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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두류실/두류실 일기

일광 포구 나들이

 

 

[일광포구. 오른쪽 뒷편에 보이는 산이 달음산]

 

■ 일광포구 나들이 - 길을 찾다.

 

허기진 사람처럼 게걸스럽게 지리산을 먹어치우더니 기어코 탈이 나지.

2주째 잔기침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기어이 길을 나서 지리산을 다녀온 저녁,

더욱 심해진 기침에 목소리까지 잠겨 목소리, 영락없는 환자의 모습이다.

 

시도 때도 없이 치밀어 오르며 길을 나서게 하는 그놈의 그리움이란 ,

집요하게 갉아먹는 듯한 요즈음의 잔기침 같은 .

 

그래서 지난 주말은 배낭을 꾸리지 못했다.

말하자면 근신인 셈이다. 날보고 뭐라 하지는 않지만 자발적인 근신.

굳이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알아서 기는 정도라 해도 좋겠다.

 

2주일 내내 병원 다녀오라는 이야기를 흘려보내다가 주말 직전 금요일 처방전을

받았더니, 못자게 하면서 병원 간다며 잔소리 폭탄.

에그 별것도 아닌 일로 주눅

산에 가는 무슨 죄라고

 

토요일 하루,

아슬아슬 마주치고 않고, 씻지도 않고 비실비실, 온종일 잠결에서 해롱해롱

어찌 그리도 시간은 가는지.

 

일요일, 드디어 것이 왔다.(물론 이건 혼자만의 생각이다)

처형까지 대동하는 나들이에 얹혀줄 테니 오던가 말던가 알아서 ()란다.

집사람과 함께 시장 나들이를 하려는 처형은 내가 마음에 걸려 인사치레로

말이었겠지만, 나는 기어코 못이기는 하고 따라 나섰다.

슬쩍 카메라도 챙겨 들고.

 

처음 찾은 곳은 내가 사는 해운대와 가까운 곳에 있는 기장시장.

넘쳐 나는 에너지에 놀랐다. 바닷가 마을답게 생선 해산물이 주류를 이루는 시장은

이미 인산인해, 길이 50 미터 남짓 이어지는 시장통의 양쪽 길은 지나다니기에

힘들 정도다.

 

 

 

싱싱한 해물들에 일일이 맞추며 5분쯤 걸었을까.

사람을 잃어버렸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발돋움하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미아,아니 본의 아니게 미남(迷男) 되어버렸다.

 

카메라는 처음 시장 전경 찍고는 도로 집어넣었다.

생업에 열중하는 사람들 면전에서 사진기를 꺼내 수가 없었다.

산에서 만나는 풍경에 느낌을 얹으며 사진으로 잡아오던 나로서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체인 모습들을 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장 중간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기고 쓸려 갔다가 쓸려오기를

2차례를 반복하니 저만치 가족들이 보인다.

 

이렇듯 힘이 넘치는 삶의 현장에서 나는 힘이 빠지는 느낌일까?

갑자기 다섯 마리, 만원! 오징어 중의 놈이 펄떡 튀어 오르며 물을 튕긴다.

 

어라 찾아 오네

보이소, 뭐라 합디까. 사람 본래 찾아와예

멀뚱한 모습의 나를 발견한 자매간의 이야기다.

 

이거 내가 세상 부적격자 같은 느낌이 드는 무엇 때문이지?

 

시장을 보고 아낙이 , 내가 따라 곳은 일광 포구다

맛있는 건조 오징어를 파는 곳이 있단다.

 

 

[건조중인 오징어]

 

나는 슬그머니 걸음을 빼서 바다로 눈길을 돌렸다.

바다를 바라보려다 문득 느낌이 먼저 닿는 곳이 있다.

아름다운 달음산이 저만치 눈에 들어 온다.

 

 [일광포구]

 

바다에서 방금 나온 해녀의 투박한 말투는 그니가 건져올린 해산물처럼

싱싱하고 건강하다. 거리낌 없고 자신감에 넘치는 몸짓에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다.

 

 

 [갓 바다애서 건져 올린 해산물과 해녀]

 

 

[꽁치를 손질하는 사람들]

 

 

[일광포구-2]

 

꽁치를 토막 내어 실에 꿰는 손길이 무척 빠르다.

 

어느새 찾아온 점심 시간,

지금껏 말없음으로 견뎌온 이유,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을 두며 참아온 ,

 

바다장어(아나고) 회에 소주 한잔 들이키는 즐거움이란

 

 

 

 

 

[칠암횟집촌 앞바다]

 

[2007년 1. 14일] 두류/조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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