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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길/우리풀.꽃♧나무

소나무가 죽어간다②

by 지리산 마실 2008. 10. 30.

'민족 상징수' 소나무가 죽어간다
<하>병해충에 위협받는 소나무
김영우 기자   최창민 기자

 우리 소나무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소나무재선충을 비롯한 각종 병해충의 창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소나무재선충은 감염된 나무가 전부 말라 죽어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울 정도로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의 창궐로 소나무의 전멸이 우려되고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피해를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나무 에이즈’소나무재선충병= 1㎜ 크기정도인 재선충은 소나무 내 곰팡이 등을 먹이로 하는 선충으로 감염된 소나무는 수분 이동 통로가 막혀 1개월-3개월 내에 말라 죽는다. 소나무에 침투한 재선충 암수 한쌍은 20일에 20만마리로 증식하는 번식력을 갖고 있지만 자체 이동능력이 없어 공생 관계에 있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통해 다른 나무로 전파된다.
 매년 5-7월 우화(날개가 달려 성충이 되는 것)하는 솔수염하늘소는 한마리당 1만5000여마리의 재선충을 지니고 이동한 뒤 나뭇가지를 먹어 생긴 부위를 통해 재선충을 침투시킨다. 재선충으로 고사한 나무를 산란 장소로 활용하는 솔수염하늘소는 주로 따뜻한 남부 지방에 서식하며 이 때문에 소나무 재선충병은 주로 남부지역 위주로 확산됐다.
 그러나 재선충병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경기도의 잣나무에서 발병 사실이 확인되면서 잣나무도 재선충병에 걸릴 수 있고 재선충에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잣나무 재선충병은 중부지방에 서식하며 잣나무를 좋아하는 북방수염하늘소가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충병은 전파속도가 빠른데 비해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어 감염된 나무와 그 주변을 모두 벌채해야 해야 하기 때문에 산림에 치명적이다.
 경상대 김종갑 교수(산림환경자원학과)는 “1980년대초까지만해도 소나무는 솔나방이나 솔잎혹파리, 솔껍질깍지벌레에 의해 국지적인 피해를 입었지만 외래해충인 소나무재선충이 1988년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최근에는 충청도를 제외한 전국의 소나무가 엄청난 피해를 내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소나무가 전멸할 수도 있는만큼 소나무재선충의 완전방제를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의 발견과 확산= 소나무 재선충으로 인한 피해는 1905년 일본에서 처음 발생했지만 1972년에 이르러서야 소나무 재선충병이란 사실이 확인됐으며, 국내에서는 1988년 부산 동래구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일본으로부터 원숭이 우리에 사용하기 위한 목재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1990년대말까지 함안과 진주 등 경남도내에서도 서서히 감염지역을 넓혀가던 재선충병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부지방을 휩쓸며 100만 그루 이상의 소나무를 고사시킨 재선충병은 2006년 들어서 신규 피해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재선충병 방제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산림청은 올해 초 재선충병이 발병한 62개 자치단체 가운데 2년간 추가 감염목이 나오지 않은 의령, 함양군을 비롯해 강원도 강릉, 동해시, 전남 영암군 등 5개 시군을 '재선충 청정지역'으로 선포했다.
 남부지방을 휩쓸며 100만 그루 이상의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북상하던 소나무 재선충병은 2005년 특별법 시행에 따른 집중 방제 등의 영향으로 2006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재선충병 방제가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으나 이듬해인 2007년 소나무 뿐만 아니라 잣나무 재선충병까지 새롭게 등장하며 중부지방 산림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1988년 부산 동래구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20년 만에 11개 시도 62개 시군구 3만9957㏊로 퍼졌다.
 특히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경기도 등 중부지역에서도 감염목이 발견되고 세계 처음으로 잣나무에도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산림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산림청의 방제 대책=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의 방제대책을 위해 지난 2005년 9월부터 특별방제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법 시행에 따라 반출금지 구역 내 소나무류 이동 단속과 감염목 벌채, 항공방제 등에 사용되는 예산도 2006년에는 전년에 비해 배 이상 많은 509억원이 배정돼 감염 지역에 대한 집중 방제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으며, 감염목 주변의 나무들까지 벌채하는 ‘극약 처방’이 이 법으로 가능하게 됐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재선충병 발병지역을 중심으로 전문 예찰조사원을 배치하는 등 재선충병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선충 피해 자치단체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방제단을 구성, 운영토록하고 나무 주사 등 재선충병 방제사업의 설계와 감리를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 피해를 줄일 방침이다.
 현재 진주시 가호동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소장 박남창)에서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연구센터를 두고 재선충병의 예방약과 치료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기존의 방제방법인 훈증과 파쇄, 소각, 항공방제에 대한 기술개발과 더불어 최근에는 예방약제 선발과 나무주사법을 개발해 일선 방제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연구소는 재선충병 예방을 위해 국내에서 개발된 살선충제인 ‘아바멕틴’과 ‘에마텍틴벤조에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 약제는 2년 정도 효과가 유지되는데 소나무 목질부내에 침투가 잘 되어 재선충의 증식을 억제해 나무가 고사하는 것을 방지하고 소나무숲을 겅강하게 유지시켜서 매개충의 밀도도 저하시키는 방법이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그린가드'는 약효가 4년간 지속하지만 한 그루에 30만원 정도가 소요될 만큼 고가여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산림청은 재선충병 피해목에 대해 벌채 후 훈증, 소각, 파쇄 등의 방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훈증은 고사목을 베어 쌓은 뒤 약품을 뿌리고 비닐을 씌우는 방제법으로 감염목을 옮길 필요가 없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비닐이 썩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신약 연구와 함께 재선충과 매개충의 천적을 이용한 방제기술도 개발 중이다.
 남부산림연구소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연구센터 김철수 박사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약효가 오래 유지되는 신약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인체에 해가 적고 다른 생물에도 피해가 없는 친환경 방제법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진주시 집현면의 야산에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벌채해 훈증처리한 뒤 비닐로 덮어 놓은 모습.  


소나무재선충병은 재앙

조기발견·적기방제 중요

 김철수 박사(임업연구관·남부산림연구소 재선충방제연구센터)

 

전국의 산림은 ‘소나무재선충병’이라는 무서운 산림재앙으로 훼손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일단 감염된 나무는 수개월내에 잎이 마르고 처지는 현상을 보이며 붉게 변하면서 감염 20일 후부터는 전년도 잎이 먼저 우산살처럼 아래로 처지며 시들기 시작하고 약 30일 후부터는 새잎도 처져 황갈색으로 변하는 증상을 보인다. 감염된 소나무는 대개 3개월 이내에 80%가 고사되고 20%는 1년 내에 완전히 고사한다. 
 소나무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매개충의 이동에 의한 자연적인 확산이 그 원인이나 강원도, 제주도 등 매개충의 확산능력을 벗어난 지역은 감염목의 무단반출로 건축자재나 타 용도로 이용하기 위한 인위적인 확산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그 피해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고 조기예찰과 적기방제가 어려워 피해면적이 급속도로 증가하기도 했다. 2005년도에 소나무재선충방제특별법을 제정하여 감염목 이동단속을 강력히 추진하고 피해현장에서 철저한 방제작업을 실시하고 소나무 배제정책이 아닌 ‘소나무 살리기‘의 정책적 운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산림정책으로 최근 경기도를 비롯한 중부지역과 전남지역에서도 감염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은 청정지역이 선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연구센터를 두고 재선충병의 예방약과 치료약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존 방제방법인 훈증, 파쇄, 소각, 항공방제에 대한 기술 개발과 더불어 최근에는 예방약제 선발과 나무주사법을 개발해 일선 방제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약제가격이 높은 단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는 약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고 천적을 이용하거나 매개충을 유인하여 방제하는 방법, 소나무재선충의 조기진단기술과 매개충의 밀도를 낮출 수 있는 숲 관리방법 등 피해확산을 저지시키고 보다 효율적으로 산림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방제법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경남지역은 산세가 수려하고 특히 백두대간의 자락인 지리산을 끼고 있다. 지난 6월말 지리산국립공원 내에 재선충 감염목 3그루가 발견되어 긴장한 적이 있었다. 더 이상의 발생본이 없어 한숨을 돌렸지만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조기발견 적기현장방제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방제전략 중의 하나이다. 산림당국의 정책과 더불어 국민 개개인의 소나무에 대한 관심, 실천 등이 소나무림을 보호하는 가장 큰 원동력임을 보여준 사례이다.
 울창한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억 1000만 명이 숨 쉴 수 있는 맑은 산소를 만들어 내는 거대한 보물창고이다. 기후변화와 온난화로 각종 산림병해충이 발생하고 이로써 산림이 훼손됨으로써 이 보물창고의 역할이 더욱 더 강조되고 있는 요즘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병해충 감염목의 이동이나 고사목의 신고,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개개인의 작은 관심과 실천행동이야 말로 우리의 보물산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이고 주체가 아닌가 싶다. /경남일보


Write : 2008-10-30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