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약 50년 전, 중학교 교과서(과목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맨 앞 장을 차지하고 있던 '좋은 글'이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엄한 훈육도 필요하다는 것을 벤자민 프랭크린이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는 것이다.
청장년의 시절 산을 좋아하며 자연과 가까이하던 나는 이 명제에 가끔 회의를 품고는 했었다. 하지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료하게 느끼게 되는 요즈음 들어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나무를 자라나는 그대로 두는 게 옳은가?
아니면 과감하게 가위질을 해야 하는가?
화단의 꽤 나이 먹은 '남천'이 작년부터 부자연스럽게 옆으로 굵은 가지를 뻗히기 시작했다. 차마 그 가지를 자르지 못하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끼고, 굵은 대나무를 받혀 우선 나무의 수고로움은 덜어주었다.
지리산 자락에 한바탕 봄눈이 내리고 난 다음 날, 대기는 차분히 가라앉아 있다. 문득 화단의 남천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참 모양새는 나지 않는다.
그저께만 해도 반갑게 얼굴을 내밀던 봄까치꽃의 얼굴이 사라지고 없다.
18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