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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 情 無 限

봄까치꽃을 만나며

 

 

              [봄까치꽃]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가속도가 붙는 듯한 시간의 흐름에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유쾌한 시간들에 몸을 맡기고 난 후에 맞이하는 혼자만의 시간은 더욱 그러하다.

이따금씩 내게 찾아오는 불면의 밤은 이러한 불안감의 소산이리라.

 

 

그저께 작은 화단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결명자를 열매가 달린 채로 모두 뽑아 버렸다.

몸을 앙상하게 줄이며 슬기롭게 겨울을 난 결명자로서는 때 아닌 날벼락이었겠지만,

약초로 대접받지도 못하고 잡초처럼 서있는 모습이 볼썽사나웠기 때문이었다.

 

 

신새벽 즈음에 깜빡 잠이 든 나는, 모처럼 가위에 눌려 허둥거리다가 깨어났다.

근데 그 가위눌림의 이유가 무섭고 괴기스러운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찾는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담벼락 아래 결빙이 반복되는 습한 흙더미에 꽃을 피우고 있는 이 녀석을 생각하는 일은,

굳이 큰소리로 희망을 노래하지 않아도 될 일이리라.

 

 

2014. 2. 24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