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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금 답사일지/낙 동 정 맥

[마루금]낙동정맥 구간종주 제18구간 답사일지

마루금답사모임 뫼벗 낙동정맥 구간종주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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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간명 : 제 18구간(아화고개(경부고속도로) - 땅고개(도상거리 약13.7Km)

(코스) : 아화고개-<5.1Km>-650고지-<1.0Km>-숲재-<1.0Km>-부산성-<2.0Km>
-750고지-<1.1Km>-어두목장-<0.5Km>-651.2봉-<3.0Km>-땅고개


2. 일 시 : 2002. 3. 10(일)
3. 소재지 : 경북 영천시 북안면, 경주시 서면,건천읍,산내면
4. 날 씨 : 가랑비,흐림.
5. 참가자 : 제환상,이귀선,조용섭,장병천,이용면,손화일,이영숙,박철보,김현을
이상 8명
6. 산행형태: 당일/워킹 종주산행
7. 도엽명 : 1/50000:경주(慶州)(NI52-2-06)
8. 교통편 : 자가승용차 2대. 택시대절(땅고개-아화)
9. 운행시간표(후미기준)

- 3.10(일) 07:20 부산집결/원동I.C/양산합류/양산 하북 용연에서 아침식사
09:45 땅고개/차량이동(택시대절)
10:14 고속도로 통로(아화고개 접근)/산행시작
10:32 무덤
10:46 과수원/저수지 옆 도로(비포장)
10:57 숲속길 진입
11:14 봉우리 지나 휴식
11:25 출발
11:47 큰무덤 2기
12:25 휴식
12:32 출발
12:56 640고지
13:05 650고지/방향꺾임(방위각 110도)/후미 대기
13:13 출발
13:16 생식마을 외딴집/중식
14:19 출발
14:45 숲재
15:19 휴식(건천목장 위 능선)
15:25 출발
15:33 부산성 진입(무우밭 개간지대)
15:55 부산성 통과( " )
16:14 753봉(남양목장 위)/헬기장/휴식
16:26 출발
16:49 목장/명덕조경/안부
17:17 651봉/삼각점/휴식
17:26 출발
17:45 휴식/간식
17:56 출발
18:17 도로/비포장
18:25 371봉/삼각점
18:34 땅고개/산행종료



10. 후 기

가. 영천, 낙동의 큰 줄기여 안녕.....

이번 구간 낙동마루금은 300M대로 이어오던 능선 고스락의 고도를 600-700M
대로 다시 일으켜 세우게 되며, 이어지는 다음 구간(19구간)부터는 1000M대로 고도를
높여 동부 경남의 산악지대인 영남알프스로 접어들게 된다. 아화고개를 지나 사룡산
앞의 650봉(3거리) 아래,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이어지는 낮은 구릉지대
는 답사전 수차례 지형도를 보고 마루금을 이어보기도 하였지만, 막상 길 앞에 섰을
때는 지도와 나침반도 소용없이 허둥거리며 오직 길을 놓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만
가득차게 된다.

그리해서 늘 전후,좌우의 마루금과 산자락을 살피며 느껴보려 애쓰던 답사산행의 마
음가짐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로지 앞만 주시한 채 서둘러 길을 걷는 나의 모습을 발
견하게 된다. 물론 산행대장과 총무를 맡고 있는 환상과 현을아우의 탁월한 리드와
기획으로 지금까지의 낙동마루금진행은 별 문제점없이 잘 진행되었지만, 영천을 지나
마루금이 사라진 모습을 보면서부터 느끼게 된, 말하자면 불안감이나 혹은 긴장감 때
문인지는 모를 일이다.

아화사나골과 도계서원...
아화고개를 넘어 서며 마루금 좌우에 있는 마을과 서원이다. 미리 그에 대한 자료도
챙겼고 살펴보려 하였지만 산길에 들어서면서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화사나골은 고속도로 바로 지난 마루금 좌측에 있는 마을이다. 본래의 이름은 아화
사라골(阿火舍羅골)이라 하는데 약 1200년전 밀양 孫氏가 이 마을을 개척하여 앞으로
크게 번창하라는 뜻에서 동명을 사라골이라 이름하였다한다. 그러나 최근의 발굴조사
결과를 보면 신라 건국 이전부터 큰 세력의 부족이 살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고 하는
데, 현재 180가구가 살고 있는 큰 마을이라 한다.(도움말: 남산구석님)

도계서원은 영천 북안면 도천리, 즉 마루금 바로 오른쪽 자락 아래에 있는데 조선조
선조시대 가사문학의 선구자이며 임진왜란 때는 수군으로 종군하여 많은 공적을 남긴
노계(蘆溪) 박인로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선생의 학덕과 충효사상을 경모하여
사림이 서원을 세워 해마다 춘추로 향사를 받들어 오늘날에도 이어오고 있다.
노계선생의 고향은 바로 이곳 영천군 북안면이다. 학창시절 효심(孝心)에 관한 옛 글
중, 교과서에서 대표적으로 대하던 노계선생의 시를 오랜만에 떠 올려본다.


반중 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柚子이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선생이 1592년 임진왜란 때에 31세의 나이로 관군이 아닌 평민으로서 궐기하여 의병장
정세아의 밑에서 왜적을 무찌르는데 앞장 섰고,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무과에
급제, 수군의 장수가 되었다는 사실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위였다는 사실은 뜻밖
의 일이다.

나침반과 산자락에만 정신이 팔려 두루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글로나마 기리고 싶어
몇 자 적어 보았다.

이번 구간에서는 지난 15구간 답사시 포항 죽장면에 이어 낙동마루금의 오른쪽 자락을
받치고 오던 영천과 사룡산 앞 650고지에서 이별을 고하게 된다. 사룡산 너머로는 청
도군이 자리하고 있다. 낙동정맥은 이 곳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오른쪽 자락
으로는 경주 산내면, 왼쪽 자락으로는 서면과 건천읍을 두고 차례로 진행하게 되는데,
650고지 갈림길을 지난 뒤, 숲재에서 올라 만나게 되는 부산성에서 오봉산으로 이어지
는 지능선을 경계로 경주 서면은 건천읍에 마루금을 넘긴다.

경주 서면과 건천읍이 경계를 이루는 오봉산은 주사산이라고도 부르며, 지역주민들이
매우 아끼는 산인데, 신라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로써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던 곳이
라 한다. 오봉산 북쪽 뒤를 두르며 부산성이 자리잡고 있다.

부산성(富山城)은 경주 건천읍 송정리에 위치한 신라시대의 산성으로 면적이 76만
2876평방미터이고 사적 25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주사산성이라고도 한다. 이 산성안에
는 큰 창고터와 우물, 망대등이 있고 신라시대 뿐만 아니라 고려,조선시대까지 성으로
써 계속 사용되던 경주 부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부산성 앞에
는 주사암이라는 오래된 절이 있는데, 김유신 장군이 술을 마시던 근사한 바위가 있다
고 한다. (경주 소개글에서 발췌)'

또 오봉산의 동북쪽 산자락 아래로는 신라 선덕여왕 때 백제의 매복군을 예지로써 섬
멸했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여근곡'(女根谷)이라는 에로틱한 명칭을 가진 곳이 있다.
그리고 그 골짜기로는 '옥문지'라고 하는 신비의 샘이 있다고 한다.

금호강이라는 낙동의 큰 줄기를 품어 보배로우나, 또 그 큰 줄기로 말미암아 낙동의
숨결을 한결 힘들고 거치게 만든 그 곳, 환희와 아쉬움을 거듭하며 우리와 함께한
영천에게 이제 작별의 인사를 보낸다.

永遠하라! 永川이여!

나. 취함도 버림도 모두 힘든 삶의 현장, 그 기록들 ...

이번 구간도 지난 17구간과 마찬가지로 당일 답사구간이다. 참가하기 힘들겠
다던 산유화도 야간열차로 내려와 원동에서 귀선누님과 합류, 청류의 차량으로 양산으
로 향한다. 청류를 기다리는 사이,월요일 출장이 있어 산행을 마치고 바로 밤열차편으
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내 손에는 양복과 서류가방,구두를 넣은 비닐가방이 들려져
있어 우스운 모양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이번 답사에는 '지리산 통신'과 '지리산 사랑
동호회'를 통해 지리산을 함께 다니는 화일씨도 동참코자 하여 합류하게 되었다.

아침을 해결하지 못한 몇몇을 위해 가끔씩 들르던 양산 내원사 입구의 봉화식당에서
손두부와 공기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차를 오늘 산행의 종료점인 땅고개로
향한다. 언양에서 24번국도를 타고 석남사 방향으로 향하다 궁근정에서 우회전, 경주
산내쪽으로 방향을 틀어 산자락사이의 2차선 도로를(921번) 따라 오르면 삽제를 지나,
산내 불고기단지 입구의 고개를 지난다. 이 고개는 고헌산을 내려선 외항재에서 연결
되는 길로 다음 구간 때에 가로 질러 가야하는 낙동정맥상의 길이다.

09:45 921번 도로를 계속 달려 산내면의 면소재지가 있는 의곡리를 거쳐 땅고개 도착.
이 고개의 이름은 1/25000 지형도에는 당고개로, 1/50000 지형도에는 땅고개로 표시되
어 있는데, 택시기사를 비롯한 그 지역사람들이 일컫는대로 땅고개로 부르기로 한다.
땅고개에는 도로 확장공사가 한창이고 대형 포크레인이 그 시각에도 부지런히 움직이
고 있었다. 건천쪽으로 고개지나 건물이 있는 쪽 도로의 오른쪽 한켠에 차량 2대를
주차하는 사이, 건천방향에서 영업용택시 한대와 승용차가 올라 오며 차를 돌린다.
우리가 타고 아화로 이동할 차량인 모양인데, 현을이 미리 연락을 취해 놓았나보다.
영업용차량 1대가 더 수배되지 않아 자가용을 가지고 왔다하는데, 자가용 운전자는
의외로 중년의 여자분이다.

10:14 대절 차량으로 아화를 지나 지난 구간에 확인해 두었던 상추마을 못 미친 지점
의 고속도로 밑을 지나가는 통로에 도착.

10:19 질퍽한 통로를 지나며 산행을 시작한다. 비가 오락가락하기는 하나 포근한 날씨
이다. 오른쪽의 논 사이를 가로질러 무덤이 많은 곳을 지나 고속도로 옆의 낮은 구릉
지대인 마루금으로 접근한다. 10:25

능선에 올라 마루금을 확인하고는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아카시아숲 사이의 평평한
길을 잠시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길이 이어지며 관리가 잘 되지않은 무덤있는 곳을
지난다. 이 묘터에서 올 해 처음으로 꽃을 피운 할미꽃을 만난다. 아직 꽃잎을 활짝
열지는 않았으나 자줏빛의 소담스런 모습이 정겹다.

가끔 흩날리던 비는 산행을 시작하자 완전히 그쳐 있다.

정면에는 우뚝 솟아 오름길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사룡산 앞 650고지가 보이고 좌측
전방으로는 봉우리가 올망졸망 모여 있는 오봉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루금 좌
우로 작은 못(池)이 있고, 왼쪽 아래에는 붉은 스레트 지붕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소나무의 푸르름까지 더하니 봄의 숲은 더욱 활기를 띤다.

밭 사이로 난 너른 길을 진행하면 좌우측으로 가로지르는 큰 길을 건넌다. 고도가 낮
은 구릉지대로 억새와 잡목이 무성하다. 길 왼쪽으로 철조망이 길게 쳐져있는데 '고압
송유관 매설지역'이라는 안내판이 걸려져 있고, 오른쪽 사면으로는 넓은 초원지대가
펼쳐지는데 보리밭이다. 산길이라기 보다는 너른 초원지대의 신작로처럼 좋은 길이
이어진다. 10:38

소나무숲과 보리밭, 그 초록의 싱그러움에 문득 박하향을 느끼다.

10:46 낮은 마루금은 역시 삶의 흔적들을 많이 보듬고 있다. 큰 집수정이 있는 복숭아
나무 과수단지를 지나면 아주 너른 임도가 나오는데, 전방으로는 계속 과수단지가 이
어진다. 왼쪽으로 저수지 있는 방향으로 시그널이 달려있다. 저수지 주변에는 차량 몇
대가 주차되어 있는 모습으로 보아 낚시터인듯하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오니
과수원 아래의 집 근처 작은 웅덩이에는 오리들이 몇 마리 뒤뚱거리거나 물 위에서 놀
고 있다. 비포장도로인 듯한 너른 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을 따라 진행
한다. 10:53

과수원을 만나면서 마루금을 잃어 버렸고, 또 에돌아 가다보니 방향찾기도 쉽지 않다.

10:57 너른 비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보면 왼쪽 소나무 숲속으로 다시 마루금이 연
결된다. 간벌을 하여 훤하고 평평한 숲속길을 걷다보면 오랫동안 잊고 살아오던 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왼쪽 맞은 편 산자락으로 타조농원이 보이고 그 아래로는 폐기물
야적장인 듯한 시설물이 보인다.

갑자기 숲이 어수선해지며 무덤있는 낮은 봉우리를 지난다. 고사목과 불탄 흔적이 있
는 나무들로 보아 산불이 났었나보다. 봉우리 조금 지나 소나무숲에서 휴식을 취한다.
역시 이번 구간에서도 진행방향 우측의 영천쪽의 마을들을 잘 볼 수가 없다. 좌측 산
자락 아래로는 큰 마을이 보이는데 아래샘촌인 듯하고 주위의 논이 아주 넓다.11:14

11:25 출발. 여전히 길은 걷기에 좋다. 푸르름을 한껏 자랑하는 소나무에는 작고도 튼
실한 솔방울들이 많이 열려있다. 뿌연 대기에 가려진 해는 마치 은쟁반처럼 멀뚱하게
제 빛을 잃고 떠 올라 있다. No.59번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송전철탑을 지난다.11:28

다시 마루금길을 좌우로 가로지르는 임도를 지난다. 오봉산의 모습이 더욱 확연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오봉산과 낙동마루금 산자락 사이의 평평한 분지에는 논이 아주 너
르고, 논 사이로는 산자락쪽으로 일직선으로 뻗어 있는 도로가 인상적인데, 천촌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계속 이어지는 짙푸른 소나무숲속 사이의 너른 길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따끔씩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쓰레기가 눈에 거슬린다.

소나무숲 사이에 진홍빛 꽃몽오리를 머금은 진달래는 꽃을 곧 피울 듯하다.
'가지 마세요! 나 이제 곧 몸 풀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무옆에서 숨 죽이고 기다리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꽃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난스럽게도 짙푸른 솔숲에 취했나보다. 솔숲 사이의 너른 길을 흥얼거리며 진행하는
데 앞서 가던 산유화가 '어! 이 길은 골짜기로 빠지네...'하며 뒤돌아 본다. 그러고
보니 오른쪽 영천쪽에서 연결되는 큰 길도 보인다. 아뿔싸! 지나왔던 소나무숲 사이의
길을 얼른 되돌아 가니, 이내 진행방향의 좌측 숲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나고 깨끗이
정비된 큰 무덤 2기가 있는 곳에서 앞서 가던 현을아우과 합류한다. 11:47

이제부터의 산길은 제대로 된 오름길인데 만만치가 않겠다. 낮은 소나무숲은 벌써 머
리를 숙이고 허리를 낮추라며 으름장을 놓듯 좁게 길을 내어 놓았다. 그런 숲길을 한
동안 올라 능선턱에 닿으면, 우측 아래로 저수지가 보이는데 영천 효리의 효동지이다.
여기저기 쓰러진 나무들이 자주 보이고 다소 칙칙한 숲사이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
되자 땀을 쏟기 시작한다. 고도를 올려서 본 오봉산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고, 산자락
아래로는 천촌리의 마을들이 포근하게 들어 앉아 있다. 11:57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앙증맞게도 예쁜 봄꽃들이 드디어 얼굴을 내밀기 시
작했다. 처음 맞이한 봄꽃은 엷은 분홍의 고운 이파리를 가진 '노루귀'라는 특이한 이
름을 가진 꽃인데, 잎의 모양과 그 대에 있는 작은 털이 마치 노루귀처럼 생겨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한다. 촬영을 하는 산유화의 손길이 바빠지고, 그 꽃을 사진으
로 볼 수 있음이 다행스럽다. 오름길은 계속 가파르게 이어진다.

오름길이 다소 완만해질 즈음 노란 꽃망울을 풀어헤친 생강나무를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맞이한다. 아직 추위는 남아 있을 듯한데 봄의 전령들은 어김없이 이 숲속 구석구석을
다녀갔나보다.

12:21 무덤을 지나 오름길은 계속된다. 약 200M 대의 낮은 구릉지대에서 600M 대로 고
도를 올리다보니 오름길은 한참 동안 힘들게 이어지는데, 약 500M 고지의 봉우리를 지
나면 잠시 평평한 길이 나온다. 12:25 휴식.

12:32 약 560고지의 능선턱을 오르면 오른쪽 산자락으로 영천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보
인다. 안부를 지나 능선턱을 통과하면서 거의 600M대로 고도를 올리게 되며, 계속해서
두 번 정도 능선턱을 힘들게 통과하면 첫 번째 바위전망대를 만난다. 12:50

고도를 한참 올렸기 때문인지 우측 영천쪽으로 가슴이 탁 트이며 산자락 아래로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그러나 뿌연 대기 때문에 멀리까지 조망할 수 없음이 다소 아쉽다.
영천쪽 평야지대로 흐른 지능선들은 마치 거대한 짐승처럼 너른 들녘에 평화롭게 엎드
려 있고, 그 사이로는 못(池)이 아주 많이 들어서 있다.

못의 수가 대략 10개 정도라 했더니 '정확하게 세어보았는데 12개'라며 따라 다니며
정정을 요구하며 따지는 사람이 있었다.

보드랍던 육산길에 바위들이 나타나고, 잠시 올라서면 더욱 너르고 조망하기 좋은 전
망바위를 만나는데, 지형도상 표시되어 있지 않는 삼각점이 있는 640M봉에 이내 닿는
다. 12:56

13:05 바위지역을 좌측으로 트래버스하여 낮은 소나무숲속으로 들어서면 힘든 오름길
이 끝나는 사룡산(685M) 앞 650고지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낙동마루금길은 사룡산쪽
의 정면으로 진행하지 않고,방위각 약 110도 방향의 동쪽으로 치우치며 이어진다.
650고지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낡은 철구조물이 서 있다. 뿌연 대기에 경주쪽으로는
시계(視界)를 감추었고, 영천쪽으로도 산자락 아래로만 조망이 된다. 진행방향의 산자
락 아래로 생식마을의 건물들이 힐끗보이고,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이 흐르는 사룡산
정상부의 모습도 눈에 잘 들어온다.

때 맞추어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사진을 찍느라 다소 시간이 지체
되는 후미진을 기다리다 합류, 좌측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13:13

13:16 내리막길을 조금만 진행하면 생식마을 가장 위에 있는 외딴 집을 만난다.집안에
는 아무도 없었으나, 산속 높은 곳에 있는 집 치고는 깨끗한 편이다. 콘크리트 포장길
이 집앞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집의 마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지난 가을에 캔
더덕으로 담근 귀선누님이 가져온 더덕주와 용면이 가져온 매실주등을 반주삼아 몇 잔
마신다.

14:19 출발. 낙동마루금은 진행방향의 좌측 평평한 공간있는 곳으로 이어진다. 땅을
평평하게 다져놓은 곳은 이장을 끝낸 묘터인 듯하다. 이내 생식마을의 건물들이 나온
다.이따금씩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들려오긴 하지만 인기척이라고는 느낄 수가 없다.

행정구역명이 경주시 산내면 우라2리인 사룡산 아래 시루미기마을에 들어서 있는 생식
마을은 약 30여년전에 충북 단양군 소백산 곤로봉 부근에 살던 정평화씨가 화전민 철
거정책에 밀려나 이곳에 친인척들과 공동구입한 8만여평의 임야에 농사를 지으며 생식
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약 30여가구 100여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의 주민들은 고기와 불에 닿은 음식은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한다. 즉 인간은 먹
는 즐거움을 버려야 욕심을 버리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믿고 생활을 한다고 한다.

자연석에 '一心'이라는 글을 세겨 세워 놓기도 하였고, 건물의 벽면에는 한문으로된
글귀들이 어지러이 적혀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우주생명 실상회''인도교육원'
'대자연회'등의 현판이 출입문앞에 걸려있다. 종교집단인 듯한 느낌을 직감적으로 느
낄 수 있었으나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특정종교를 믿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루 두
차례 예배를 올리기는 하지만 종교는 자유이고, 천주교, 기독교, 불교신자는 물론 선
을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초근목피 연구원'이라는 안내판도 눈에 띤다.
건물입구마다 세워져 있는 쇠창살로 된 높은 대문들이 묘한 느낌을 준다.

생식마을은 사룡산 아래로 너르게 펼쳐져 있으나 마루금상에 있는 건물들만 훓듯이 쳐
다보며 그 사잇길로 내려선다. 마을 안부 길에서 맞은 편 산자락 아래에 있는 마지막
집에 올라, 오른쪽으로 마당을 가로질러 도로로 이동한다. 이 집 뒤에 있는 능선이 마
루금인 듯하나, 도로로 내려서서 숲재로 이동하기로 한다. 결국 마루금을 우측 도로로
트래버스하여 진행하는 셈이다. 14:34

14:45 도로를 따라 내려서면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숲재에 닿는다.
이 고개에는 '우라(牛羅) 생식마을'이라는 안내석이 서있다. 마루금이 도로와 맞닥드
리는 절개지는 아주 경사가 급하고 높아 내려서기가 쉽지 않을 듯하니, 미리 임도로
내려서서 진행함이 좋을듯하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맞은 편의 산자락으로 오른다.
임도로 잠시 이어지던 길은 왼쪽 숲으로 들어서며 급경사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그 사이 뿌옇든 대기는 조금 개여 맑아져 있다. 14:50

경사가 완만해지면 키 큰 소나무숲 사이 솔가리가 많이 깔린, 아주 좋은 평탄한 길을
걷다가, 갑자기 차량이 지나간 흔적이 있는 땅이 엄청 패인 임도를 만난다. 진창길인
임도를 따라 잠시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건천농장 입구가 나오고 마루금길은 정면의 숲
으로 곧장 들어간다. 오른쪽으로 농장에서 설치한 철조망이 계속 이어지고, 개짖는 소
리가 요란하다. 건천농장 위 소나무숲에서 휴식. 15:19

15:25 출발. 왼쪽으로 부산성과 그 안에 있는 여러 시설물들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
온다. 안부에는 오른쪽 농장으로 연결되는 소로가 나 있다. 정면의 오르막길은 땅이
녹아 질퍽이며 미끄럽다. 산성의 흔적인 듯한 돌무더기가 많은 능선의 턱을 통과하니
작은 콘크리트 기둥에 쇠줄로 울타리를 쳐놓은 모습이 보이는데 철조망 보다는 한결
낫다. 다시 능선턱을 오르고 가시나무와 억새가 무성한 곳을 지나면 평평한 봉우리의
무덤 앞으로 길이 진행된다.

그리고 갑자기 변해버리는 산자락의 모습에 가슴이 턱 멎는 듯, 놀라게 된다. 15:33

오봉산으로 이어지며 부산성이 품고있는 왼쪽의 너른 산사면은 모두 밭으로 개간되어
있고, 무우밭이다. 작년에 수확을 포기했음인지 썩은 무우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오봉산과 그를 에워싸는 부산성 안의 여러 시설물과 바위지대가 어렴풋이 보인다.

수확을 포기한 무우밭의 저 아래 지점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되돌아 와 보는데, 말 그
대로 '무우의 시체를 넘고넘는 꼴'이다. 다시 마루금으로 이동한다. 아니 마루금인 듯
한 곳으로 이동을 할 뿐이다. 마루금은 이미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키 큰 억새풀
사이의 너른 길을 걷는다. 광할한 고원지대에 무우밭이 한참 동안 이어진다.

검은 폐비닐이 널브러져 바람에 날리고, 무우가 썩어가는 밭으로 된, 마루금 아닌
마루금을 걷는 일이란 무언가 꺼림칙하다. 좌측 맞은 편 산자락에는 한술 더 떠 산자
락을 깊이 갉아 들어가고 있는 채석장의 흉칙한 모습도 보인다.

15:55 밭 지대를 지나 숲속길로 들어서면 산성인듯한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곳을 통과
하는데, 만약 산성이라면 남문즈음이 될 듯하다. 이곳에서 조금만 진행하면 안부가 나
오고, 좌우측으로 각각 내려서는 길이 있다. 좌측 산자락으로는 불난 흔적이 아직도
생생한데 아마도 큰 불이 났었나 보다. 그래도 산길 아래로 드러나는 검은 빛의 흙은
아직도 건강하고 기름진 모습을 지니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마루금 주위에는 붉
은 가시나무가 많다.

16:05 마루금 오른쪽으로 조림한 듯한 키가 그리 크지 않은 잣나무숲이 나오고 왼쪽으
로는 여전히 불에 타버린 숲에 드러나는 황갈색의 메마른 산자락이 한동안 이어진다.
오른쪽 전방 약 2시 방향에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는 774봉인 듯한데 마루금에서 이어
지는 지능선상에 있다. 완만한 오름길을 쉬엄없이 걷다가 바라본 해는 하루종일 뿌연
대기에 힘이 없더니,그게 아쉬웠던지 뒤늦게 몸을 열정적으로 사르고 있다.

16:14 753고지 능선을 올라선다. 오른쪽 남양목장쪽 산사면 높은 곳까지 땅을 고른
흔적이 보인다. 헬기장을 만나면 바로 억새지대가 이어진다. 여기서 마루금은 잠시
남쪽으로 향하다가 동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 내리막길로 내려서게 된다. 휴식.

16:26 출발. 언 땅이 녹아있어 가파른 내리막길이 매우 미끄럽다. 내리막길 중간 오
른쪽 숲속에 콘크리트기둥(No.74. 山)이 박혀져 있어 이상하게 생각하고 접근하다가
엉덩방아를 찧고만다. 왼쪽으로는 불에 타 민둥산이 된 참혹한 산자락이 계속 드러난
다.

채석장, 불에 타버린 숲, 버려진 마루금의 밭, 자연은 무한한 것이 나닐진대 마치 소
모품처럼 대하는 오늘의 우리는 반성하여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 높은 고
지에 광할한 밭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고도, 수확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을 그 처절한
절망감에 안타까운 연민의 정을 느끼게도 된다.

너른 숲길로 이어지던 마루금길에는 드문드문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무덤 1기를 지난
다. 16:37

16:43 철조망을 건너 어두목장(지형도상) 바로 앞 사면을 내려서는데 갑자기 개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오른쪽 철조망을 쳐놓은 곳에는 '사유지이므로 출입을 금한다'는
명덕조경이라는 업체의 경고팻말이 달려있다. 목장사이로 난 큰 길을 건너면 억새숲
사이의 완만한 사면으로 다시 올라서야 한다. 16:48

작은 개울을 지나는 길 옆에는 작은 자갈이 깔린 원형으로된 넓은 공간이 있는데 말을
훈련시키는 곳이라고 병천이 일러준다. 억새밭 사이의 산사면을 오르다가 뜻밖의 장애
물을 만난다. 산사면을 가로지르며 허리깨쯤 높이로 쳐진 철조망이 가로막는 것이다.
좌우로 비켜서서 살펴보아도 길이 없는 듯해 철조망위로 바로 넘어 통과한다. 16:55

참나무숲속 사이의 길은 뚜렸하게 잘 나있다. 조금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올라오는 길
과 만나는데 우회하여 올라오는 길이 있는 모양이다. 철조망은 산길 오른쪽으로 계속
따라 올라오는데, 약 180M의 고도를 올려야 하는 힘든 오르막길이다.

17:13 오르막을 힘들여 오르니 뜻밖에도 방화산 임도가 윗 사면을 가로지르며 나있다.
공사를 한지 얼마되지 않은 듯 하다. 혹시 흐르는 돌이 없는지 주의해서 올라 계속
이어지는 철조망 왼쪽으로 진행하면 651고지에 닿고 휴식을 취한다. 17:17

이곳의 삼각점은(1982 재설 경주 463) 서쪽으로 약 9도 치우쳐 있다. 방위각 약 140도
방향으로 단석산이 우뚝 서있다. 651봉에서 마루금은 오른쪽 철망을 넘어서며 진행되
는데 좌측으로도 산길이 잘 나있다. 이 길은 송산저수지가 있는 송선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17:26 출발. 오른쪽에 있는 철조망을 넘어서자 왼쪽 산자락 아래로 넓은 송산저수지의
모습이 드러난다. 땅고개에서 건천쪽으로 차량이동을 하며 보았던 곳이다. 이 저수지
의 물은 건천지역의 식수로 사용된다고 한다. 바위지대를 지나 오래된 무덤 2기를 지
나니 좌우측 산자락으로 경사가 다소 심하다. 모처럼 마루금을 걷고있다는 느낌이 들
게된다.

17:39 꽉 막혀있던 오른쪽 산자락으로도 시야가 트이며 포크레인으로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 보인다. 어머리라는 특이한 이름의 마을 아래인 듯하다.

어머리! 조금전 우리가 지나온 어두목장, 또 지형도상 어머리 아래에 있는 어두지
(漁頭池)를 살펴보면 ... 어+두(머리)라고 희한하게 조합된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약 580고지의 봉우리를 지나면 아주 정갈하고 평평한 너른 숲속길이 나온다.
후미조 몇몇은 이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17:56

낙엽이 두텁게 깔린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을 약 10여분 진행하면 오솔길처럼 너른 길
이 이어지다가 손질이 잘 되어있는 너른 무덤(烏川 鄭氏묘)을 만나는데 봉분의 높이가
아주 높다. 산길 좌우로는 간벌을 하여 숲이 훤하고 임도수준의 너른 길이 계속 나온
다. 바위인지 석불인지 절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단석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 저녁
햇살에 반사되어 허옇게 빛나는 곳이 눈에 들어온다.

길 주변으로 무덤이 많이 있다. 오래된 달성 서씨묘를 지나 전신주가 지나가는 비포장
도로에 도착한다. 비포장도로이긴하나 길의 상태는 아주 양호하다. 18:17

도로를 건너 너른 오솔길을 따라 마지막 371봉으로 올라야 한다. 가시나무와 잡목이
어지럽고 완만한 숲속길을 지나며 마지막 땀을 쏟는다. 무덤 조금 못미쳐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소로도 보인다. 능선턱을 올라 좁은 참나무숲을 지나 무덤 3기를 통과한다.
371봉이고 삼각점도 있다. 땅고개 옆에 서있는 커다란 통신중계탑이 정면에 보인다.
18:25

어느새 숲에는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솔가리가 많이 깔린 어린소나무숲 지대를
지나는 사이,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공간이 열리고
무덤이 나온다. 산길은 능선을 바로 진행하지 않고 우측 자락으로 내려 선다. 땅고개
도로 절개지로 피해서 우회하는 것이다. 산자락을 내려서면 너른 길이 나오고 작업을
마친 포크레인이 우두커니 서있다.

땅고개를 지나는 도로(20번 국도)에는 눈을 하얗게 뜬 차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
다. 생각보다 차량통행량이 많다. 도로 건너 정면의 너른 임도로는 다음 구간에 지나
야 할 길임을 알려주는 시그널이 많이 달려 있고, 도로 양쪽에는 건천읍과 산내면을
알리는 이정표가 어둠이 잦아드는 고개 위에 무심히 서있다. 이 땅고개는 사룡산 앞
650봉 지나, 마루금이 계속 경계를 지으며 진행했듯 경주시 건천읍과 산내면 사이에
있다.

산행종료. 18:34


다. 18구간을 마치며.

이번 구간 초입에서 맞이하는 짧은 구간은 낮은 구릉지대에 밭,과수원등이
자리잡고 있고, 또 우회하는 곳이 있어 독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진행방향의
기준을 사룡산으로 잡고 오름길을 잘 찾아야겠다.

땅고개에서 건천방향으로 보면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 앞쪽을(마당에 들어가지 말
고) 가로지르는 길을 약 50여 미터 따라 들어가면 약수터가 있다. 큰 물통을 가지고
와 물을 떠 가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혹시 야영산행을 할 경우에는 접근성과 식수
확보가 용이한 곳이라 하겠다. 우리팀은 산행을 마치고 이 곳에서 간단히 얼굴을 닦
았다.

아화 개인택시: 전화번호 054-751-6478~9 대절료 : 땅고개-아화 15,000원(아화에서
상추마을 입구 고속도로 통로까지 더 이동하여야하므로 조금 더 요구할 수도 있음)

경주를 거쳐 포석정 뒤 삼릉앞 우리밀 칼국수집에서 뒷풀이 후 귀가길에 오름.

함께한 뫼벗대원 모두 수고가 많았다.

(기록/정리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