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에서 건강을 찾자
박재현 (진주산업대 산림자원학과 교수)/경남일보
최근 인구증가와 환경오염으로 깨끗한 공기, 맑은 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접하려는 국민적 관심이 폭주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된 이래 산을 찾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주말이면 각종 산악회를 따라 산으로 가는 사람이 엄청나다. 숲이 단순한 휴식 차원을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증거다. 왜냐 하면 산에 다녀온 사람치고 그 날 기분이 나쁠 수 없고, 상쾌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기쁜 소식은 산림청에서 2017년까지 전국 각지에 18개의 ‘치유의 숲’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에 ‘산음 치유의 숲’이 올해 초에 개장한 것을 비롯, 강원도 횡성에 치유의 숲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치유의 숲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서 숲에서 피곤한 심신을 쉬고, 아토피를 치료하고 건강을 되찾자는 것이다. 산림에 피톤치드(phytocide)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피톤치드가 생리적 긴장완화 효과를 주고, 리렉스 효과를 주어 혈압을 낮춰줄 뿐만 아니라 뇌 활동을 유의적으로 진정화시켜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이러한 피톤치드로 인해 산림에서 놀다 돌아온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치유되었거나 효과를 본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숲의 치유효과를 일상 속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들도 많다.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는 것은 피톤치드의 방부효과를 활용해 송편이 잘 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뽕나무 잎에서 나오는 흰 즙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민간요법도 피톤치드의 항균작용을 이용하는 것이다. 핀란드에서 사우나를 할 때 얇은 자작나무 가지로 몸을 두드리는 행동이나 나무 욕조를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피톤치드의 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피톤치드의 다양한 효과 중 항균효과와 면역력 증강효과는 과학적으로 잘 증명되어 있다. 충북대학교 동물의학연구소 실험결과,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는 폐렴, 고열, 설사를 유발하는 레지오넬라균을 95%, 여성 질병의 원인인 칸디다균을 80% 살균했다. 병원감염의 원인인 항생제내성포도상구균도 50% 정도 살균하는 효과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다. 숲에 가면 암이나 감기증상이 좋아지는 것은 우리 몸이 면역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무나 식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뿜는 다양한 종류의 피톤치드와 숲의 좋은 환경이 인체의 생리적 화학반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소나무, 잣나무, 편백나무, 화백나무에서 방출되는 피톤치드를 닭에게 주입한 뒤 2시간 동안 15분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한 결과, 네 개의 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 모두 5~7% 가량 닭의 동맥압을 떨어뜨렸다. 또 다른 동물실험에서는 피톤치드가 10%에서 100%까지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우울증은 물론, 고혈압, 비만, 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결국 이렇게 좋은 피톤치드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산에 가는 것이다. 그것이 산림의 치유효과이다. 이렇게 산림 치유를 극대화시키는 곳이 ‘치유의 숲’이다.
피톤치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산림욕은 우선, 가을보다는 봄, 여름이 좋다. 숲이 내보내는 피톤치드의 양이 봄부터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 최대치에 달하기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침엽수, 활엽수 모두 기온이 상승하는 정오 무렵에 방출량이 최대치가 된다. 더욱이 침엽수에서 방출량이 많다. 건강에 좋은 음이온 역시 침엽수가 많은 곳, 계곡과 호수가 있는 곳이 많다. 뿐만 아니라 산꼭대기보다는 산 중턱이 좋다.
경상남도는 국토 면적의 약 1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이 68퍼센트에 달해 지리산을 근간으로 한 산림자원이 풍부하고 치유의 숲을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 많다. 남해엔 편백나무 숲도 넉넉하게 있다.
건강을 챙기는 것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근간이다. 숲에서 좋은 꿈을 꿀 수 있는 것도 치유의 숲, 산림 덕분임을 알아야 한다.
Write : 2009-05-27 [경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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