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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두류실/두류실 일기

[두류실 日記]메주를 쑤다

 

[구례 산동에 있는 작업장입니다. 정다믄 된장으로 오랫동안 호평을 받아왔으나, 

언젠가는 '지리산 두류실'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으로 나길 듯합니다] 

 

[만 하루 반을 물에 불린 백태입니다.]

 

[게르마늄 온천으로 이름난 구례 산동의 지하수로 불린 쥐눈이콩입니다. 살짝 얼음이 얼어 있네요]

 

[가마솥에 나무를 때어 콩을 삶습니다.]

 

 

 

[산동 할머니들의 익숙한 손길에 메주가 금방금방 만들어집니다]

 

[점심 먹기 전 1차 작업으로 성형된 메주입니다. 무농약으로 키운 볏짚 위에 놓습니다]

 

[하루 종일 작업으로 성형된 메주를 그물로 덮어 보관합니다.]

 

 

[구례 산동은 산수유의 고장. 신장에 좋다고 하지요. 

의논 끝에 무농약으로 키운 산수유 과즙을 엑기스로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사진은 두 번째 수확을 자연건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후 5시가 되자 산골의 대기는 어스름에 접어듭니다.

사진 오른쪽의 둥근 봉우리가 고리봉이고, 중간의 평평한 안부가 묘봉치입니다.

방금 켜진 듯한 교회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라 그대로 찍었습니다.

날이 무척 흐립니다. 혹시나 눈 소식이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어제 밤 늦게 구례 산동으로 들어왔더니, 앞으로 저와 일을 함께
하기로 한 이 마을의 산수유 형님께서 반색을 하십니다.  혹시

기억나실런 지 모르겠으나, 지난 가을축제 때 우리 모임에 다녀

가신 분입니다. 근데, 형님이 바로 다음 제게 하는 말에 저는

마음의 여유를 싹 잊고 맙니다.


"아침 8시에 일 시작할 테니 준비하고 있어라. 일 할 아주머니들
(사실은 할머니들) 모시고 오면 바로 일 시작할거다"

 

그 일이란 정말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던 된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산수유 형님은 약 11여년 전부터 '정다믄 된장'이라는 이름으로
구례 산동에서 된장과 청국장, 그리고 간장을 담궈 판매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탈모예방과 성인병에 좋다는 '검은선식'을 만들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백태'로 만든 된장외에, 약콩이라 부르는 약콩

(쥐눈이콩, 서목태), 그리고 얼마 전 암 예방에 특별한 효과가 있다고

연구결과가 나온 서리태(속청)를 각각 160키로(약 88~89되) 씩 담그기로

계획을 세웠던 겁니다. 바로 저가 주말마다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왔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일을 계획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재료의

대부분을 이곳 지리산 자락 구례 땅에서 나오는 것들을 쓰는 것으로

하고 말입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 아침 8시 긴장된 마음으로 작업 현장에 들어가니

바로 날라오는 말,
"두류야, 빨리 화목 가져온나." 얼마 전 저가 남원 가는 길 밤재 근처

산자락에서 가져다 놓은 바로 그 나무들을 가져오란 말씀이지요.

 

습기 있는 통나무가 여간 무겁지 않은데, 허라 걱정한다고 2~3개

들고 가니, 할머니들은 고것 밖에 못가져 오냐고 놀리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날라 땔감을 충분히 준비하고 나니, 가마솥에 넣은

콩이 허연 김을 뿐기 시작합니다. 연신 가마솥 뚜껑에 물을 붓더니

거의 3시간 정도에 이르자 콩(백태)이 전체적으로 막있게 익습니다.

 

이제 저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또 시작됩니다. 메주 만드는 조에게 

익은 콩을 나르기가 바쁩니다. 뜨거운 물 조심하라고 할머니는 계속

주의를 줍니다만, 저는 큰 문제 없이 거뜬히 임무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이제 허리가 조금 아프기는 합니다.

 

모양이 갖추어진 메주를 무농약으로 키운 짚단 위에 조심스레

하나씩 옮겨놓으니 90여개의 메주가 만들어졌습니다.

 

하루 약 9시간 정신 없이 몸을 움직이며 보낸 하루였습니다만,

모처럼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보낸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합니다.

 

내일은 쥐눈이콩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번 주 초 학교에 제출해야

할 과제물 때문에 오늘 밤 편히 쉬기는 힘들 듯합니다. 하지만 그런

피곤함이 오히려 저를 모처럼 부끄럽지 않게 하는군요.

그래서 앞으로의 일의 자료(홈페이지 등)를 위하여 만든 사진을 보며

이렇게 주말 늦은 밤, 님들께 소식 전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에 드는 분들 모쪼록 모두 안전산행 하시고, 지산님들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빌며 산동에서 안부 겸 소식 전합니다.

 

두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