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연사 박물관 건립 필요 - 노상준
선거철이 되면 영호남 지역 가르기와 지역감정이 되살아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일차로 정치인들의 책임이요,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지 못한 오늘의 현실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불러오기 때문일 것이다.
삼국시대 국경 분쟁과 통일신라시대 영호남 지역감정이 씨앗을 뿌려 싹이 난 시기였다면 고려시대는 호남에 대한 불신차별을 가시화하여 고려 개국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호남대 비호남의 지역 편견이 이루어진 시기라 할 수 있다. 고려시대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훈요십조(태조 25년)가 오늘날까지 호남에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고착화 되었다는 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불교를 잘 위하라 △사원은 도선이 정한 이외의 것은 짓지 말라 △왕의 계승은 적자가 원칙이나 장자가 불초할 때는 형제중에서 잘란 자로 택하라 △거란족의 풍습은 따르지 말라 △서경을 중시하라 △연등과 팔관은 정성껏 하라 △신상필벌을 공정히 하라 △차현(車峴=차령산맥) 이남의 공주강 외의 산형지세는 배역하니 그 지방인은 등용치 말라 △백관의 기록을 공평히 정하여 주라 △상서의 무일편을 적어 언제나 게시해 두고 명심하라.
이중 차령산맥 이남은 풍수상 반역할 염려가 있으니 등용치 말라는 8항이 문제다. 특정지역을 지칭한 것이 오늘날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훈요십조는 통일신라가 망하고 고려가 개국하면서 신라계의 정치인들이 백제계의 대두를 견제하기 위해 작성되었던 것이라고 전해온다. 선거철이 되면 유령같이 되살아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지역감정의 골을 메울 수 있을까는 정치인들의 몫이라 할 것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지리산 산신제를 주관하여온 남원은 지리산 문화를 주도하여 온 지 1500여년이 되었지만 오늘의 현실은 다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호남 내륙권 균형발전과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지리산권에 서남도(지리산도)를 세울 타당성 조사가 있었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남덕우는 유정회 교수평가단을 보내어 현지 조사를 했으나 박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두환 대통령도 동서고속도로(88고속도로)를 개설, 지역감정의 골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뒤 지리산권 자치단체장 협의회가 지리산 통합문화사업을 시작했고 백두대간 생태공간 조성사업 및 88고속도로 확장과 대산IC 사업이 큰 진전을 보았다. 남원문화원에서도 지리산권 7개 시군문화원을 결속, 지리산권 문화발전을 위한 지리산권 문화원 연대를 결성했으며 남원시가 광한루원 주차장을 확장하여 공설시장과 광한루원을 연계, 전국 제일의 지리산권 벼룩시장과 지리산 문화마당을 조성하고 있다. 모두 남원발전과 지리산권 문화발전의 일환이다.
하지만 남원시민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지리산권 자연사박물관 건립사업이 위정자들의 무관심으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 지리산 자연사 박물관은 지리산 일대 다양한 천연자원과 풍부한 문화재를 활용, 지리산 관광시대를 열고 낙후된 영호남 내륙권의 발전을 견인할 사업의 하나다. 산중의 산 지리산을 세계에 알리고 지리산 특유의 문화를 보전하는데 필요한 시설이며 한국인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우리의 소득수준 보다 월등히 낮은 말레이시아에도 11개소의 자연사 박물관이 있고 방글라데시 10개소, 르완다 3개소, 우간다 97개소, 중국 23개소에 이른다. 미국에는 1,176개소나 있다.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은 중요한 우리의 자연유산이면서 학술자료인 이들을 영구히 보존할 자연사 박물관 건립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지리산 자연사 박물관 건립을 위하여 지리산 7개 시?군 자치단체장과 선량들은 어깨동무하여 특단의 사업을 추진한다면 영호남 내륙권의 발전과 지역감정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리산권의 주민과 자체단체장 그리고 선량들은 지리산 자연사 박물과 건립과 지리산 관광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일에 뜻을 같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공멸한다. 다가오는 4.9 총선에서는 지리산권 주민들의 결속과 지리산 통합문화권의 기수를 찾아내 우리의 선량으로 보내야 한다.
/노상준(前 남원문화원장)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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