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 전, 근무하는 직장의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나서 강남구에 홀로 원룸생활을 한 적이 있다. 중동국가의 수도 이름을 딴 대로변 고층건물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숙소는 사무실과 약 3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 대로변 뒤, 안쪽 깊숙이 들어앉아 있는 이 숙소 때문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무실과 숙소를 오고 가는 일상의 과정에서, 나는 지금은 오랜 지기로 삼고 있는 이 녀석을 만나게 되었다. 숙소와 사무실 사이에는 조선조 성종과 중종, 그리고 성종의 비 ‘정현왕후’의 능을 모신 선정릉이 있는데(보통 선릉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출근은 중종의 무덤을 두르고 있는 담을 따라 나있는 길을 걸으며 이루어진다. 공원 으로 조성되어 있는 왕과 왕후의 무덤 외곽으로는 성긴 철물의 담 주변에 키 작은 나무들을 조밀하게 에워싸놓 았는데, 그 대표적인 나무들이 개나리와 쥐똥나무이다. 내가 위에서 ‘이 녀석’이라고 일컬은 것은 바로 쥐똥나무를 말한다. 쥐와, 똥…징그러움에 더러움을 더했으니, 이름만 두고 보자면 그 모습과 냄새가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녀석을 말하는 것일 것이라고 연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지 않은가? 하지만 처음에 이름도 모르는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 녀석의 열매다. 쥐똥을 닮은 그 모습이 재미있어 기어이 나는 식물도감을 뒤졌고, 그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낄낄거리며 찾아내었다. 그러고 얼마 뒤 어느 봄날, 모 신문에 연재하던 글 첫머리에 ‘쥐똥나무 그 여린 꽃잎이 어쩌고 저쩌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봄이 가면서 노랑의 세상이 잦아들던 어느 초여름 날, 꽃잎의 생김새도 매혹적인 향기도 그 수더분한 나무의 줄기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앙증스런 모습으로 피어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왠 낯설고 예쁜 녀석들이 갑자기 찾아와 재잘거리며 하는 인사에 어리둥절하였다고나 할까. 그 후, 적어도 내게 있어, ‘쥐와 똥’에 대한 느낌까지 바꾸게 되었다고 단언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심어져 있는 어느 아파트 단지의 경사진 곳에서 이 녀석을 발견하고, 깊숙이 녀석의 향기를 들이 키는 일은 요즘 부산에서 맞이하는 초여름 출근길의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도시의 한 복판에서 나와 만나 사랑을 나누던 이 녀석이 지난 5월 25일 백두대간 경북 상주의 큰재에서 추풍령을 향하는 그 반가움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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