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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두류실/두류실 일기

[日常]나의 봄을 찾으러...

by 지리산 마실 2006. 4. 15.

저는 지금 모처럼 이른 아침부터 아파트 숲이 내려다 보이는 거실의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열고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정말 일주일이란 시간이 어찌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지요...

 

지난 주는 목감기, 아니 알레르기성 천식때문에 혼이 났답니다.

밤마다 찾아오는 잔 기침때문에 온가족들을 다 깨우기도하고...   

 

기침은 지지난 주 와룡산 다녀와서부터 조금 낌새가 있었는데, 

아마 지난 주 황사가 가장 심했을 때, 야영과 산행을 하면서 하루종일

몸을 야외에 노출시켰던 게 더 악화시켰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은 나름대로 계획 잡기를, 토요일은 좀 쉬면서 아직

다 정리하지 못한 산행 자료와 기록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일요일에는 해운대 장산이라도 다녀오면 어떨까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어머니에게서 나온 말씀이 그 스케쥴을 다 지워

버리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아바이, 내일 산에 가제?"

 

당연히 산에 들어갈 것으로 짐작을 한 어머니의 물음에,

저가 "왜 그러십니까?"하고 되물으니,

 

"내일 신흥사 관음보살님 점안식이 있어 가야되는데, 아침에 다니던

버스가 없어졌다하네...그래서 혹시나 하고 한번 물어봤다. 아바이가

데려다 줄 수 있는가 싶어서..."

 

신흥사란 통도사의 말사로, 영축산 너머 반대 쪽 양산 원동에 있는 신라

고찰로 중창불사가 많이 이루어진 곳인데 초파일에 가끔 어머니를 모시고

간 적이 있는 곳이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말씀이다.

 

그믐 밤마다 천성산 미타암을 랜턴 비추며 수십년간 다녀온 어머니지만

절집에 들어가시는 일로 이렇게 전날 불쑥 나에게 교통편을 말씀하신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초파일 같은 날은 내가 자진해서 가족들과 함께 가지만)

 

그런 어머니에게서 당연히 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고 있는 나에게 이 정도

이야기가 나왔다면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며칠 전, 절집 가신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내가 그냥 흘러듣고 반응이

없으니 섭섭하신걸까...

 

 

아뭏든 오늘은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부처님 뵈러 가는 날이되고 말았다.  

 

그냥 절집에 데려다 달라고만 하셨지만, 나중에 모시고 나올 생각이다. 

 

나는 지금 작은 배낭과 카메라를 챙겨 놓았다. 마음이 닿지않아 눈길도

잘 가지않던 그 니들, 절집 주변에 머물고 있을 봄의 정령들을 데려올

수 있을까 하고...  

 

그러다 보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산자락에 졸고있을 내 마음의 봄도

그 곳에서 찾을 수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친구님들, 그리고 이 곳을 들러시는 모든 님들,

모두 즐겁고 평안한 주말 맞이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