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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두류실/두류실 일기

내게 너무 버거운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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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 주생면 지당리 대지마을의 들녘에 자리한 나의 콩밭. 저 멀리 뒤편에 보이는 희미한 산줄기가 만복대를 중심으로 한 지리산의 모습이다]



저가, 아니 우리 마을에서 기른 콩으로 청국장 등 콩 발효식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우리 마을은 청년회를 중심으로 콩작목반을 결성하였고, 저도 마을논 7마지기를 빌려서 콩농사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마을 어른들이 논두렁 길가에 아무렇지도 않게 심고 관리해도 잘만 크는 콩이지만, 언감생심 새내기 농사꾼에게는 콩농사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은 논에 콩을 심는 우리의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척박한 땅에 아무렇지도 않게 키워도 잘 크는 콩을 그 좋은 마을 논에 심는 모습이 못마땅하기도, 또 이상하기도 하셨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농사도 잘 지어야겠지만, 소득작물로서의 콩이라는 이미지를 마을 어르신들에게 심어 주어야하니까요.



하지만 새내기 콩농사꾼에게는 모든 일이 쉽지 않습니다. 순지르기와 중경 배토라는 교본 상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7월에는 갑작스럽게 생긴 바쁜 외부일과 장마 때문에 시기를 조금 지나친 듯합니다. 하지만 콩은 지금까지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습니다. 많이 내린 비에도 배수가 잘 되는 우리 논의 콩은 사진처럼 멋지고도 늠름한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7.17)  누군가가 이야기해 준대로 회초리로 들고 콩밭에 달려들어 순지르기를 할 계획입니다만, 쉽지 않은 일임을 이미 잘 느끼고 있습니다. 순지르기를 잘 해야 콩대 윗부분의 줄기가 옆으로도 뻗어나며 대도 튼튼해지고 꼬투리도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남원의 초보농부가 안부전합니다.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