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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길/우리풀.꽃♧나무

소나무가 죽어간다①

by 지리산 마실 2008. 10. 22.

'민족 상징수' 소나무가 죽어간다
<상>왜 소나무가 중요한가
김영우·황상원 기자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산림식생 환경변화에다 한번 걸리면 재생불능인 소나무재선충을 비롯한 각종 병해충의 창궐과 산불, 산사태 등으로 우리나라 소나무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소나무는 우리민족의 상징으로 서민과 애환을 함께 해 온 나무라는 점에서 각별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소나무숲을 보전하기 위한 국민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본보에서는 소나무의 중요성과 소나무숲의 감소이유와 대책, 소나무 감소의 주범인 소나무재선충병 등에 대해 2회에 걸쳐 심층 분석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소나무는 우리민족의 상징수=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애국가 2절에 나오는 가사처럼 소나무는 우리 역사와 함께 한 ‘상징수’라는데 이견이 없다. 우리가 소나무를 지켜야 하는 것은 비단 소나무가 지니는 산림으로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소나무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간직한 우리민족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과거부터 우리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현재도 이름있는 건물 앞의 조경수로,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의 공원수로, 유서 깊은 도로변의 가로수로 우리 옆에서 숨쉬고 있다. 옛부터 마을어귀에 있는 당산나무로 소나무가 많았으며, 우리문화를 ‘소나무문화’라고 부를 정도로 소나무는 우리민족의 상징수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선산에 소나무를 심었고 소나무 서까래를 얹은 집에 살다가 죽으면 소나무로 짠 관에 묻혀 영면에 들어갔다.
 조선시대에는 소나무 벌채가 금지될 정도로 귀한 영물 취급을 받았으며, 궁궐 건축이나 국가 문화재 건축 등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소나무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특정 산림을 지정 관리하기도 했다.
 지금도 청와대 본관 앞을 장식하고 있는 나무도 소나무이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도 소나무가 1등으로 꼽혔다. 산림청이 얼마전 발표한 우리 국민의 나무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 (58.7%), 은행나무 (6.8%), 감나무 (3.1%) 순으로 소나무 선호도가 다른 나무들을 압도했다.
 ◇소나무의 경제적 가치= 소나무가 우리민족의 상징수인 이유 외에도 소나무를 지켜야할 이유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소나무는 목재자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송이버섯 등 주요 임산소득 작물의 근원이며, 대기정화와 산소공급, 수자원보호 등의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팀이 분석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만약 우리나라 전체 소나무가 재선충에 걸렸다고 가정할 경우 소나무의 목재 가치와 공익적 가치, 부산물 가치, 피해 복구 조성 등을 합한다면 무려 35조2000억원(피해복구비 16조원 포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우선 소나무 목재가치 손실액은 5조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대기정화와 산소공급, 산림 휴양 기능, 수자원보호 등 공익적 기능이 12조5000억원, 송이생산 1조 8000억원 등 모두 19조 2000억 원의 피해를 입게 되며, 소나무숲을 모두 베어내고 다시 새로운 숲을 만든다면 최소 16조 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 피해액이 35조원을 넘게 되는 것이다.
 소나무는 목재와 부산물 공급의 경제 기능과 수자원 함양, 국토 보전, 산소 공급, 휴양 장소 제공 등의 환경기능 및 문학, 예술, 종교적 배경의 문화기능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혜택을 선사하고 있다. 산림의 대기 정화, 수자원 함양, 토사 유출 방지, 야생동물 보전, 그리고 보건 휴양 등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숲이 1년 동안 베푸는 혜택은 국민 총생산의 10% 상당이며 국민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1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각종 공해가 발생함에 따라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아름다운 경관 등의 공익기능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소나무숲을 비롯한 산림은 토사의 유출 및 붕괴를 막고 낙석, 산사태 등을 방지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자연경관 유지의 중요한 요소가 됨과 동시에 양호한 산림 휴양 장소를 제공하며 국민들의 급증하는 야외 휴양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동식물 서식 보호 장소로서 종의 보존 기능과 더불어 탄소 동화 작용에 의해 범세계적 문제인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켜 주고, 오염된 대기의 정화, 정신 문화 교육장의 제공 등 산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산림의 가치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소나무숲이 사라지게 되면 이같은 경제적 손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나무와 연관지어진 많은 생물들에게 급속한 영향을 줘 전체적으로 생물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라져가는 소나무= 우리민족과 애환을 함께 해오면서 늘 푸르름을 자랑하던 소나무는 매년 되풀이 되는 대형 산불과 수해, 각종 병해충과 지구온난화 등으로 갈수록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한번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최악의 경우 이 땅의 소나무를 50년안에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나무숲은 20년새 40%나 감소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인 소나무 숲 면적은 지난 1980년 364만9000㏊에서 1985년 252만㏊, 1995년 180만㏊로 줄었고, 최근 임업통계조사(2005년 기준)에서 조사된 소나무숲 면적은 148만㏊로 25년 전에 비해 무려 50%에 달하는 180만㏊의 소나무 숲이 사라진 셈이다.
 소나무류가 이처럼 급감하는 것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식생변화와 병해충 만연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산림식생대 이동으로 과거에는 강수량이 많고 기온이 높은 남부지방에만 자생했던 대나무, 동백나무, 감나무 등이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 계속 북상하고 있는 반면 소나무류를 비롯한 침엽수의 서식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가뭄에 따른 대형산불,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 열대성 수목병해충 등이 기승을 부려 산림생태계의 교란현상이 극심해지며 소나무가 최대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솔나방, 솔잎혹파리에 이어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 역시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재선충병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의 서식여건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산림 생태계가 2050년쯤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도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최근 “소나무를 비롯한 국내 침엽수는 2100년이면 지금의 3분의 1만 남게 된다”고 예측한 바 있다.
 경상대 김종갑 교수(산림환경자원학과)는 “일본에 삼나무가 있고 유럽에는 자작나무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소나무가 있을만큼 소나무는 우리민족을 대표하는 나무이자 우리의 삶의 터전이었던 농경지에서는 훌륭한 농자재의 몫을 했고 지금은 역사의 한쪽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있는 춘궁기때 구황식물의 몫을 단단히 해 백성들의 목숨을 구했으니 가히 민족수라고 할만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소나무를 지켜야 하는 이유로 “우리 산림은 소나무림만이 자랄 수 있는 입지환경이 많고 소나무숲이 주요한 소득원이 될 수 있으며, 신물질 생산의 잠재력을 지니고 우리 정서와 문화, 풍치를 가꾸고 지키는 주춧돌의 기능이 크고 각종 국제환경협약의 준수와 종 다양성 확보차원에서도 소나무숲은 가꾸고 지켜져여 한다”며 “소나무숲이 사라진다면 가공할만한 제2의 자연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나무는 우리 관심을 먹고 큽니다"

하영제 (산림청장)

산림청에서 10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우리국민의 산림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2006년도)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바로 소나무로 나타났다.
 소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하는 나무로서 지난 수천년 동안 우리의 정신과 정서를 살찌우는 상징노릇을 톡톡히 해 냈으며, 이땅에서 생육하는 1000여 종의 나무들 중 우리민족의 혼과 얼이 담긴 나무는 소나무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소나무 가지를 꺾어 금줄을 쳐 놓고 부정한 사람의 접근을 막으며 잡귀를 쫓을 목적으로 소나무에 의지해 아이를 보호하는가 하면 또 성인이 되어 혼례 시 초례상에는 반드시 소나무와 대나무를 꽂은 화병 한 쌍을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어 마지막 가는 저승길의 관속 칠성판도 소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소나무는 사람이 나면서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겨레의 나무이다. 소나무는 한자로는 송(松)이라고 한다. 즉 나무(木) 중에서 가장 귀한(公)나무임을 뜻한다. 또한 소나무를 흔히 솔이라고도 하는데 그 뜻은 고(高), 으뜸(元)의 의미로서 소나무가 모든 나무의 으뜸임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도 ‘소나무는 모든 나무의 어른이라’는 글귀에서 예로부터 소나무는 나무중의 으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소나무림이 점차 감소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마음을 무척 아프게 한다. 소나무는 양수(陽樹, 햇볕을 좋아 하는 나무)로서 건조하고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지만 최근에는 쌓인 낙엽과 하층식생의 영향으로 토양조건이 변화되어 주변에서 생육하고 있는 상수리나무나 굴참나무와 같은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뒤떨어지면서 소나무숲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또한 도시화·산업화로 나빠진 환경오염으로 인해 도심과 공단주변의 소나무숲도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병, 솔잎혹파리 등 각종 산림병해충 및 산불에 의해서도 소나무숲이 점차 사라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산림청에서는 우리나라 소나무의 대표적 품종인 금강소나무 육성을 위해 2005년부터 강원도와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금강소나무림 후계림 조성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 1월에 5개 지방산림청, 27개 국유림관리소의 국유림 내에 생육하고 있는 소나무를 대상으로 전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해 문화재복원용 목재생산림 32개소 872ha의 소나무림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소나무를 보호하고 육성하여 진정한 민족의 나무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뒷받침도 필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소나무를 지키고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나무가 없는 금수강산은 생각할 수 없듯이 소나무가 없는 한민족도 역시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삶과 함께한 소나무를 제대로 보전하고 육성하는 일은 후세에게 풍요로운 유산을 물려주는 가장 보람된 일일 것이다. 내년 봄에는 우리 모두 산에 올라 소나무 한 그루를 심어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Write : 2008-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