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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글방/숲속의 글마당

산에 살어/박두진



♧산에 살어 -박두진(1916~1988)


먼 첩첩 열굽이 꽃골짜기 돌아든 곳
내가 온 곳을 따라 너도 오라
숙아

머리에는 고운 산꽃을 따 달어 이브처럼 꾸미고
한아름 붉은 꽃을 가슴에 안고
새처럼 사뿐히 달려오듯 내게 오라
숙아

화장도 생활도 풍속도 버리고
여기 먼 아무도 없는 골에
천년을 산에 살러
내게 오라
숙아

* * * * * * * * * * *

☞ 부르면 혼자 오시겠어요? 어두워져 가는데
혼자 올 수 있으세요?

빽빽한 숲을 헤치고 얼음들판을 지나 캄캄한 세월의
강을 건너 나에게 오세요. 겨울 동백 만발한 이 산속의
정원으로 오세요.

촛불을 켜고 기다립니다. 너는 나에게 어서 오세요.
옷소매를 깁다가 낮은 노래를 부릅니다. 오지 않는
그대들,

안녕하신지요?
/김이듬(시인)

[경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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