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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향 資料室/등산◎건강

고용량 비타민C 효과에 반했어요. 마니아 급증

by 지리산 마실 2007. 10. 13.
고용량 비타민C 효과에 반했어요” 마니아 급증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입력 : 2007.10.13 00:53
  • 가천의대 인천 길병원 소아과 차한(50) 교수는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주머니에서 비타민C 두 알을 꺼내 먹는다. 한 알에 1000㎎인 고(高)용량 비타민이다. 차 교수는 하루 세끼 모두 6000㎎의 비타민C를 먹는 셈이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하루 비타민C 권장량이 70~100㎎인 것을 감안하면 권장량의 60배가 넘는 양을 매일 먹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했다 공식 만찬장에 가게 되거나 사적인 식사 모임에 참석하더라도 그는 17년 전부터 이렇게 비타민C를 꼬박꼬박 먹어 왔다. 차 교수는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나이트로사민’이라는 발암물질이 생기는데 고용량 비타민C를 식사와 함께 먹으면 항암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량 비타민C 마니아’가 확산되고 있다. 2001년 서울대 의대 해부학 이왕재 교수의 ‘고용량 비타민 건강학’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차츰차츰 마니아층이 늘면서 현재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고용량 비타민C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고용량 비타민C 소비량을 보면 알 수 있다.
  • ▲ 1정에 1000㎎인 고(高)용량 비타민C를 식사마다 2정씩, 하루 6정을 먹는‘비타민C 마니아’길병원 소아과 차한(사진 오른쪽) 교수와 의료진·의대생 등이 비타민을 권하고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제공
  • 국내 고용량 비타민C 판매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고려은단사(社)에 따르면 2000년 한해 판매된 고용량 비타민C가 46만9000통이던 것이 최근 1~2년 사이 82만~85만통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9월 말까지 팔려나간 추세를 감안하면 2007년에는 90만통을 넘길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통에는 1000㎎ 비타민C 300정이 담겨 있다. 여기에 기타 제약회사가 판매하는 고용량 비타민C와 수입 제품까지 합치면 올해 최소 120만통 정도의 고용량 비타민C가 소비되는 것이라고 제약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해 동안 약 3억6000만개의 고용량 비타민C가 소비되는 셈이다.

  • ‘비타민C 메가 도스(dose·1회분 복용량)’로 불리는 이 복용법은 ‘비타민C 전도사’를 자처하는 의료계 인사들을 통해 확산돼 왔다. ‘원조’격인 이왕재 교수 연구실에는 고용량 비타민C가 박스째로 수북이 쌓여 있다. 이 교수가 방문객마다 한 통씩 선물로 나눠주기 위해 준비해둔 것이다. 이 교수의 ‘전도’ 덕분에 서울대 의대에는 왕규창(신경외과) 학장, 방영주(종양내과) 교수, 전범석(신경과) 교수 등 ‘메가 도스 비타민C 교수’가 십수명에 이른다. 그는 전국 600여곳의 교회를 찾아 가서도 ‘비타민C 전도 특강’을 했다. 그의 강의를 듣고 여의도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 곽선희 소망교회 원로목사 등도 ‘메가 도스 비타민C 신도’가 됐다고 한다.

    길병원 차한 교수 역시 만나는 사람마다 비타민C 건강법이 좋다고 설파하고 있다. 그의 말을 듣고 병원 의료진·의대생 등 500여명이 그를 따라 하고 있다고 한다. 차 교수는 주변에 줄 명절 선물로도 고용량 비타민C를 선택하고 있다. 그의 80대 부모와 40대 부인, 20대 아들·딸 등도 10여년 전부터 차 교수의 권유로 비타민C를 복용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고용량 비타민C의 효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그래픽 참조〉. 위암 예방에서부터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억제, 감기 예방, 동맥경화 감소, 피부 노화 방지, 웰빙(well-being) 기분 유발 등 ‘만병통치약’을 연상시킬 정도다. 차 교수는 “고용량 비타민C를 오래 먹으면 해로운 장내 세균이 사라져 방귀를 뀌어도 냄새가 안 난다”며 “장수촌을 가보면 화장실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몸에 해로운 장내 세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비타민C의 효과가 과장됐고 동물 실험 등을 통해 제대로 효과가 입증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학계 인사들도 있다. 이에 대해 이왕재 교수는 쥐 등 실험동물은 모두 체내에서 비타민C를 자체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동안 비교 연구를 할 수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다(반대로 사람은 비타민C를 체내에서 생산하지 못하고 전적으로 음식 등 외부 섭취에 의존한다). 그는 2년 전 유전자 조작을 통해 비타민C를 체내에 생산하지 못하게 만든 특수 쥐 4마리를 미국에서 국내에 들여왔고, 그동안 200여 마리로 다량 번식시켰다. 비타민C가 없는 쥐와 있는 쥐, 비교 연구가 가능한 것이다. 이 교수는 “곧 동물 실험을 통해 고용량 비타민C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먹어 본 사람은 그 효과를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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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출처 : “비타민C 효과 과장” 학계 일부에선 반론도
이재담·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 교수
입력 : 2007.10.13 00:54

비타민C가 감기나 암 예방에 좋다는 얘기가 주목을 받은 데에는 노벨 화학상을 받은 미국의 과학자 라이너스 폴링(Linus C. Pauling) 박사의 역할이 크다. 그는 하루에 비타민C를 1000㎎ 이상 먹은 사람의 45%가 감기에 덜 걸린다는 책을 1970년에 내놓았다. 그후 다량의 비타민C가 암과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책을 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도 하루에 1만2000㎎을 먹는데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4만㎎까지도 먹는다고 밝혔다.

그의 책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이 이론을 확인하는 임상실험이 16개가 넘는 의료기관에서 진행됐다. 그 결과 비타민C를 다량 복용하면 감기에 덜 걸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일부 실험에서 감기 증상이 조금 가볍게 지나가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나타났으나 이 효과도 실제로는 비타민C에 의한 것이라고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비타민C와 가짜 약을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임상실험을 했는데, 실험 결과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심리 효과였던 셈이다.

폴링 박사는 또 1976년에 하루 1만㎎의 비타민C를 복용한 말기암 환자 100명의 수명이 복용하지 않은 비교 그룹에 비해 3~4배 연장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국립암센터(NCI)가 “이 연구는 환자를 선정하는 방법 자체가 틀렸으므로 의미가 없다”고 확인했다. 폴링 박사는 수십 년 동안 비타민C를 다량 복용했음에도 그와 그의 부인 아바는 1994년과 1981년에 각각 암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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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출처 : 비타민C, 공복에 먹지 마세요
이지혜 기자 wise@chosun.com
입력 : 2007.10.13 00:54
 
  • 메가 도스 비타민C 전도사인 서울대의대 이왕재 교수와 가천의대 차한 교수가 쓰고 있는 비타민C 복용법의 특징은 식사 중 또는 직후에 비타민C를 먹는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식사 도중에 1알 그리고 식사 후 바로 1알을 더 먹는다. 차 교수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2알을 먹는다. 둘 다 음식물 소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발암물질을 고용량 비타민C로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비타민C를 먹고 혈중 농도를 조사해보니 복용 후 4시간에 혈중농도가 제일 높았다가 서서히 감소하더라”며 “그래서 6시간마다 비타민C를 먹는다”고 말했다. 대신 공복에는 절대 복용하지 말라고 이 교수는 충고했다.

    한국비타민정보센터 윤연정 실장(약사)은 “비타민C의 다른 이름은 ‘아스코르빈산’으로 산(酸)의 일종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위산(胃酸)이 많은 공복에 먹으면 속이 쓰리고,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식사 중 혹은 직후에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한 비타민C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이어서 6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모두 빠져나가기 때문에 한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하루 3회 이상 나눠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박용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영양권장량인 100㎎보다는 좀 더 많이 먹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1일 최대 허용량인 2000㎎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서서히 복용량을 늘리되 비타민 E 등 다른 항(抗)산화 비타민도 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한국인의 하루 평균 비타민C 섭취량은 175㎎으로 우리나라에서 정한 권장량보다 훨씬 많이 먹고 있다”며 “굳이 약으로 비타민을 섭취하기보다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어 섭취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