 시야에 들어오는 정족산 아래의 붉은 철쭉 숲이 초록의 이파리들과

어울려 아주 화려하고 아름답다. 묘지를 막 지나온 터라 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내 만나게 되는 헬기장 주위로는 산상화원을 이루고 있다. 철쭉

사이의 좁은 길을 지나 650고지 봉우리에 도착한다. 마루금 동쪽 산자락 바로 아래

로 삼덕공원묘지가 보이고, 동쪽 먼 곳으로 울산시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13:33

'울산광역시 경계탐사'라는 글이 새겨진 시그날이 눈길을 끈다. 지난 번 영축산을 내
려서면서도 만난 적이 있는 표식기다.

13:41 마루금은 임도로 내려서며 이어진다. 이 임도는 조성한지가 오래되어 땅이 반

들반들 하고 지도상에도 나와있는 삼덕공원묘지로 연결되는 길이다. 차가 지나간 흔적

도 보인다. 하늘은 맑고, 바람도 부는 날씨에 길 좌우측의 산자락에는 철쭉이 만개하

여 화원을 이루고 있다. 내가 걷는 길이 임도만 아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사

진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사람의 육신도 허물어지면 뼈만 남듯, 파헤쳐져 드러난 절개지와 임도에는 삐져나오

거나 널브러져 발에 채이는 돌들이 많다.

13:56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숲속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바위가 서있는 정
족산에 도착한다. 특이하게 정상 바위 위에 태극기와 정상표시가 새겨져 있다. 13:59

14:04정상에서 조금 더 진행하여 천성산의 산자락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위지대에서
휴식을 취한다.

남쪽에 펼쳐져 있는 수려한 산자락은 맑고 두터운 초록융단을 입고 있는데, 몸을 날려
떨어지더라도 푹신하게 느껴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햇빛에 반사되는 산자락
이 눈부시다.

남쪽 정면을 가로지르며 낙동마루금과 만나는, 굴곡이 심한 능선이 이름하여 천성공

룡능선이고, 그 아래 정면 산자락쪽의 계곡이 산하계곡이다. 공룡능선이 이어지다 뚝
떨어지는 곳에 있는 집북재로 들어가는 계곡은 도저히 길이라고는 없을 정도로 울울

창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 뒤 조금 먼 곳으로 천성2봉과 그 우측 뒤에 있는 천성

산이 생각보다 멀게 보인다. 다소 늦은 시각이기는 하나 물을 구할 수 있는 안적고

개를 지난 통신중계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14:15 봉우리를 내려서는 길은 다소 마른 맨땅으로 미끄럽다. 어지러이 임도가 나있는
평평한 능선에는 나무가 별로 없다. 정족산 정상을 내려서자마자 진행방향 좌측에 줄
을 쳐 놓은 곳이 나온다. 바로 최근 들어 고산늪지대로 잘 알려진 무제치늪이다. 95년
에 발견된 이 늪에는 '끈끈이주걱' 등의 식충식물을 비롯한 희귀동식물들이 많이 서식
하고 있어 98.12.31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울산시에서는 2002년
말까지 생태계의 보호를 위하여 관찰시설을 위한 허공다리를 만들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늪 주변은 너무나 허술하게 열려있었다.

14:26 무제치늪 옆의 무덤 있는 곳을 지나면, 오른쪽의 직각으로 방향을 틀며 길이 진
행된다. 정면으로도 너른 길이 나있는데, 이 쪽으로 흐르는 능선이 울산 울주군의 삼
동면과 웅촌면의 경계인 듯하다. 뒤를 돌아보니 정족산 정상을 이루는 아름다운 바위
지대의 모습이 잘 보이는데, 올라 올 때의 철쭉숲 뒤에 서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다가 올 봉우리, 지나야 할 고개는 더디 오는 데, 지나온 산은 또 어찌 그리 빨리도
멀어지는지. 벌써 정족산의 암봉이 아득하다.

좌측 산자락 아래로는 웅촌 고연지구의 공장지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우측 산자락은
여전히 천성의 아름다운 산자락이 함께한다.

14:40 억새밭 사이의 헬기장을 지나면 안부에 닿고,울주군에서 최근에 세운 깨끗한 이
정표를 만난다. 우측 아래로 대성암으로 들어가는 도로와 안내판이 보인다. 숲에서 나
물캐는 아주머니는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

. 임도로 내려서면 포장도로는 아니지만 반들반들 닦여있고, 길 가에는 전봇대와 키

큰 소나무가 함께 쭉 도열해 있다. 마루금을 임도로 우회하는 사이 왼쪽으로 흐르는 능

선을 경계로 울산이 낙동정맥과 작별을 하게 된다. 울산은 가장 아름다운 낙동의 자락

을 품고있으면서도, 가장 많은 산자락들이 파괴되어 아쉬움이 큰 곳이었다. 개발과 보

, 이 태생적으로 모순된 양면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기를 간곡히 빌어본다.

15:01 안적고개 도착.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안적암이 나온다. 안적암 왼쪽으로 내려

서며 이어지는 산길은 천성산의 큰 계곡들을 차례로 만나며 매표소로 이어지고, 암자

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오르면 정족산으로 곧장 연결된다.

 

마루금 동쪽, 즉 고개에서 전방 좌측으로 난 도로는 주남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

마루금을 잠시 진행하여 오른쪽 가사암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자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을 태운 차량이 올라온다. 임도가 모퉁이를 돌아서자 통신중계탑이 바로

눈앞이다. 중계탑 시설물 바로 옆에서 늦은 점심준비에 들어간다. 바로 아래 농장(벌

꿀농장)에서 식수를 구할 수가 있다. 미리 도착한 선발대가 물을 떠놓았다. 15:13

16:12 생우동 등으로 점심식사 후 출발. 임도차단기를 지나자 임도의 절개지에는 수염

같이 생긴 자리공이 많이 자라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는 느낌이 별로 좋지않다. 황량한

지역에서 잘 자라고, 공해에도 잘 견딘다는 외래식물이 이 아름다운 천성산자락에 올

라와 자란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잠시 진행하면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 길이 연결된다. 산책로처럼 너르고 편한
청량한 숲길을 5분 여 진행하다 보면 다시 임도로 내려섰다가 잠시 후 다시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16:24

 

『이 때 진행방향 오른쪽 숲속으로 산자락을 가로지르는 길을 만나는데, 이 길로 들어

서면 아주 예쁜 옹달샘을 만날 수 있고, 계속 진행하면 산하계곡 상류를 닿는다. 계곡

을 가로질러 정면의 가파른 사면을 올라서면 천성산 산길 사통팔달의 공간인 집북재로

연결된다.

 

집북재는 옛날 원효대사가 수도할 당시 사람들을 불러 모을 때 북을 치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집북재는 공룡능선이나 산하계곡, 주능선, 천성2봉, 성불암계곡, 중앙

능선 등 어느 코스로도 연결될 수 있는 평평하고 너른 안부인데, 바로 아래의 중앙능선

에서 시작되는 성불암 계곡의 물길도 만날 수 있어 천성산 산행시 식사나 휴식장소로

널리 애용되는 로타리 같은 곳이다. 중앙능선은 내원사계곡과 성불 계곡 사이에 있는

능선을 말하며, 내원사 매표소 앞 신령각에서부터 천성2봉 앞 집북재 갈림길 3거리까

지 이어진다. 공룡능선과 중앙능선을 묶어 원점회귀산행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산의 근교산치고는 꽤 많은 시간과 체력을 요하는 길이다.』

이상은 내 젊은 날, 많은 시간을 함께한 보석 같은 천성산을 지나칠 수 없어 산길을

간략히 소개한 것이다.

마루금 좌측 산자락 아래에 들어서있는 큰 마을은 웅상읍인데 인구가 무려 6만 명이나

되는 부산.울산생활권의 도시지역이다. 웅상읍 건너 동쪽 맞은 편으로 길게 하늘금을

긋는 마루금은 대운산이다. 이 곳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5월 철쭉도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웅상 쪽 대운산자락 아래로는 엄청난 규모의 택지개발 공사가 벌어졌고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인 듯하다.

16:35 다소 좁은 길은 잘 나있고 숲은 시원하고 그 맑은 초록에 눈이 부시다. 숲길로

들어서면 천성산은 하나같이 이런 예쁜 길들이 열려있어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

을 한없이 기쁘게 해준다. 그래서 마루금의 왼쪽 자락을 가르며 너르게 나있는 임도는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두어 번 고도를 높인 후 내려선 안부에서 다시 비탈진

오르막을 진행하자 서서히 힘이 들기 시작한다. 그나마 맑은 숲속을 걷고 있음이 다행

스럽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거친 숨을 고른다. 16:49

17:02 봉우리를 통과하면 산길은 평평하게 이어지다가 삼각점(양산435,1998 북구)이
있는 800고지를 지난다. 안부를 지나 올라서면 정면으로 천성2봉의 아름다운 암봉의

사면이 보이고 우측으로 집북재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난다. 17:29

아무런 생각없이 바위지대 사면을 좌측으로 우회하는데 뫼벗의 여걸 두분은 정면 바위
로 바로 오른다. 좌측의 우회길도 역시 바위길인데 고정로프를 설치해 놓았다.

17:35 바위사면을 올라 잠시 능선의 바위지대를 지나면 아름다운 암봉으로 서있는 천
성 2봉에 닿는다. 원효산이 천성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가기 전까지는 당당하게 정상
으로 대접 받던 곳이다. 하지만 그 이름이 어떤들 무엇하랴? 아름다운 산자락에 한없는
눈길을 보낸다. 대략 남쪽방향 가까운 곳에 천성산 주봉이, 그 우측 먼 곳으로 금정산
도 아득히 보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바라본 영남알프스의 능선은 지척에서 손짓을 하
듯 서있는데 짠한 마음으로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곳에서 참으로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지리산통신 가족인 장병윤 아우가 울산에서

같이 온 일행과 함께 먼저 올라와 있었다. 혹시 시간이 맞춰질까하고 올라왔다고 하

는데, 막걸리까지 준비해 왔다. 조껍데기 술이라는 그 막걸리의 맛은 아마도 여태껏
마신 어느 술보다도 맛이 있었던 것 같다. 하나같이 좀 더 없냐며 졸라보지만 2잔 만

에 바닥이 나고 만다. 그 일행 중에 기자 분이 계셔서 모처럼 우리 사진기자를 포함

하여 단체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17:51 그 아름다운 봉우리에서 또 반가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마냥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어둡기 전에 천성산 군부대 옆 지뢰지대를 통과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의 아우 팀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한다. 어느새 대기가 제법 차가워졌다. 왼쪽 임

도 바로 건너 지능선이 흐르는 곳에 솟아있는 제법 높은 봉우리는 미타암 바로 뒤에

있는 804.7봉으로 이곳으로도 오르는 길이 잘 나있고, 이 봉우리의 북쪽으로 돌아오면

법수원 쪽으로도 산길이 열린다.

왼쪽에서 쭉 따라오던 너른 임도의 흙이 많이 뒤집어져 있고, 길 한중간에 어린 소나
무가 조림한 듯 심어져 있다. 임도를 복구하려는 듯하나 안타깝게도 거의 태반이 말라

가고 있다.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다. 이왕 복구를 하려면 성의를 가지고 챙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18:04

대운산 능선의 오른쪽 뒤, 동남방향으로 바위봉우리가 특이하고 아름다운 달음산의
(587.5M)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18:08 잠시 임도로 진행하다 보면 다시 오른쪽 숲속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는 숲속으로 들어서야 한다. 약 800고지의 봉우리를 지나 내려서는 좁은 길에는

키낮은 나무들이 배낭을 자주 끌어당긴다. 좌우측으로 길이 나있는 T자형 3거리에

도착한다. 18:14

천성산이 바로 우측 전방에 우뚝 서있다. 바로 오른쪽 사면 위의 마루금을 우회하며 걸
은 셈이다. 조금전 숲길로 들어서지 않고 임도로 계속 진행한 선두조를 기다리다 합류
하여 출발. 18:24

천성산 쪽 마루금 뒤로 노랑색의 해가 이글거리고 있다.

오른쪽 길을 진행하다 보면 왼쪽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이 무지개폭포
있는 곳으로 연결되는 장방골이라는 계곡이다. 장흥저수지가 있고 여름 피서철에 사람
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월평리로 내려서게된다. 오른쪽으로 돌아 잠시 진행하면 천성
산 바로 아래의 너른 안부에 닿는다. 우측에서 내려오는 능선의 좌측으로 낙동정맥종
주대의 시그널이 많이 달려있다. 18:31

이제 훤한 억새지대와 키낮은 참나무들이 드문드문 서있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그런데 모두들 실실 웃더니 나보고 앞장을 서라고한다. 만약의 경우 부대 앞에서 출입
을 제지 당하면 대표로 나서서 해결하라는 이야기인데 나라고 무슨 특별한 방도가 있

을까? 아뭏든 아무런 소란없이 지나가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름길 옆에 있는 키낮은 관목은 거의가 떡갈나무인 듯한데, 새롭게 돋아나는 이파리
의 색깔이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울굿불긋한 색깔로 마치 꽃이 피어나는 듯하다. 능선
턱을 올라서자 바람이 몹씨 불고, 햇살도 숨을 많이 죽여 노랑의 이글거림에서 붉은
여유로움으로 색깔이 바뀌고 있다. 좌측 산자락 아래로 고즈넉이 들어서 있는 장흥저
수지의 모습이 아름답다.

18:54 후미를 잠시 기다리다 부대 정면 입구에서 왼쪽 사면으로 트래버스하여 이른바
지뢰지대로 들어간다. 무슨 작전을 수행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지뢰지대를 지나야한다
니 기분이 묘하다. 길 오른쪽 능선쪽의 사면으로는 지뢰지대라는 팻말과 날카로운 이
중 철조망이 이어지는데 섬뜻한 느낌을 준다.

이 곳 정상의 오른쪽으로 둘러가는 넓은 억새지대는 화엄벌이라 하는 곳인데, 이곳에
도 정족산의 무제치늪처럼 고산늪지가 99년에 발견되었다.

19:11 부대 정문 입구의 도로도착. 경고판,이정표도 서있다. 천성산 정상을 트래버스
하여 지난 것이다.

그때 갑자기 앞의 공간이 트이는 먼 곳으로 눈길을 끄는 무엇인가가 있다. 저 멀리 남
쪽방향의 정면으로 금정산이 보이더니, 그 오른쪽에 유장하게 흘러가는 낙동강이 저녁
햇살에 비추이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 그 뿐이던가 서서히 불이 켜지며 부산
금정구 쪽의 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왼쪽 동남방향으로는 해운대의 鎭山인
장산의 모습도 의젓하다. 드디어 부산이 보인다!

19:22 부대 앞 군사도로의 주차장인 듯한 넓은 공간에서 오늘 운행에 대한 마지막 의

논을 한다. 오늘 운행을 좀 더하면 내일 운행이 순조롭겠지만, 현재 시각도 꽤 늦어졌
고 무거운 배낭에 다소 힘들었던 터라 당초 계획대로 원효암 아래, 병천이 미리 보아

둔 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원효암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집이 가까운

병천이 며칠 전 야영지 물색을 하였고 장비를 이미 갖다 놓았다.

19:31 원효암 도착. 이 원효암은 약 10여년 전 암자 뒤의 큰 바위가 벼락을 맞았는데,
그 바위가 부처님 모습을 하고있다 하여 신문에도 나고 화제가 되었던 곳이다. 높은
산중턱에 있는 이 작은 암자는 그 후로 크게 번창했다 한다. 혹시나 싶어 암자 안의 공
간에서 잠을 잘 수 있을지 물어보지만 냉담한 분위기이다. 암자 인근에서 야영을 할 수
있는지도 물어보지만, 위에 있는 군부대에서 일체 허락하지 않으니 내려가 달라고 한다.

실제로 원효암에 있는 사람들도 명단을 제출하였다고 한다. 요사채 옆, 사월초파일을

준비하는 도구 등이 있는 너른 평상에 눈을 두어보지만 경계하는 보살님들의 분위기로

보아 어림도 없는 일일 듯하다. 병천이 미리 갖다 놓은 쌀을 씻고 식수를 준비하여

원효암 아래 약 300여미터 지점, 야영포인트로 이동한다.

취사를 해야 하고 또 간단하게 소주라도 한잔 하려면 암자 안에서는 곤란한 일이라,
조금 힘은 들었지만 오히려 야영지로 내려선 것이 잘 되었던 것 같다.

병천이 미리 보아둔 숲속 큰 무덤 있는 곳의 주위는 평평하고 아주 넓어 텐트 4동은 충
분히 칠 수가 있다. 야영준비와 취사준비에 들어간다. 오늘 하루도 무엇에 쫓기는 듯 참

바삐 지나온 것 같다. 차가운 대기에 파일쟈켓을 걸친다. 숲속 나무사이로 몸을 다 키운

달이 빼꼼이 들여다 보고 있다. 오늘이 3월 보름이다.

22:30 취침.

나. 드디어 부산, 금정산을 마주하다.

05:00 모처럼 빨리 잠자리에 들어 숙면을 취했다. 이른 아침, 부산스런 새소리에 잠을

깨는 호사를 누리다. 머리가 맑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는 달이 아직 완전히 지지않았

는데, 마치 서쪽 하늘에 지는 해처럼 걸려있다. 아직 산속에서 맞이하는 아침의 대기는

싸늘하기는 하지만 아주 상쾌하다. 새는 여전히 쉴 새 없이 지저귀고 있다.

05:30 기상. 아침준비에 들어가는데 밥과 국, 그리고 어제 먹다 남은 찌게를 모두 섞어
이름하여 부대잡탕 국밥도 끓였다. 이른 아침식사로는 오히려 이런 국밥이 낫다. 오늘

운행은 부산으로 접어들며 계명봉과 금정산 고당봉을 통과한 후, 동문옆의 산성고개

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운행 상황에 따른 산행종료지점의 조정 가능성은 열어

두었다.

07:30 야영지를 출발하여 원효암쪽으로 올라와 식수를 보충한 후 능선으로 이동하는

데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분다. 하지만 날씨는 맑고,기온은 약 5도를 가리키고 있다. 
식수 보충 후, 벼락맞은 부처님형상의 바위를 보는 사람이 있어 약 10여 분이 금방

지나고 만다.  07:48

08:01 군부대 아래 도로 옆 원효암 갈림길 있는 너른 공터에서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도로 위 부대쪽에서 군용트럭 하나가 내려온다. 생소한 모습이고 느낌이 좀

특이하다.

08:12 도로 좌측으로 맨홀이 설치되어 있는 능선이 나오는데, 이 맨홀을 따라가는 길
이 낙동정맥길이다. 오른쪽으로는 이 능선을 우회하며 조금전의 그 도로가 계속 이어
진다. 능선 턱을 지난 봉우리 가까운 곳의 너른 산자락에는 억새, 철쭉이 많이 자라고
있고, 비록 고도가 그리 높지는 않으나 사방으로 공간이 트여있어 바람이 몹시 세게
분다. 나무들도 키낮은 나무가 대부분이다. 산자락의 좌측, 천성산에서 뻗어 내려온
능선의 남쪽 깊은 골짜기에 들어앉아 있는 암자의 모습이 평화롭다. 풀섶의 남보라색

붓꽃이 무척 아름답다.

약 710고지의 봉우리를 올라서자 법기수원지가 정면으로 보이고 왼쪽 산자락 아래로는
무지개폭포앞 장흥저수지의 위락시설들이 잘 보인다. 전방의 봉우리를 향해 동남방향
으로 진행하니 갈림길이 나온다. 잘 나있는 정면으로 난 길을 진행하던 선두가 운행중
지!를 외치며 되돌아 온다. 이 능선은 양산 웅상읍과 동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줄기로
월평쪽으로 내려서는 듯 좌측으로 이어진다. 정면에 있는 법기수원지의 물은 낙동강
수계가 아닌 해운대 앞바다로 빠지는 수영강의 상류를 이루는 물길이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향해서 내려서니 배낭을 끌어당기는 짙은 숲이 나오고 산사면을
계속해서 내려오면 전화선이 보이고 이내 도로에 도착한다. 08:43

미색의 꽃을 피운 작고 앙증스런 은방울꽃과 둥글레가 창 정겹게 느껴진다.

도로로 내려서서 모퉁이를 돌면 또 군부대가 나온다. 낙동정맥마루금은 이 부대를 가로

지르며 평평하게 이어지지만 우린 그 길을 진행할 수가 없다. 혹시나 하여 초병에게

그리로 갈 수 없느냐고 물어보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이겠는가? 그래서 부대 바로

아래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서 우회하여 지나야만 하는데, 한참을 둘러가게 된다.

 

08:50 계곡 우회길 출발.
계곡으로 우회하는 길은 처음부터 철조망과 지뢰지대 경고판 등 살벌한 풍경을 맞이해
야만 한다. 이곳에서도 뭔가에 쫓기듯 운행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물길도 몇번이나 건

너고 고도를 한참이나 내리며 이어진다. 하지만 이 숲속 길은 의외로 잘 나있고 아름

다운 풀꽃들이 군락을 이루는 멋진 숲이다.

숲속의 습기가 많은 비옥한 땅에는 애기나리,둥글레등 들꽃들이 군락을 지어 지천으로
피어있고, 그런 색깔들에게서 아직도 피어있는 선홍의 철쭉은 색감이 다소 어색할 정
도이다. 다시 올라야 할 마루금이 언뜻 시야에 들어오지만 아직은 오르려면 한참이나
멀다.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며 비로소 얼굴에 물을 묻힌다. 마루금을 한참을 우회하며

지나가는 터라 얼굴들이 그리 밝지는 않으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숲을 지난다는 사실로

스스로 위안을 한다. 이곳 숲속에는 여태껏 잘 만나지 못하던 참꽃마리,앵초등도 많이

자라며 숲속의 화원을 이루고 있었다. 09:09

이 계곡의 서쪽, 산자락을 내려서는 곳에는 산막이라고 불리우는 곳이 있다. 이 이름은
마을 남쪽의 천성산 자락에 원효대사가 수도하던 반고굴이라는 곳이 있는데, 대사는 자

기를 사모한 요석공주와 인연을 맺은 뒤 더욱 수행에 정진하였다고 한다. 그 후 설총을

낳은 요석공주가 아들과 함께 움막을 치고 살며 대사를 기다렸다 하여 산막(山幕)일라

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은 양산 산막공단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천성산, 원효암, 반고굴, 산막, 모두 원효의 채취가 서린 이름들이다.

09:37 숲속의 우회길을 벗어나 다시 마루금에 도착하는데 왼쪽 군부대쪽으로 이어지는
곳의 능선으로도 철조망이 길을 막고 있다. 능선에 올라서서 휴식. 검은등뻐꾸기의 특
이한 울음소리에 잠시 웃다.
홀딱버꼬,홀딱버꼬’…너르고 평평한 숲은 간벌을 한 듯

훤하게 트였고 길가에는 억새가 많이 자라고 있다.

정맥꾼들 이외는 잘 다니지 않을 마루금의 부드러운 흙길에는 수많은 풀꽃들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상처받았을 생명있는 것들에게 잠시 미
안한 마음을 가지다. 생각없이 주저앉았던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출발.09:48

완만한 오름길을 지나면 평평한 봉우리에 도착하는데 길은 아주 좋다. 좌측으로는 법
기수원지 옆의 짙은 수림이 마치 바다를 이룬 듯 빽빽하게 들어서있다. 부대 옆의 계

계곡으로 우회한 후부터 운행지점의 위치 파악이 다소 혼란스러웠으나 곧 596.6봉과

597.2봉의 삼각점을 확인하다. 법기수원지는 일제시대 때에 조성된 곳으로 부산지역의

식수로 사용된다. 10:15

연세가 지긋한 분이 홀로 우리와 반대 방향에서 올라오신다. 낙동정맥을 단독으로 구간
답사에 나섰다고 하는데, 격려의 인사를 드리고 헤어진다. 능선의 평평한 부지를 들어
서자 부산시의 상수도보호구역 팻말이 보이고, 방위각 190도 방향으로 안부를 한참 내
려선 후 올라야 할 534.6봉(운봉산)이 힘들게 보인다. 그리고 그 오른쪽 뒤로 계명봉
과 금정산 고당봉의 모습도 시야에 잘 들어온다. 안부로 내려서는 길은 아주 가파른데
산사면을 깎아내어 마치 스키 슬로프처럼 되어있다. 끈질긴 초록의 생명들은 방화선을

낸 곳에 다시 터를 잡았다.  

10:41 무릎에 부담을 주지않으려 천천히 내려서서 안부에 닿는다. 이 고개의 왼쪽(東)

으로는 법기수원지, 오른쪽(西)으로는 양산대학으로 연결되는데, 양산 쪽의 길은 거의

도로 수준으로 너르게 잘 나있다. 안부에서 다시 올라서야 하는 길이 부담스럽다. 길은

여전히 방화선으로 능선 중앙이 평평한데, 역시 새롭게 자란 나무와 풀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좌측 짙은 숲의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정말 시원스럽다. 힘들게

오르니 케른을 쌓아놓은 곳이 나오고 산길 우측의 양산 시가지쪽으로 연결되는 길이

자주 나온다.

부산 온천동에서 왔다는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대원들이 인솔교
사의 통솔아래 많이 모여있다. 아이들을 비켜 오르노라 잠시 등에 진 무거운 배낭을
잊어버렸다. 선두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나 보다. 귀선누님과 산유화, 셋이서 휴식을
취하며 행동식으로 지친 몸을 추스린다. 휴식후 출발 11:13

휴식을 취한 곳에서 바로 능선턱을 통과하니 키 큰 소나무숲 사이 평평하게 마루금이

이어진다. 길은 여전히 임도처럼 너르다. 휴식을 취하며 기다리던 선두를 금방 만난다.

오른쪽 양산 시가지로는 지능선이 겹쳐지며 잘 보이지 않고, 왼쪽 동면 법기리 방향으

로는 작은 마을들이 잘 보인다. 평평한 능선상의 운봉산(536.6봉) 좌측을 통과하면

헬기장이 나오고 너른 임도로 진행된다. 11:27

진행 방향 오른쪽 저 멀리 전방으로 길게 뻗어 있는 마루금은 양산 다방동에서 금정산

장군봉-고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정상부의 평평한 능선이 끝나며 임도가 왼쪽으로 돌아가는 갈림길, 낮은 깃발을 꽂아
놓은 곳에 있는 534.4봉(삼각점)에서 오른쪽의 숲 사이로 낙동정맥은 이어지는데, 숲속

길은 잘 나있다. 11:30

낮은 봉분이 있는 너른 공간에서 급사면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숲향이 가득한 내리막

10여분 진행하면 도로가 있는 안부에 닿는다. 왼쪽으로는 콘크리트 포장이 완료되어

있고, 오른쪽은 아직 포장은 되어있지 않으나 차량이 다니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을

듯하다. 마루금의 동쪽 산자락인 법기리에서 동면의 내송 쪽으로 이어지는 길인 듯하다.

 

11:44 다시 임도 건너 숲으로 들어서면 소나무숲 사이의 평평한 능선길이 나온다.산행
초반의 힘들었던 산행을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묵은 솔가리가 깔린 산길은 걷기에
아주 수월하다. 약 380M고지의 완만한 봉우리를 지나 소나무숲을 진행하면 437.6봉을
지나 다소 어수선하고 칙칙한 숲길이 나오며 오른쪽으로 방향이 꺾인다. 12:05

능선 바로 좌측으로 철탑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바위가 많은 능선을 지나 갈림길

직전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는데, 나물을 뜯느라 후미에서 진행하던 귀선누님과 산유

화가 많이 늦다. 길잡이로 철탑을 알려주었는데, 하필이면 다른 철탑을 보고 진행을

하였나 보다. 운행 중지 12:12

13:05 한참을 기다리며 합류, 휴식 후 출발.

오늘 진행하기로 계획한 산성고개까지는 아무래도 진행이 무리일 것 같다는 의견들이
대두되다. 뫼벗팀의 부산 도착을 축하하기 위하여 금정산 동문에 와 있을 반가운 지통
가족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경사가 급한 돌길을 내려오면 철탑을 지나고 안부에 닿는다. 산길은 오른쪽으로 비스듬

히 방향을 틀어 우회하다가 이내 능선을 다시 만나고 너른 길로 잘 이어지는데, 아마도

철탑 설치공사를 하느라 길을 넓힌 듯하다.

13:18 평평한 능선상의 봉우리인 299.4봉(삼각점 409재설, 건설부) 통과. 약 10여분
동안 낮은 능선길을 진행하다가 완만한 사면을 오르면 왼쪽 아래로 집이 보이고, 길이
넓어지더니 또 다시 임도 수준의 너른 길로 바뀐다. 왼쪽 아래에 있는 집은 농원인데

식수를 구하기 위하여 다녀온 현을아우의 말에 의하면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식수도 구할 수 있고 공간도 넓어 식사포인트나 야영장소로 권할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13:28

14:17 출발. 목장으로 연결되는 너른 길은 호젓한 오솔길이다. 이내 목장입구의 차단기

가 나타나고 포장도로가 연결되는데,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길은 해발 300고지에 있는

산지마을로 연결되는 길이다. 그런데 정면의 지나가야 할 곳으로는 목장문이 꽁꽁 닫

혀있다. 사유재산이므로 출입을 금하니 우회해 달라는 안내 팻말을 달아 놓았다.

경고와 부탁의 말이 반반 섞인 유락농원의 팻말이 참 서운하긴 했으나 그 뜻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우리 뫼벗팀은 아쉽지만 왼쪽 도로로 내려서서 우회하기로 결정을 했다.

철탑은 마루금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잠시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오른쪽 능선

쪽으로 들어서려 시도해보았으나 진행하기가 만만치 않아 왼쪽의 마을로 내려서서 도

로를 따라 나온다. 묵암제라는 현판이 붙은 제실, 그 아래의 축사를 지나자 여락리의

남락마을 입구에 닿으며, 7번국도와 1077번 지방도를 잇는 아주 너르게 확포장된 양산

동면 영천마을과 사배마을을 잇는 도로를 만난다.  

진행방향의 오른쪽(서쪽)으로 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유락농원에서 이어지던 마루금이
지나가는 고개를 만난다. 마치 잃었던 소중한 것을 되찾은 냥 반갑다. 이 도로상의

고개가 바로 물길을 가르는 지경고개이며, 부산과 경남 양산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이제 드디어 부산 땅으로 발을 들여 놓게 되는 것이다. 고개에서는 영남제분 사료 싸이

로와 녹지농원이라는 현판이 보이는 곳으로 도로를 건넌다. 14:51

싸이로가 있는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보리밭의 둑을 지나면 오른쪽 산자락으로 들어선
다. 나무농원의 탱자나무 담 옆 길을 지나 4거리 안부에 도착, 잠시 휴식을 취한다.

15:09

이 곳은 바로 부산칸트리클럽 옆의 산자락으로 부산 땅에 들어섰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이상스럽게도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는다. 마치 엉겁결에 이루어진 일

처럼

15:14 진행방향 오른쪽 270고지의 봉우리를 향해 오르막길을 진행하다 보면 좌측으로
연못이 보인다. 골프장의 조경시설인 듯하다. 약 270고지의 봉우리를 올라서니 참호가
있다.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모습이 가깝고, 전방에 우뚝 솟은 계명봉이 위압스럽다.
이제 금정산 아래 부산 금정구의 시가지도 지척이다. 15:25

급사면 내리막길의 숲에는 소나무가 많다. 다시 참호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니 오른쪽
바로 아래로 고속도로가 지나는 것이 보이더니 갑자기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요란

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금방 지날 것 같은 노포고개까지의 길이 생각보다 길다.

15:35 슬라브 수조인지 창고인지 환기통이 있는 평평한 공간을 통과하면, 낮은 산죽밭
을 지나, 전방 좌.우 그리고 그 사잇길로 길이 나있는데 중간 길로 진행한다. 삼각점
비슷한 콘크리트파일이 하나 박혀있다.(No.60) 빨간 깃발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방
향을 틀면 무덤이 많은데 고속도로를 확장할 계획인 듯 고속도로부지란 푯말을 세워두
었다. 고속도로 위를 연결하는 다리 앞의 차단기를 지나 다리 위에 서서 잠시 감회에 젖
어보려하지만 정신없이 지나가는 차량들의 모습에 오히려 머리는 습기하나 없이 말라
가는 것 같다. 다리를 지나기 전 왼쪽으로 부산칸트리클럽 필드가 보인다.

마루금을 잘라 대신한 허공에 뜬 다리를 지난다. 마을의 밭을 통과하면 다시 도로가

나오는데, 부산과 양산을 잇는 아주 오래된 길(1077번 지방도)로 최근 확장공사를 많

이 하였다. 도로를 만나 잠시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고개에 동면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15:50 노포고개의 자두농원 입구도착. 오늘 운행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 대원들의
의견을 모으는데, 당초 목적지인 산성고개까지 운행하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
로 무리일 것 같고, 또 고당봉 지나 북문까지 운행하는 것은 힘들여 운행하는 것에 비
해 다음 구간 때의 접근 시간 소요로 전체 구간 소화에는 별 도움이 되지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모으고, 좀 힘이 들더라도 다음 마지막구간을 아침 일찍 계명봉을 오르면서 시
작하여 엄광산까지 진행한 후, 꽃동네에서 민박을 하고 일요일 몰운대까지 진행하자고
결정을 내린다. 또 오늘은 뫼벗의 부산 도착을 축하하기 위하여 지리산통신 가족 몇몇
이 동문에 올라와 있기로 하였기 때문에 너무 늦게 도착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산행을 종료키로 한다.

오늘은 산행을 비교적 일찍 마무리해서 편하기는 하지만 다음 구간에 고생을 좀 해야

할 듯하다. 온천장에서 뒷풀이를 하기로 하고 금정산 동문에 올라가 있는 지통가족들

에게도 연락을 취하고, 마침 양산에서 올라오는 버스를 타고 온천장으로 이동한다.


다. 21구간을 마치며...

이번 구간에서는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파들어간 산자락이 얼마나 엄청나며 또 그러
한 산자락의 파괴가 눈에 보이는 우리의 삶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몰라도 그 폐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허파가 줄어드는 우리의 삶의
공간을 가정해보자. 끔찍한 일이다. 골프장은 아름다웠지만 아름다움에 앞서 많은 생
명있는 것들의 원하지 않는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결국 잔디보호를 위한 농약살포
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의 삶을 위협할 것이다. 우리의 삶을 영위하거나 혹은 즐
기는 일에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라는 어두운 생각이 든다.
어쩌면 문명이 감당해야 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겪어야 할 부담일 것이다.

또 우리의 장묘문화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정족산의 경우 좌우자락으로
거의 능선까지 묘역이 올라오고 있다. 언젠가 마루금이 양쪽 공원묘지의 경계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끔찍하다. 그러면 마루금은 도로가 되고 이미 잘 나있는 임도들은

보란 듯이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군부대를 지날 수 없는 일에는 무어라 할 말이 없다. 다만 마루금 우회길의 그 무시

무시한 지뢰지대 경고판과 날카로운 이중철조망에는 언짢은 기분을 넘어 무력감을

느낄 정도였다.

고기의 살점을 야금야금 뜯어먹고 이제 내장까지도 꺼내어 먹으려 한다고 할까.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천성산이 마치 그런 상태, 도마 위에 올려져 있는 것 같다.

부산의 금정산도 마찬가지이다. 경부고속철도가 이 두 聖山의 바닥을 관통하며 지나

가도록 설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공청회와 반대운동, 시위 등이 벌어지고

있기는 하나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가 없다. 이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현인은

없을까?

대도시, 우리가 머리와 등을 대고 지내는 보금자리로 이제 들어섰다. 다음 마지막 구
간에서는 부산의 다른 모습을 만나보고 싶다. 마치 오랫동안 고향을 떠났다가 귀향하는

심정이 이럴까.. 마음이 설레이며 기대와 걱정이 교차된다. 어떤 모습으로 부산은 내게

다가올까?

뫼벗의 부산도착을 축하하기 위하여 귀중한 일요일 시간을 내어주신 최화수 형님,
길봉형님을 비롯한 지리산통신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리며, 이틀 동안의 산행을
무사히 마친 뫼벗동지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기록/정리 두류/조용섭)

(참고 :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지통이라는 이름은 지리산 통신의 준말로 지리산

답사모임인 지금의 지리산 산길따라(지산)의 예전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