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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글방/숲속의 글마당

적벽산 저녁해/강희근

적벽산* 저녁해


적벽산에 올라 저녁해를 본다
떨어지기 전 마지막 눈시울이 붉다

떨어지는 것이 벼랑과 같아서일까
벼랑 맨 꼭대기에 서서 내려다 보이는 강물,
검푸르게 구비치는 강물이 벼랑이다

강둑으로 턱 괴고 있는 들녘이 우수의 시간에 들고
이쪽 마을과 저쪽 마을 이어주는 다리는 다리의
벼랑 매달고 있다

벼랑을 달고 있는 것이 다리뿐이겠는가
서 있는 자리의 암반을 비켜 서 있는 소나무, 소나무 가지들
흔들리는 벼랑 달고 있지

곧 어둠이 젖어오리라 지붕 짚고 서둘러 오르는
연기
허공으로 치솟다가 치솟는 만큼 아지라운 벼랑 머금고 있지

아,
벼랑은 슬픈 것인데도 벼랑 꼭대기에 서면
목까지 차오르는 것 경승이다
어쩌면 팔곡병풍에 들어가 이름이 역사가 되고도
나오지 않는 한 절(幅),

그렇다 이 암반이 암반으로 형성될 때 생겨난
적벽이 과학의 한 페이지
성년층이거나 무슨 신생대 같은 교양 깊이 들어간 것도
획으로 양념 뿌린 동양화 한 절,

한 절은 슬픈 색 지질紙質인가
적벽산에 올라 저녁해를 본다
떨어지기 전 마지막 눈시울이 붉다


  *적벽산 : 산청군 신안면, 경호강을 굽어보고 있는 산





강희근 시인 : 

■  1943년 경남 산청 출생  아호 하정

     진주고, 동국대 국문과, 동아대 대학원 수료
     (문학박사,한국 가톨릭 시 연구)

     1965년<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부 당선
     <신춘시>, <흙과 바람>, <진단시>,<화전>동인

     공보부 신인예술상(1966),
     경남도 문화상(1974),
     조연현 문학상(1995),
     동국문학상(2003),
     시예술상(2003) 수상
■   국립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소장·인문대학장·도서관장
      전체교수 회장을 비롯 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 부회장
     ·배달말학회장·경남문인협회 회장 역임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경남펜클럽회장,  지역문학인회 좌장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주간>

 ■   시집
        < 연기 및 일기>, < 풍경보>, < 산에 가서>,
        <사랑제>,< 사랑제 이후> < 화계리>,< 소문리를 지나며>,
        <중산리 요즘>> 등

       저서
       < 시 짓는 법> ,< 우리 시문학 연구>,< 한국카톨릭시 연구>,
       < 글예술 이론>, < 오늘 우리시의 표정>, < 시 읽기의 행복>,
       <경남문학의 흐름>, <우리문학 맛보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