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그러니까 5월 마지막 주, 경북 상주의 큰재에서 국수봉에 오른 뒤, 김천과 영동의 경계를 이루는 마루금을 타고 추풍령으로 내려서는 백두대간 내려잇기 25구간 구간산행을 하던 때였다. 이 시기에는 온 산자락 가득 설레임으로 달뜨게 하던 풀꽃들이 잠시 자취를 감추고 소강상태를 이루며,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무들이 흰꽃을 피우며 짙은 숲향을 이루는데, 이 때 나는 이 이름도 낯선 나무를 만났다. 처음 이 나무를 만났을 때는, 속눈썹처럼 가늘고 여린 꽃술들이 하늘을 향해 돋아나 있는 것을 보고, 늦봄에 꽃을 피운 물참대가 아직도 길을 나서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는 것이려니 여겼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잎새의 모습이 물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꽃의 모습도 그러하고, 5월 하순에 꽃을 피우는 것으로 보아 얼마전 살펴보았던 노란 재를 만드는데 쓰였다는 '노린재나무'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꽃에 초점을 맞추어 대충 렌즈를 들이대고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산을 내려와 각종 자료의 노린재 나무를 들여다 보니, 아무래도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이 있다. 자세히 보니 손을 맞잡은 작은 꽃잎이 노린재나무는 조금 가늘게 바깥으로 흐르는 느낌이지만, 이 나무, 즉 가막살나무는 작은 꽃의 끝이 마치 단도리를 하듯 위로 맵씨 있게 마무리를 한 안정적인 별의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굳이 꽃을 보지 않고 이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은 또 따로 있었다. 가막살나무의 이파리는 내 얼굴처럼 길고 큰 '얼큰이'였구나... 두류/조용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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