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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탐방]

지리산 들머리, 경호강과 적벽산

 

[경호강과 적벽산의 단애(斷崖) (2006.11.25)]

 

 

▣지리산 들머리, 경호강과 적벽산

 

◐지리산 들머리, 경남 산청군 단성면①경호강과 적벽산

 

부산을 출발, 남해고속국도 군북 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의령군과 합천군 대의면, 산청군 생비량면을 지나온 차는 산청군 신안면 원지(하정리)를 만나면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내 경호강을 가로지르는 단성교를 건너는데, 지리산의 들머리라고 할 수 있는 산청군 단성면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 자락은 이곳에서도 약 30km 이상 더 떨어져 있다.

 

지리산으로 들어서던 여느 때와는 달리, 다리를 건너자마자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공사중인 공터 끝에 차를 세우고 강변으로 다가섰다. 경호강과 적벽산의 단애가 이루는 풍경을 만나기 위함이다. 병풍처럼 드리워진 적벽산 절벽 아래의 도로와 단성교를 수없이 지나다녔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보는 일은 아마도 처음인 듯하다.

 

산길도 사람의 길, 삶의 길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마음에 두고, 답사의 범위를 산자락 아래까지 넓힌 이후로는 이처럼 산자락으로 들어가는 도중에 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지리산 자락의 역사와 문화를 가까이함으로써 산과 길, 그리고 삶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자는 의욕이 있었으나, 몇 겹으로 불어난 공간에 '발길 닿은 점' 찍어야 할 곳을 생각하니 과욕이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경호강(鏡湖江)과 적벽산(赤壁山), 거울같이 맑은 호수 같은 강붉은 절벽을 이룬 산이라고 표현하니 좀 밋밋하긴 하다. 그런데 이런 강과 절벽이 드리워진 공간에 달이 휘영청 떠오른다면 느낌이 어떠할까? 나처럼 아둔한 이에게도 그 풍경이 그려지는데, 풍류를 즐겼던 우리의 옛사람들이 이곳을 가만 놔둘 리 있었겠는가. 단성쪽 강변에 있는 마을 이름은 이 풍광을 즐기기 위해 지은 누각이 있었다 하여 강누리(江樓里)라고 불리웠을 정도니 말이다. 풍류과객들의 뱃놀이로 흥청거렸던 이곳은, 강과 달빛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뱃놀이를 즐기던 어느 고을 수령이 덩실덩실 춤을 추다 관인(官印)을 강에 빠뜨려 파직을 당했다는 익살스런 이야기도 지니고 있다. 

 

모처럼 찾은 강줄기는 오랜 가뭄에 지쳐 생기를 잃었고, 건너편 겨울을 준비하는 산자락 역시 황갈색으로 수더분한 모습이다. 게다가 강변에는 공사가 진행 중이라 더욱 어수선하기만 하다.

 

경호강 본류의 시원은 남덕유산 정상 아래의 샘터로 알려져 있으며, 이 산자락에서 이룬 물길은 서상면을 거쳐, 亭子문화로 유명한 화림동 계곡, 안의, 수동의 물길을 모아 위천을 이룬 뒤, 남원,함양 등의 지리산 계곡의 청류를 품은 엄천강과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에서 만나면서 비로소 경호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이 강줄기는 산청읍을 거쳐 단성을 지나며, 이내 강 동쪽 생비량면에서 흘러온 양천강을 만나 진주 진양호로 흘러 들어가며 남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남강은 서부경남의 물길을 모아 낙동강으로 흐르니, 저 아득한 지리산 반야봉 아래 심원마을에 내린 빗방울과 위풍당당한 산세를 이루는 남덕유 정상 아래 샘터에서 발원한 물길의 호적은 결국 낙동강이 되고, 흘러가야 할 곳은 바로 부산 앞바다이고 태평양이 되는 것이다.

 

적벽강은 국도 3호선과 20호선 사이에 있는 해발 170여미터의 낮은 산으로 서쪽 산사면이 단애를 이루며 경호강 옆에 드리워져 있다. 이 절벽 어딘가에 우암 송시열 선생이 새긴 '赤壁'이라는 글자가 있다고 하나 찾아보지는 못했다. 사진에서처럼 절벽 아래로 강줄기 사이에 좁은 도로가 지나간다.

 

[2006년 11월 25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