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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 情 無 限

[비망록]적막

눈 덮인 숲이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겨울을 건너는 몸이 자주 주저앉는다

대체로 눈에 쌓인 겨울 속에서는

땅을 치고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

어쩌자고 나는 쪽문의 창을 다시 내달았을까

오늘도 안으로 밖으로 잠긴 마음이 작은 창에 머문다

딱새 한 마리가 긴 무료를 뚫고 기웃거렸으며

한쪽 발목이 잘린 고양이가 눈을 마주치며 뒤돌아갔다

한쪽으로만 발자국을 찍으며 나 또한 어느 눈길 속을

떠돈다

흰빛에 갇힌 것들

언제나 길은 세상의 모든 것으로 이어져왔으나

들끓는 길 밖에 몸을 부린 지 오래

쪽문의 창에 비틀거리듯 해가 지고 있다

 

박남준 적막-

 

 

생각보다 오랜 동안 햇볕을 쬐지 않았다.

생각 없이 지나는 시간들이 이리도 빨리 지나갈 지도 몰랐다.

아니,

무념이란 경지는 내게 아직 멀어,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지낸 시간들 속에 들락거리

던 생각의 끈들이 너무나 많고 길었던 모양이다. 

마음을 둘 수 있는 쪽문이 있었다는 게 너무나 다행스럽고

고맙다. 보석처럼 귀한 일이다.

 

쪽문으로 햇빛 비추는 눈부신 자작나무가 보고싶어

흰빛 숲으로 난 창을 열고 다시 고른 숨소리와 따뜻한 입김

불어내어 본다.

 

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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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몸담고 있는 조직의 오산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주말에 집으로 내려갔다가는 꼼짝도 않고 지내다가 올라왔습니다.

 

이번 주말 명절 쐬러 또 내려가야겠지요. 차를 집에 두고 왔는데,

어찌 내려갈지 태평스럽게 전혀 신경도 쓰지않고 있습니다.

 

주변의 여건과 저 능력의 한계, 그리고 신문사의 방침이 잘 맞아떨어져 서울신문 [조용섭의 산으로]기사 기고는 2월부터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50여 회에 걸친 13개월, 매 주의 걸음과 기록, 그리고 작업

비록 힘들었지만 뜻하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기도,

많은 기록과 글들을 접하게 해 주고, 저를 그나마 깨어있도록

해 준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마음의 부담을 덜고 다시 자유롭게 산길을 걷게 되었음을 편안한 마음으로 님들에게 알려드리며, 오랜만에 인사말 겸해 소식 전합니다.

 

두류/조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