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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글방/숲속의 글마당

[詩]그리운 치밭목/강영환

 

 

[치밭목대피소. 07년10월]

 

 

 

♧그리운 치밭목

  눈산  강 영 환

 

먼 길을 돌아

치밭목에서 돌아왔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신발 끈을 풀고 무거운 써래봉을 벗었다

발바닥에서 푸른 이끼가 떨어져 나가고

장단골 흐르는 물소리

이마에 잘생긴 폭포 하나 그렸다


물에 실어 보낸 낙엽 붉은 색이 돌아 와

가슴에다 적조를 내렸다

가려운 살갗에 돋는 붉은 소름

눈에는 목마른 산죽이 쏟아졌다

불륜으로 땀 젖은 옷은

언제나 집이 낯설기만 하다


2박 3일이 아니라도

다시 떠나기 위해 돌아왔다

산을 먹고 돌아온 날 밤에 아이를 낳았다

아버지가 그리운 사생아

집이 그리운 산으로 컸다

불쑥 불쑥, 눈치 없는 치밭목




* * * * * * *


강영환/시인.
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산지회 회장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현대문학 시 천료
[시집]푸른 짝사랑에 들다. 불무장등 등
2006년 3월, 시집 불무장등으로 이주홍 문학상 수상


== = = = = = = = = =


산에 드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시인의 입에서
갑자기 불륜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더니 급기야는

벌써 사생아도 낳아버렸다고 한다.


아무리 요즘 세상살이의 본류와 멀리 떨어진 삶을
좋아하고, 산과 자연을 가까이 하며 절창의 노래를
부르고는 있지만, 그 일로 말미암아 시인은 뭔가 
서글픈 일을 당했다는 말일까?

그리움으로 간혹 만나는 산을 오름이 불륜이 되어버렸고,
카타르시스라고 강변하던 일도 이제 오르가즘으로 고쳐
불러야 할 일이 되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산에 드는 일은 마르지 않은 갈증 같은 것,
산을 다녀오자마자 또 다시 산이 그리운 것을,
늘상 그리운 것을...
두류/조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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