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山 情 無 限

고 최화수 형님을 추모하며



지난 주말 나의 지리산 멘토 최화수 형님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왔다.

 

20년 가까이 지리산을 함께 다니며, 수많은 지리산 이야기를 나누던 최화수 형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 지난 토요일 아침, 황망스런 부음을 접하고 부산에 가서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왔지만 고인의 부재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불과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일 없는 듯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허허로운 마음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이 남았다는 자각에 안타까움과 그리움만 더해진다.

 

고인은 평생 언론과 문화단체에 몸담으며 부산과 지리산이야기를 써왔다. 특히 신문기자시절 지리산자락 곳곳을 다니며 쓴 글을 모아 출간한 지리산365''은 탁월한 글솜씨와 인문학적 식견으로 엮어, 나와 같은 후학들에게 지리산에 다가가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나와의 인연은 새천년이 시작되기 전인 1999년 지리산답사모임을 함께 결정하며 시작되었다. ‘지리산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그 모임은 고인과 내가 후선으로 물러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지리산 산길따라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모임 결성과 동시 운영책임을 맡아 약 10여 년간 활동을 해온 나는, 고인을 큰형님으로 모시면서 부산과 지리산자락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배우는 행운을 만나게 되었다. 얼마 전, 내가 귀농귀촌해서 살고 있는 남원에 봉생문화재단 답사기행 회원 100여명을 모시고와, 나를 지리산 연구자로 소개하며 지리산 강연을 맡기며 격려하던 기억이 새롭다.

 

지난 겨울 '인문학으로 걷는 지리산"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도움을 청하자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힘닿는 대로 도와주시겠다고 하신 지 불과 몇 달도 지나자 않았고, 그동안 준비해온 소설집출간하시겠다며 의욕을 보이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 터라 더욱 안타깝고 상실감에 마음이 저려온다.

 

지난 일요일 오전, 부산 괴정성당에서 형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왔다. 눈부신 연록의 숲이 내게 다가오자 눈앞이 흐려지는데, 어디선가 귀에 익은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어이, 두류!”

 

형님, 부디 편히 가소서.

2017. 4. 25 두류/조용섭

. . . . . . . . . . . . . . . . . .




고 최화수님은 부산일보, 국제신문 기자를 거쳐 국제신문 논설주간, 동아대 초빙교수. 봉생문화재단 부이사장을 지냈다. 월간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양산박 사람들로 당선되었으며, 장편소설 오후가 길어지는 계절’, 소설집 아버지의 목소리’, ‘7080화첩칼럼집 눈 위에 서리치다등의 문학작품과 지리산365’, ‘지리산’, ‘금정산의 재발견등 다수의 산악문화 관련 저서를 남겼다. ’문학도시 작가상‘ ’금정대상’ ‘부산시문화상등을 수상하였다.


'▣ 山 情 無 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주 금륜사, 마곡사 나들이  (0) 2017.06.04
어머니의 텃밭  (0) 2017.05.01
바람이 머물면 스러지듯이  (0) 2016.07.06
꽃청춘 그대들!  (0) 2016.07.01
2016우수급식*외식산업전 참여  (0) 201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