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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人들의 智異山

■산중일기<상> 7.01일 ~ 7.15일[8]

[현대불교www.buddhapia.com/기획연재/정시한의 산중일기/'부디엔스'님의 글]

 

 

7월

1일 가끔 흐리고 맑았다. 저녁에 비가 내렸다
일찍 일어나서 가묘(家廟)를 우러러 바라보았다. 근삼(勤三)과 원변(垣卞)이 금강대(金剛臺)에서 아침을 먹고 돌아갔다. <심경(心經)> 제3편 20장과 <독서록> 속선 10장 종편과 <황경경> 종편과 <군선요어> 6장을 보았다. 경수(庚宿)가 산죽을 쪼갰다. 저녁을 먹은 뒤에 다시 조금 베어 왔다. 집에서 보낸 편지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아 마음이 편치 못했다.

2일 가끔 흐리고 맑았다
새벽에 꿈 속에서 어머니를 모셨다. <심경> 제4편 25장과 발문 8장에서 끝편까지 <독서록> 서문 2장과 수편 8장과 <황정경> 외경 상편과 <군선요어> 4장을 보았다. 금강대의 경천(敬天)노사가 표고버섯을 가지고 와서 한동안 앉아서 대화를 나누다가 갔다. 화엄사(華嚴寺) 승려 의현(義玄)이 나이는 무진생(戊辰生)인데 두루 만나보고 갔다. 명학(明學)이 와서 옥목(玉穆) 3개를 주고 갔다. 경수가 산죽을 쪼개 신감채 자반을 만들었다.

3일 가끔 흐리고 맑았다
<심경> 수편과 <독서록> 중편과 <황정경> 외경 중하 양편을 보았다. 연한 소나무 가지 두 짐을 메어 와서 솔잎차 두 그릇을 만들었다. 명학이 담근 오이 김치를 주고 갔다.

4일 가끔 맑고 흐렸다
오후에 소나기가 두어 차례 내렸다. <심경> 제2편과 <독서록> 하편과 <황정경(黃庭經)> 오장도(五臟圖) 6장과 <도장초(道藏抄)> 10장을 보았다. 경수가 빨래를 하였다.

5일 아침부터 내린 비가 오후에 그쳤다
<심경> 제3편과 <독서록> 속선 종편과 <황정경> 채취도 이하 수십 장의 종편을 보았다. 의현대사가 금강대에서 저녁을 먹고 와서 보고 갔다. 계속 소금물에다 손가락과 손바닥을 담구었으나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다른 일에는 장애가 없으나 붓을 잡기가 불편해서 오랫동안 글자 연습을 하지 못하여 아쉬웠다. 고향편지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아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저녁 때에 함양의 관노 이황(李黃)과 군자사(君子寺)의 승려 명학과 팔우(八宇)가 와서 함양태수의 서찰과 고향편지를 전해주고 백미 4두와 콩가루, 미싯가루 9승과 마른 석어 한 묶음과 전장(煎醬) 약간과 부채 다섯자루를 보내 왔다. 고향편지를 보니 셋째 아들 도진(道晉)의 병이 아직도 위험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하니 마음이 편치 못하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입노는 중간에 말이 병이 나서 문경 땅에다 버려두고 저는 병이 나서 여덟 번이나 고통을 호소하다가 함양에서 일어나지 못하였다고 했다.

6일 새벽부터 밤까지 비가 내렸다
아침 식사 후에 함양태수 인편이 작별하고 돌아갔다. 조금 늦게 비바람이 몰아쳤다. 이 암자 터는 산세가 빙 둘러 있어서 비록 거센 바람이 부는 날에도 단지 산허리 이상에서만 바람소리를 들을 뿐이었다.

오늘은 지붕이 걷히고 나무가 꺾이면서 산봉우리가 다 흔들리니 위태롭고 떨려서 편히 앉아 있지를 못하였다. 앉아서 고향편지를 보노라니 정신이 아찔했다. 그리고 함양태수 인편이 중도에서 낭패를 당할까 염려되어 마음이 편치 못했다. 지붕이 날아가고 곳곳에 비가 새었다. 밤이 되어 더욱 심했다. 승려 방으로 옮겨 갔으나 편히 자지를 못하였다. 시냇물이 불어난 것이 지난 5월 17일보다 훨씬 많았다. 온 골짜기가 진동하여 곁에 있는 사람의 말소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경(五更)이 지난 뒤에 비바람이 그쳤다. 지붕이 곳곳에 비가 새었다.

7일 흐리고 비가 약간 내렸다. 밤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심경> 끝편을 보고 <독서록> 상편을 보았다. 찢어진 창문을 바르고 집안 주변과 뜰을 청소하였다. 원변은 일을 도우려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근삼이 오른쪽 다리에 큰 종기가 나서 여러날 동안 고통을 호소해 왔다. 겨우 곪았는데 애써 일을 거들었다. 오후에는 몸이 떨리고 어지러워서 일을 보지 못하였다. 급히 미싯가루를 먹여서 온돌방에 눕혀 놓으니 한동안 지나자 안정되었다. 병중에 양식이 없어서 하루에 5홉만 먹다보니 날마다 원기가 쇠약해졌는데도 태수가 많은 일을 시켜서 그렇게 된 것이다.

저녁밥을 먹은 뒤에 꽤 회복되었다. 경천과 명학이 와서 보고 갔다. 편지 쓸 종이를 재단하여 4장의 편지를 썼다.

8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정오에는 많은 비가 내려서 지붕이 새었다
<심경발휘(心經發揮)> 13장을 보았다. <독서록> 중편과 <황정경> 수권부터 내경 3장까지 보았다. 근삼(勤三)의 아비 권선여(權善與)와 새진이 왔기에 저녁밥과 약과를 제공하였다. 편지 7장을 썼다. 선여가 학질을 앓았다.

9일 새벽부터 하루종일 많은 비가 내렸다
폭포에 흐르는 물이 지난 6일보다 많았다. <심경발휘> 2장을 보고 <독서록> 하편과 <황정경> 내경 3장을 보았다. 한글 편지 3장을 썼다. 새진이 작별하고 갔다. 근삼이 나를 위하여 작은 촛불 2쌍을 만들었다. 심사가 편치 못하여 밤에 잠을 자지 못하였다. 수일 전부터 밤마다 빈대를 잡았다.

10일 새벽부터 하루종일 흐리고 비가 오다가 안개가 끼었다. 밤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새벽까지 내렸다

<심경발휘> 25장과 <독서록> 속선 종편과 <황정경> 내경 3장을 보았다. 연곡사(燕谷寺) 목수승 종해가 비를 맞고 찾아왔다. 동과(冬瓜) 한 개와 초혜(草鞋)를 특별히 만들어서 주었으며 약과를 대접하고 쌀 5승을 주었다. 근삼의 아비 권선여가 학질을 심하게 앓았다. 편지 3장을 썼다. 발을 씻었다. 근삼이 특별히 초혜 한 켤레를 만들어서 주었는데 종해가 만들어준 신보다 나았으나 사양하고 받지 않은 것은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런 것이다. 밤에 빈대를 50여 마리나 잡았다. 날이 갈수록 점점 많아져서 밤으로 편히 잘 수가 없으니 고달팠다.

11일 새벽부터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밤새도록 안개가 끼어 있었다. 지붕이 새서 밤에 일어나 새벽까지 있었다. 아침식사 후에 근삼이 그의 아버지와 함께 마을로 내려갔다. 혼자서 경수와 함께 암자에 있었는데 명학이 와서 보고 갔다.

<발휘심경> 10장을 보고 <독서록> 수편과 <황정경> 내경 3장을 보았다. 근삼이 돌아왔다. 편지 두 장을 썼다. 명학이 와서 잤다. 밤에 빈대 40여마리를 잡았다. 여러 날 동안 비가 오고 안개가 끼어서 고달팠다. 또 빈대에게 시달려서 편히 잠을 자지 못하니 심기가 편치 못했다. 그러나 낮잠을 자지 않고 여름철 3개월을 넘기기로 했다.

12일 새벽부터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밤까지 <심경발휘> 17장을 보아 상권을 마치고 <독서록> 중편과 <황정경> 내경 3장을 보았다. 희안(希眼)과 종선이 담양에서 비가 오는데도 들어왔다.

13일 새벽부터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밤새도록 비바람이 불었다. <발휘심경> 2권 33장을 보았다. <독서록> 하편과 속선 종편을 보았다. 연일 많은 비가 와서 폭포 소리가 진동하여 밤에 잠을 편히 자지 못한 날이 8일이었고 또 빈대가 나와서 고달프게 하므로 금강대로 옮기고 싶은 것이 여러 날이었다. 저녁식사 후에 <황정경> 내경 2장을 다 보지 못하였다. 갑자기 폭포 소리가 더 심하여 좌석을 진동하므로 마음이 놀라와서 곧 비를 무릅쓰고 옮겼다.

암자의 승려가 붙들면서 만류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옷과 버선이 다 젖었다. 오향대(五香臺)를 지나니 명학이 역시 애써 만류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금강대에 이르니 암자의 승려가 맞이하여 관복을 바꾸어 주었다. 조전에서 유숙하였다. 경천 노사가 나를 위하여 국수를 차려 주었다. 순천(順天) 동리산(桐裡山) 대흥사(大興寺)의 승려 지영(智英)이 나이가 신유생인데 마침 와서 만나 보았다. 경수가 두 차례나 물건을 운반하였다.

14일 새벽부터 바람이 더욱 심하게 붙었다. 정오가 되자, 비가 그치고 흐렸다
경천노사가 아침식사를 성대하게 차려서 상하 모두에게 주었다. 지영이 작별하고 돌아갔다. <발휘심경> 20장을 보고 <독서록> 수편과 <황정경> 내경 4장을 보았다. 승려 일계(一戒)가 저녁을 준비하여 상하 모두에게 주었다. 근삼과 명학이 와서 보고 갔다.
경수가 물건들을 두 차례 옮겼다. 4, 5일 전부터 마음이 바쁘고 안정을 취할 수 없으니 괴이한 일이었다. 저녁에 암자의 승려가 국수를 준비하여 먹었다. 또 상하 모두에게 주었다.

15일 맑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관복을 갖추고 앉아 가묘를 생각하였다. 승려들이 먹을 것을 주었다. <발휘심경> 13장에서 종편까지 보았다. <독서록> 중편과 <황정경> 내경 3장을 보았다. 근삼이 와서 보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