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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두류실/두류실 일기

겨울철 운전 조심합시다.

안일한 대응이 피해 키웠다

도공·경찰 결빙도로 안전 조치 않고 소극 대처
사망 6명 등 인명피해 61명, 사고차량만 208대

 

속보= 61명의 사상자를 낸 고속도로 참사는 고속도로 결빙을 사전에 고지하지 못하고 도로통행을 차단하지 않은 도로공사의 안이하고 소극적인 대처가 화를 키운 인재였다. (본지 8일자 1면 보도)

특히 ‘찔끔 비’로 인한 도내 고속도로 결빙으로 역대 최다의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나 피해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찰 등 유관기관의 미흡한 대처와 공조 부족도 피해를 키웠다.

◆초유의 인명사고= 경남도소방본부가 8일 오전 발생한 경남지역 고속도로 사고 발생 종합보고에 따르면 이날 도내 고속도로 추돌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9명은 중상, 46명은 경상을 입는 등 모두 6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또 공식 확인된 사고차량만 208대로 도내 단일 고속도로 사고 중 사상 최대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6시40분께 중부내륙고속도로 마산 방면 남지IC 200m 부근에서 도로결빙으로 인해 2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비슷한 시간대 진주에서도 문산IC 부근에서 100여대의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함안 군북IC 부근에서 55대, 사천에서 12대, 하동에서 15대 등 모두 200대가 넘는 연쇄 추돌사고가 있었다. 사상자는 진주에서 사망 2명, 중상 4명, 경상 24명이었으며 창녕지역 사망 3명, 중상 3명, 경상 3명, 함안지역 사망 1명, 중상 1명, 경상 13명, 사천과 하동지역에서 각각 경상 6명, 중상 1명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인재’= 찔끔 비로 고속도로가 결빙됐다고 하지만 인명 및 추돌차량 등 피해가 극심했던 것은 도로공사와 경찰 등 유관기관의 사전조치 미흡과 늑장 대처가 원인으로 꼽힌다.

전날 밤 내린 비는 0.5㎜ 정도로 적었지만 날이 추워지면서 이날 오전 4시께부터 고속도로가 얼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로공사 측은 제빙작업 등을 하지 않았으며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한 오전 5시 이후 경찰의 요청을 받고서야 뒤늦게 제빙작업에 나서는 등 늑장대처로 피해를 키웠다.

동시다발적으로 각 고속도로에서 피해가 발생했으나 도로공사와 경찰은 정확한 사상자 및 부상자 현황도 파악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경찰이 올린 상황보고서에는 도로공사에 수차례 협조요청 중이나 제빙작업 등에서 다소 지체되고 있다고 보고돼 있었다. 오전 9시30분에 올린 상황보고서에는 남해선 일부 구간을 제외한 여타 전 구간 염화칼슘 살포로 정상 소통중으로 나와 있다고 돼 있을 뿐 인명 피해상황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로공사와 경찰 관계자는 “도로공사의 경우 상황 발생에 따른 교통 지·정체 해소 등에 대한 대책 위주로, 경찰은 사고 발생에 따른 수습이 주가 되다 보니 다소 피해사례 등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로공사는 겨울철 갑자기 내리는 폭설이나 결빙이 우려되는 구간에 대해 모래주머니나 염화칼슘 등 제설장비를 비치해야 하지만 사고구간 어느 곳에도 제설장비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속도로 본선도로는 50m간격으로 모래주머니 10개씩을, 진입로 및 IC에는 50m간격으로 모래주머니 6개씩, 오르막 차선에는 제설적재함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책= 도로교통공단 울산경남지부 표승태 교수는 “경남을 비롯한 남부 지방은 운전자들이 결빙되는 도로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고속도로의 도로구조상 응달에 결빙 현상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이는 등 안전운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운전자들의 의식 전환을 지적했다. 또 “도로공사에서 결빙이 잦은 곳에 모래나 화약약품 등을 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속도로순찰대 6지구대 김동수 경사는 “고속도로 곳곳에 그루빙(홈파기)시설을 설치, 운전자들이 빗길이나 빙판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정지할 수 있도록 시설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규·최승균·권태영기자/경남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