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단] 봄까치꽃 /정일근
[개불알풀/봄까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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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속에서 봄을
보려면
신도 경건하게 무릎 꿇어야 하리라 내 사는 은현리서 제일 먼저 피는 꽃 대한과 입춘 사이 봄까치꽃 피어 가난한 시인은 무릎 꿇고 꽃을 영접한다 양지바른 길가 까치 떼처럼 무리지어 앉아 저마다 보라빛 꽃, 꽃 피워서 봄의 전령사는 뜨거운 소식 전하느니 까치도 숨어버린 찬바람 속에서 봄까치꽃 피어서 까치소리 자욱하다 그러나 콩알보다 더 작은 꽃은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느니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들리지도 않느니 그 꽃 보려고 시인이 무릎 꿇고 돌아간 뒤 솥발산도 머리 숙여 꽃에 귀 대고 오래 까치소리 듣다 제 자리로 돌아간다 두툼한 외투에 쌓인 눈을 툭툭 털고 봄이 산 135-31번지 초인종을 누르는 날 시작 노트 - 내가 계속 도시에서 살았다면 나는 '봄까치꽃'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고 벌써 봄까치꽃이 핀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자연은 시인을 가르치는 스승이고 시인은 자연의 말씀을
전하는 전령사다. 자연이
내게 말했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이미 봄이 온 것을 알려라'.
그래서 봄까치꽃이 핀
것이다.
약력 -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 수상.
[국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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