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으로 가는 길/느낌이 있는 풍경

[비망록]환희-4월,달맞이 동산

 

지난 토요일, 경남 양산시 원동면 영포리의 신라고찰 신흥사에서는

관음전(원통전) 낙성식과 천수관음보살 점안 법요식이 있었다.

 

모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그 곳을 다녀왔다. 당초 계획은 어머님을

절에 모셔다 드리고, 절 앞쪽으로 난 계곡(절골)을 따라 올라가며 

여유롭게 봄꽃이라도 만나려 했으나, 결국 나는 준비해 간 카메라를

들지 못했다.

 

그 건 아마도 폐허처럼 버려져 있던 사찰을 중건하신 주지스님

(영규스님)의 노고를 외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마치 애당초 그러려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절 마당으로 들어

서서는 법요식이 거행될 새로이 지은 원통전 앞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약 2시간 동안 계속된 법요식...

 

나는 오색 띠를 잡고, 장막이 걷혀지며 붓으로 점안을 하는 의식에

몸과 마음을 두게 된다. 반야심경도 따라서야만 웅얼거릴 정도의 

무늬만 불자인 내가, 어찌 지겹다는 느낌을 받지않고 그리 오랫동안

행사에 동참하였는지는 참으로 모를 일이다.

 

법요식을 마치고는 대광전, 산신각,지장전, 칠성각, 그리고 관음전.

신흥사에 자리한 전각들을 하나도 빼지않고 예불하고, 어머니와 

점심 공양 자리에 드니 내 마음보다 당신의 마음이 더 좋은가 보다.

 

모처럼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절집에 들었다 오게 된다. 

 

그런데, 꼬불꼬불한 도로를 한참이나 나왔을까, 아차!! 사진은...

법요식과 예불에 마음쓰다 보니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절집 찍어오겠다는 생각마저도...

 

오후 네시쯤 부산 집으로 돌아와서는 전격적으로 봄맞이 장소를

집 인근의 해운대 '달맞이 고개' 도로를 끼고 있는 동산으로 잡았다. 

 

늦은 봄이나마 만나고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붓꽃 이외는 풀꽃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벌써 양지꽃 무리를 포함한 노랑꽃들은 다 가버렸다.

그 재잘거림이 없으니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제비꽃 무리도 잘 보이지 않았다. 무덤 주변으로 몇 놈 있었는데,

그나마 사진으로 잘 잡지도 못했다.

 

청미래덩쿨(망개나무), 소풍갈 때 늘 들 것을 메고 따라 오던 망개떡

장수 아저씨의 떡 통 안에 들어있던, 군침나는 떡을 싸고있는 이파리...

그 아쉽고 배고프던 유년의 추억으로나, 산길을 잘못들면 가장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던 그 지독하고 집요한 가시의 추억으로 남겨진 작은

나무가, 이날은 참으로 싱그러운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사진들은 오후 늦은 시간, 

해운대 달맞이 동산 숲속에서 봄을 만나고 온 흔적들이다.

 

작년 4월, 경기도 가평의 운악산과, 안성의 서운산 숲길을 걸으며

느꼈던 그 넘쳐흐르는 기운을 나는 '환희'라는 글로 맞이한 적이

있다.

 

메마르고 소박한 도시 근처의 동산이지만,

4월의 산은 여전히 환희롭다.

 

4월, 눈부신 연초록의 울림이여! 

 

-----------------------------------

 

모든 님들, 힘찬 한 주일을 맞이하시길 빌며...

 

 

[붓꽃. 그나마 산자락의 풀꽃을 만났다고 말할 수 있음이다. 흔하게 피는 꽃이지만

가을의 용담과 더불어 단아한 모습으로는 으뜸이다]

 

 

 

 

  

       

  

[벗꽃. 아낌없이 꽃비까지 내려주던 큰 나무는, 그 큰 몸체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일까,

부끄러운 듯 작은 꽃을 살짝 남겨 두었다. 문득 늦동이가 엄마품에 꼭 안겨 세상구경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철쭉은 연록의 숲과 참 잘 어울리는 색감을 지녔다.

하지만 내 카메라로만 들어오면 지워지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못내 서운해서

한 장이라도 남겨보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아마도 '환희'라는 말의 표현이 가장 적절한 듯하다. 새순이 나오는 모습이

마치 에너지가 넘쳐나는, 폭발하는 듯한 모습이다. 연초록의 싱그러운 숲은

꽃의 색깔 못지않은 파스텔톤의 새순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청미래 덩굴, (우리는 어릴 적 망개나무라고 불렀다.) 그 집요한 삶의 이미지...

오늘 그대는 내 마음의 주인공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세상이 살아갈 만한 것이겠지..... 정말 그러한가...]  

 

 

 

 

 

         

[봉우리에서 바라 본 송정과 송정 앞 바다]

 

 

[달맞이 고개 도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사포]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는 달맞이 언덕. 해운대 신시가지와 송정을 연결하는 송정터널이

생기고 난 뒤부터는 너무 조용해져버려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나마

낭만이라는 말을 쓰기에 모자람이 없는 곳이었는데....

왼쪽, 멀리 바라보이는 작은 섬들이 오륙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