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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자연공원법에 문화유산 특성도 고려할 때

by 지리산 마실 2009. 7. 7.
<연합시론> 자연공원법에 문화유산 특성도 고려할 때

결의대회를 마친 스님들이 통도사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불교조계종이 2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사찰경내지를 국립ㆍ도립ㆍ군립 자연공원에서 해제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총무원장과 중앙종회의장 등 종단 지도부와 사찰주지 1천500여 명이 참여해 각오를 다졌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사찰경내지를 자연공원법상의 국립ㆍ도립ㆍ군립 공원에서 해제하고 문화재보호법을 수정ㆍ확대한 문화유산법 안에 '문화유산지역'을 신설하라는 내용의 결의문과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본사와 말사의 주지들이 이처럼 큰 규모로 대회를 연 것은 13년 만에 처음이다. 불교계로선 그만큼 절박한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조계종이 이처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것은 자연공원법 개정 움직임과 직접 관련이 있다. 정부는 10년마다 자연공원 구역을 재조정해왔는데, 올해가 바로 그 시기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지난 5월 초 입법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불교계가 오랫동안 제기해온 주장이 빠져 본말사 주지결의대회까지 오게 된 것이다. 불교계는 1968년 이후 40년이 넘도록 사찰지가 자연공원법에 묶여 사찰의 소유권과 이용권을 침해당해왔다며 폐지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문화재보호법, 산림법 등도 있어 중첩 관리라는 것이다. 반면, 환경부는 자연공원에서 사찰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 이를 섣불리 해제하면 자연공원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자연공원에는 사찰지뿐 아니라 다른 사유지도 포함돼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꼽는다.

  
조계종의 요구는 귀기울일 만하다고 본다. 자연공원법이 생태가치 중심으로 관리된 결과 문화가치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돼왔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조계종은 사찰지의 주인이면서도 건물 하나 짓는 것은 물론 나무 한 그루를 옮기더라도 법적 규제를 받아야 했다. 사찰의 자율성과 재산권을 보장해달라는 주장은 그래서 일면 타당하다. 국공립공원 구역에 편입된 사찰 토지는 전국적으로 약 1억 평, 도립ㆍ군립ㆍ도시공원까지 합할 경우 2억 평에 가깝다. 하지만 이처럼 영역이 방대한 데다 자연공원의 요지를 차지하고 있어 자율에 맡겨질 경우 난개발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자연공원법 대상에서 사찰지가 빠진다면 규제가 크게 완화되는 셈이어서 그렇다. 중복된 관련법을 일원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다수의 정부부처에 해당되는 이들 법률을 하나로 묶어내기가 막상 쉬울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결의문 내용이 관철되지 않으면 서울 조계사 전국승려대회, 서울시청 앞 범불교대회, 전국사찰 출입통제, 산문 폐쇄 등을 차례로 단행하겠다고 불교계가 벼르고 있어 첩첩산중이 아닐 수 없다.

  
국공립공원은 기본적으로 국민과 시민의 편의와 안녕을 위해 유지ㆍ관리돼야 마땅하다. 그 안에 속해 공공재 성격이 강한 사찰지도 빼어난 자연환경과 유서깊은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곳이어서 불교계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소중한 삶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사찰지의 엄연한 법적 소유자가 불교계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의 기본정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앞서 불교계 주장의 요체가 자연공원법이 소홀히 해온 문화가치에 주목해달라는 점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자연공원법 개정을 둘러싸고 환경부와 불교계 사이에 불거진 견해차와 대립은 허심탄회한 협의를 통해 풀어낼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불교계는 사찰지를 자연공원법의 대상으로 남도록 양보하는 대신 환경부는 '문화유산지구' 지정 등의 내용을 개정법률안에 새롭게 추가하고 자율권도 강화해 불교계의 요구취지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것이다. 법 개정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정부와 조계종은 시민단체전문가들과 별도의 협의기구를 만들어 묘안을 창출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