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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길/조용섭의 산으路

[산으路]1. 삼봉산, 그리움의 산행

지리 동부자락

[Canon] Canon IXY DIGITAL 400 (1/400)s F4.9
[금대산에서 바라 본 지리동부자락. 서리꽃이 만발해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삼봉산(1186.7m. 경남 함양군 함양읍,마천면 , 전북 남원시 산내면)

♧그리움의 산행

세상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어느사이엔가 가을의 끝자락은 온다간다는 말도없이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산자락  숲은 성큼 다가선 겨울을 맞이하느라 왠지 부산스럽고도 긴장된 모습이다.

 

황갈색의 잎을 떨군 굴참나무 가지사이로 하늘로 향하는 공간이 훤히 트여 그렇지않아도 서늘한 대기를 창백하게 만들어 더욱 몸을 움츠리게 한다.

 

하지만 수북이 깔려있는 낙엽더미속의 이파리들은 자연의 흐름에 따랐음인지 오히려 홀가분하고, 윤기나는 건강한 모습들이다. 또 다른 생명의 잉태라는 숭고한 사명을 다하겠다는 자부심때문일까

 

이렇게 은밀한 자연의 순환이 그 반환점을 돌아가는 시절에는 우리는 뭔가 허전하고 또 아쉬움을 갖는 감상에 빠지기 쉽다. 이럴 즈음에는 오히려 감상에 푹 빠져, 조금은 처연해보이는 자연에 한걸음 다가서서 몰입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 산길을 찾아가는 테마를 "그리움"으로 삼았고, '그리움의 산'을 바라보면서 그리움의 심연으로 푹 빠져들게하는 산으로 방향을 잡아보았다.  그 그리움의 산은 다름아닌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고, 그 그리움에 빠지기 위해 우리가 가야할 곳은 삼봉산(1186.7m)이다.

 

삼봉산은 경남 함양군과 전북 남원시가 도계를 이루는 곳에 우뚝 솟아있는 봉우리이다. 이 봉우리에 서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하늘병풍을 이루며 장쾌한 하늘금을 긋고있는 지리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북쪽으로 내려서는 산자락에는 드문드문 마을이 들어앉아있는데 그리로는 함양과 남원 인월을 잇는 24번 국도가 졸음에 겨운 듯 느릿하게 이어진다. 그리고 머리를 들면 북녁 먼 곳으로, 지리산에서부터 이어져 백두산까지 치닫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쉬엄없이 북쪽으로 달리고있는 모습을 가늠할 수 있고, 그 오른쪽, 즉 동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금원-기백산으로 이어지는 헌걸찬 산줄기가 에워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주위 조망을 하다보면 우리가 사는 주위에 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산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되고, 거대한 자연에 비해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 것인 가를 깨닫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이는 지리산에 들어와있어도 지리산이 그립다고 했다. 그 '어머니의 산'은 그리움 가득, 절실한 마음으로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언젠가 그 곳으로 들어갈 날을 기약해보기로하자.

 

삼봉산으로 올라가는 등로의 초입은 여러군데 잡을 수가 있겠으나, 이번 답사에는 함양군 함양읍과 마천면의 높은 산자락을 가로지르며 나있는 1023번 지방도의 고갯마루인 오도재에서 시작해보기로하자. 1023지방도는 지난 88년부터 15년동안의 공사를 거쳐 함양읍쪽 지안재에서 지리산 가는 길인 오도재 구간 12km를 확장포장하였는데, 2003년 11월 개통되었다.


해발고도가 약
773m인 오도재에는 주차장과, 기타 기념조형물들이 호젓하게 설치되어있고, 마천쪽 약 500m 아래에 지리산전망대휴게소와 팔각정(智得亭)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지득정

[Canon] Canon PowerShot A75 (1/322)s F2.8
[지리산 전망대휴게소의 팔각정 지득정(智得亭)]


오도재(悟道峙)라는 이름은 마천면 삼정리 영원사 도솔암에서 수도하던 청매(靑梅) 인오조사(印悟祖師) (1548~1623. 西山대사의 제자)께서 이 고개를 오르내리면서 득도한 연유로 얻었다고하는데, 이 고개는 옛날 지리산 장터목과 벽소령을 거쳐 온 남해, 하동 등지의 해산물이 전라북도,경상북도, 충청도 지방으로 운송되는 육상교역로였다고한다. 



이 고개의 남쪽 약 2km 아래 구양리 촉동마을에는 가락국 구형왕(신라에 나라를 넘겨 준 왕이라하여
양왕이라고도한다)이  거주하면서 무기를 만들었다고하는 빈대궐터가 있다.


오도재에서 삼봉산까지의 거리는
3.9km, 오름길이 가파른 곳이 가끔있으나 서두르지않고 오름길 좌측의 지리주능선에 눈길을 두며 약 2시간 남짓 씌엄씌엄 오르다보면 닿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산길은 부드러운 육산길로 아주 잘 나있다.  가끔씩 나타나는 바위지대에서는 그대로 오르내릴 수도 있으나 우회하는 길이 있다. 겨울철 바위표면이 얼어있을 때에는 조심하여야겠고, 우회하는 것이 좋겠다.

삼봉산 정상석

[Canon] Canon PowerShot A75 (1/50)s F8.0
[삼봉산 정상석]


삼봉산 정상에서는 사방팔방으로 한없이 펼쳐지는 장쾌한 마루금에 그리움의 눈길을 두고, 우리의 산하를 추억하자. 그리고 자연과 가까이하는 마음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가슴에 담아보자.

삼봉산 정상에서는 산길이 두군데로 갈린다. 하나는 오름길에서 서쪽방향으로 계속 직진하여 경남과 전북의 도계능선을 타고 진행하여 24번 국도상의 팔랑치나 남원 산내면의 백장암쪽으로 하산하는 산길이고, 다음으로는 오름길 왼쪽 즉 남쪽으로 내려서며 백운산-금대산을 잇는 산길이다. 

우리는 두번 째 산길을 택하기로한다.

삼봉산에서 약 1시간 남짓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잘록이(鞍部)인 등구재에 닿는다. 이 고개 역시 경남과 전북의 도계를 이루는데, 아주 너른 길이 양 道를 가로지르며 나있다. 등구재에서 다시 백운산으로 오르려면 200m 이상의 고도를 올라야하지만 그렇게 부담스러워할 필요은 없다.

낙엽송,잣나무 숲이 산자락을 꽉 메우고있는 산길은 쌓여진 솔가리들로 그렇게 푹신하고 부드러울수가 없다. 서두르지않고 편안한 숲에 눈길 두어가며 오르다보면 어느새 공간이 확 트이면서 이정표와 정상석이 반기는 백운산(902.7m)에 닿는다. 등구재에서 약 45분 소요.   

만약 점심시간을 등구재 부근에서 맞이한다면 등구재에서 백운산쪽으로 2분 정도 오르다보면 오른쪽에 너른 헬기장이 나오는데 그 곳에서 하면 좋을 듯하다.  

백운산에 오르면 일단 오늘의 힘든 산행은 끝났다고보면된다. 남쪽으로 트이는 공간이 닿는 곳에는 병풍처럼 드리워진 지리 주능선이 한결 가까이 다가와있고, 지리산 중북부능선(혹은 삼정산 능선이라 한다)상의 봉우리인 삼정산 아래 해발 1100m고지 위에 들어앉아있는 문수암 등 유서깊은 절집도 눈에 들어 올 것이다. 

편안한 능선길을 걸으며 진행방향과 전방 좌측으로 눈길을 두면 우리가 진행한 능선이 벌써 아득하고, 오도재에서 마천으로 내려서는 길과 평화롭게 들어앉아있는 산골마을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금대산(847.0m)에서 금대암으로 내려서는 길은 이 때가지의 길과는 사뭇 다르게 의외로 큰 바위지대가 많다.   

금대암은 점필재 김종직선생과 탁영 김일손선생의 지리산 기행기(유두류록과 속 유두류록)에도 그 기록이 나올 정도로 유서깊은 절집으로, 공부하는 이들이 많았다고하는데, 이 절은 뜻밖에도 꽤 멀리 떨어져있는 경남 합천 해인사의 말사라고한다.   

금대암에서 바라 본 지리능선
[Canon] Canon PowerShot A75 (1/158)s F8.0
[금대암에서 바라 본 지리 주능선]


금대암에서는 마천면 창원리 금계마을로 하산하도록한다. 
 

절 중앙의 축대아래로 난 계단을 내려서면 울창한 대나무숲이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 산자락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하면된다. 잠시 내려서면 소박하고 정갈한 샘터가 나온다.   
 

2002년 9월 태풍 루사가 들여닥쳤을 때, 이곳 마천면의 피해가 매우 컸었는데, 아직도 골짜기에는 그 때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보인다.   

여기서 약 30여분 남짓 내려서면 금계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이 나온다. 잡목더미가 지키고있는 낮은 능선길을 고집하지말고, 좌측 아래 밭이 보이는 지점의 경사면으로 붉은 색 표식기(시그널)가 달려있다. 그리로 내려서서 밭지대를 가로지르면 커다란 집수정이 나오고 개짖는 소리와 함께 마을이 나타나는데 이 곳이 오늘의 산행종료지점인 금계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금계(金鷄)마을'을 이루고 시작한(創始) 기념비석과 물레방아, 그리고 정자가 깨끗하게 단장되어있다. 

금대마을 기념비와 정자
[Canon] Canon PowerShot A75 (1/60)s F3.5
[금대마을 기념비와 정자]


 
이로서 그리움의 산행을 마감한다.  
  

[산행코스 및 소요예상 시간]

*개념도

 

 

*코스 및 소요시간예상

♣오도재-<2시간20분>-삼봉산-<1시간10분>-등구재-<50분>-백운산-<30분>-금대산

-<30분>-금대암-<30분>-금계마을/산행종료(60번 지방도)

:운행, 휴식 및 중식시간 포함  6시간 30분에서 7시간 소요 예상   

*산행내내 물을 구할 수가 없고 금대암에 가야 비로소 샘이 있다. 식수를 빠트리지않도록 주의를 하여야겠다.  통상 2리터 정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산행시 유의할 사항]

겨울철 산행에서는 오버쟈켓과 트라우즈(방수.방풍의(衣) 상.하)는 물론이고, 우모복.파일쟈켓 등 보온복을 반드시 챙겨 추위에 대비하여야겠고, 눈과 얼음 등에 대비하여 아이젠.스팻츠. 방한장갑 방한모 등 동계장비, 만약의 겨우에 대비한 여벌 옷.여벌 양말. 여벌 장갑 등도 준비물에 빠트려서는 안된다. 그리고 균형유지, 관절보호 등을 위해 지팡이(스틱)을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식사는 다소 무겁더라도 보온도시락과 보온 물통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 겨울에 언 김밥을 먹는 고역이란 먹어 본 사람만이 안다.


[교통]

*자가용 이용시 대전-진주(통영)간 고속도로로 접근, 함양J.C에서 빠져나와 함양읍에서 인월가는 24번 국도에서 좌측 산자락으로 오도재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조동마을)

*아쉬운 점은 아직 오도재를 경유하는 대중교통수단이 다니지않는다는 점이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이용하여 오도재로 이동하면 되겠고, 금계마을로 하산한 뒤에는 함양-추성리간 운행중인 군내버스를 이용하여 함양으로 이동하면 되겠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 055-963-3281(부산행), 055-963-3745(서울행))
(함양읍 개인택시 : 055-963-3354. 011-9390-5870 : 함양-오도재 11,000원 )

 

자가용을 가지고 오도재에 올라와 산행을 하였을 경우에는 마천면 소재의 택시를 이용하여 오도재로 다시 돌아오면 되겠다.
(마천면 개인택시 : 055-962-5110, 011-678-5607 : 마천-오도재 8,000원 )

 

*서울에서 함양가는 버스편은 동서울과 남부터미널에서 자주 있는 편이고, 요금은 2만원 내외이다.(문의 동서울: ㈜함양지리산고속:055-963-3745, 남부터미널:02-521-3321,521-8550)


[민박집]

오도재 물레방아산장(055-962-5475)
(마천쪽 1023도로 구양리 촉동)

 

[주변 관광명소]

*사찰 : 벽송사.서암.

*계곡 : 칠선계곡(선녀탕까지), 백무동계곡, 용유담

*기타 : 인산 민속의학연구소.죽염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