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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금 답사일지/백 두 대 간

백두대간 내려잇기 10구간(댓재-피재)

[댓재 바로 위 황장상 능선의 싱그러운 숲] 

 

■백두대간 내려잇기 제 10구간

 

◎댓재-덕항산-건의령-피재

 

토요일 10구간 보충산행 지원을 위하여 기다려 준, 넷산(netsan.net) 소석님의 배려로 부산에서 동해까지 심야버스로 달려가 댓재에서 합류하다. 해는 벌써 구름 속에서 떠올랐고, 댓재에 닿을 무렵 붉은 모습을 드러내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나를 포함한 5명이 06:50분에 길을 나서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연노랑의 눈부신 몸으로 이글거리는 해에게서 열기를 느끼다. 바로 어제 저녁, 비 걱정에 배낭 내부를 온통 비닐로 두르며 패킹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 우습다. 단독 야영산행으로 준비한 배낭 무게가 부담스럽고, 타고 온 심야버스에서 거의 눈을 붙이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다만 살랑거리는 바람이 있어 운행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이다.

 

황장산을 오르자 신록과 철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숲은 평탄한 길로 한동안 이어진다. 이 싱그러운 5월, 산길 주변 풀꽃들의 아우성이야 어떠할까이 황홀한 숲에서 한눈을 너무 많이 팔았다.

 

조금 내달음질 쳤어야 할 그 곳에서 하필이면 처음부터 보석 같은 금빛 꽃잎에 짙은 갈색의 테를 두른, 이름만큼 아름다운 금강애기나리를 만난다. 산길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카메라와 함께 다가가 본다. 하지만 아침의 엷고 부드러운 바람에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살랑살랑

 

 

[금강애기나리]

 

두 번 쪼그렸다 일어났다 반복하다가 씩씩거리면서 하는 말.

요 녀석, 감히 나를 거부하다니…’

 

그 뿐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제비꽃이란 녀석들은 어쩌자고 그냥 제비꽃이라고 부르지 못할 정도로 다른 이파리들을 가져 일일이 눈도장을 찍게 만드는지, 결국 나중에는 내가 손을 들고 말았다.

 

둥글레, 벌깨덩굴, 노랑무늬붓꽃, 삿갓나물,피나물, 앵초,홀아비꽃대,쥐오줌풀,개별꽃,양지꽃 그리고 아직도 이름을 찾지 못해 도감을 뒤적거리게 만드는 몇몇 녀석들

 

이 환장할 놈의 꽃들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앵초]

 

 

[회리바람꽃]

 

 

[쥐오줌풀]

 

 

[숲개별꽃]

 

[광동이주단지 인근에서 바라 본 풍경]

 

 

이렇게 진행되는 산행은 12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환선굴을 품고 있는 덕항산을 지나고, 이내 구부시령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게 된다. 약 2 리터의 물을 준비했지만 더운 날씨에 소모되는 속도가 빠르다. 식수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조금 걱정이 된다.

 

[환선봉 옆에서 바라 본 환선굴 방향의 산자락]

 

구부시령에서 건의령 앞 푯대봉 앞까지 대략 5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는데 푯대봉 북쪽, 즉 진행방향의 오른쪽 삼밭골 개간지 옆 안부를 지나면서부터는 배낭 뒤를 누군가가 모질게 잡아 당기는 듯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새끼 손가락보다 작은 구슬봉이를 만나게 된다. 꽃이 아예 땅에서 피어있는 녀석이라 엎드려서 눈맞추어보지만 언감생심, 도무지 마음에 드는 모습은 나오질 않는다.

 

[구슬봉이]

 

, 요 조그만 녀석에게.. 내가 또 당했구나.

갑자기 몸 전체가 무거워지며 일어나기가 쉽지않다.

 

마중 나온 천사 같은 아우에게서 맥주 한 모금과 물을 보충 받고 푯대봉 방향 능선으로 오른다. 갈증을 해결하였고, 너무나 청량한 숲에 들어서인지 모처럼 제 걸음이 나온다.

 

[푯대봉 3거리 직전, 흰철쭉과 철쭉이 어우러진 숲]

 

17:20분, 차량이 오를 수 있는 건의령(한의령)에서 또 한 무리의 천사를 만난다.  944봉-피재로 이어지는 남은 거리도 약 5Km, 두 시간 이상이 걸리는 만만찮은 거리이다. 작은 가방에 방풍의와 랜턴, 수통과 카메라를 챙겨들고는 식수 지원차 올라와 있는 차량에 배낭을 맡기고 숲속으로 빨려들 듯 들어선다. 

 

하지만 1시간 30분 정도를 예상하며 거의 뛰다시피 진행하던 걸음은 피재 직전, 완만한 봉우리를 두어 개 넘으면서 더뎌지게 된다. 아마도 산길보다는 기다림에 지친 터일 것이다. 피재에는 나보다 어둠이 먼저 닿아 있었고, 11구간을 함께할 아우들도 벌써 도착해 있다. 19:35분

 

수면부족과 배낭무게라는 악조건에다 온 산자락에 드러눕거나 하늘거리며 유혹하는 봄꽃, 그 치명적인 덫에 걸려 피재로 향하는 마지막 걸음이 무척 힘들었던 하루였다.

언제인가부터 풀꽃들을 담아오는 일이
걸음과 풍경 못지않게 빠트릴 수 없는 산행의 즐거움이 되다 보니 그만큼 힘든 경우를 감내해야 할 일도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어쩌랴  


6년 전 낙동정맥구간종주 첫걸음으로 만난 피재에서의 남다른 감회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피재와 가까워지며 낮은 구릉지대를 몇 군데 지나면서부터 머리 속은 텅 비워져 버렸다.

 

다만, 11구간 본대와의 반가운 만남으로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한 후, 낙동정맥종주의 안전운행산정(山情)을 축원하며 산제(山祭)를 지냈던 육각정 정자에서 비박할 생각을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산행시간표]

05:30 기상 식사준비
06:00 신머루,미순,두류님 합류
06:50 댓재 출발 산행 시작
07:05 황장산 삼각점 (댓재 0.6Km)
08:15 1069 삼각점(황장산 2.5Km, 큰재 1.9Km)
08:58 큰재
09:35 1058 삼각점 (정상에 물탱크 )
10:45 자암재 (헬기장 0.9Km,환선굴1.7Km, 댓재 8.5Km)
11:45 환선봉(지장산 1080) 덕항산1.4Km
12:25 덕항산(1071)
12:45 구부시령
        
점심식사
14:00 점심후 출발
14:40 1017봉 (구부시령 1.8Km, 한의령 5K)
16:15 푯대봉 삼거리
16:40 한의령(건의령)
18:18 944 삼각점
18:50 피재(삼수령)
산행 종료

[선두조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