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山 情 無 限

어머니의 전화

오늘 이른 아침, 고향 부산에 계시는 어머님으로부터 사뭇 상기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내가 안부 전화를 하면서 늘 통화는 하여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사뭇 긴장이 되었다.

말씀을 들어보니 그저께 밤, 보통 10시쯤이면 잠이 드는데 잠이오지 않아 이리저리 tv를 틀다가 모 종편에서 자정을 전후하여 방영하였던 '착한 청국장' 프로를 보셨고, 나에게 이야기 해주기 위해 방송에 나왔던 내용 전체를 메모하셨단다. 말씀 내용은 좋은 평가와 나쁜 평가를 받았던 사항들을 일일이 전달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알아서 잘 하겠지만 제대로 된 좋은 청국장을 만들라는 당부도 잊지않으신다.

내가 귀농해서 콩농사를 지으며 생업으로 삼은 청국장 만들기는 어머님이 알려주신 나쁜 사례, 즉 재료, 환경, 위생, 첨가물, 공정 등에 있어 양심을 속이는 일 없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 하고, 스스로도 부끄럽지 않은 작업을 하고 있기에 오히려 이러한 전파에 나의 진정성이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다.

나는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서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어무이 청국장 만드는 작업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생산과정을 모두 촬영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잘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어무이... 내일 14일 MBC라디오 오전 여성시대와 뉴스 뒤에 나오는 대담프로 '성경섭이 만난 사람''에 출연하니 잘 들으십시오. 전국방송으로 나가니 부산에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일찍 홀몸이 된 어머니를 위해 학창시절과 직장생할을 거치며 그러했던 것처럼, 이제 이 청국장 만드는 일로서도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렸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이다. 번듯한 직장을 떠나 ‘콩농사를 지으며 청국장 만드는 일’을 하겠다며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가는 큰아들을 바라보던 '어머님의 눈길', 지금 내가 여기서 이 일을 잘 하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