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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길따라/지리산♧[역사]

지리산의 내력-地名에 나타난 불교①

▣다음 글은 부산 미륵사 주지스님이시던 백운(白雲) 스님이 1988년 10월1일 불일회보(佛日會報)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거나 혹은 전해 내려오던 지리산 관련 역사 혹은 이야기와는 다소 다른 것이 있습니다만, 나름대로의 논리와 의미를 지닌 글이라 여겨지며, 특히 문수보살과 관련한 지리산 여러 곳의 지명 해석에는 예전에 볼 수 없던 독특한 내용이 들어 있는 듯합니다. 재작년, 약 20년 전 지면(紙面)을 통해 나왔던 기록을 뒤늦게 발견하고 흥분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뒷날의 공부를 위한 자료로 삼고자 기고문을 편집하여 이곳에 옮겨놓습니다/두류

 

 

♧지리산과 불교-1

 

白雲/스님 부산 미륵사

 

1.智異山의 내력

 

지리산은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웅장무비(雄壯無比)한 명산으로 삼척동자도 족히 알고 있는 터이지만, 이 산이 불교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음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듯 싶다.

 

지리산은 일명 地理山,智利山,智異山,頭流山,方丈山,三神山 등의 여러 명칭이 있는데 각 이름마다 그 연유가 있고 내력이 있다.

 

地理山은 智利山을 달리 기록한 것이요, 智利山은 대지문수사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의 이름 중에서 대지(大智)의 지자(智字)와 문수사리(文殊師利)의 이자(利字)를 따서 쓴 것이며, 智異山은 지혜로운 이인이 사는 산이라 해서 쓰게 된 것이며, 두류산은 백두산(白頭山)의 정기가 흘러와서 이뤄진 산이라는 뜻인데, 일설에는 지리산 전체가 두루뭉실하게 생긴 데서 유래한다고도 한다.

 

그리고 方丈山.三神山은 신선이 사는 산이란 뜻을 담고 있는데, 삼신산은 방장산(方丈山),봉래산(蓬萊山),영주산(瀛洲山)이며 봉래산은 금강산(金剛山), 영주산은 漢拏山이다.

 

이렇게 제각기 뜻을 가진 이름이 있지만 이중에서 지이산(智異山) 또는 지리산(智利山)이 본 이름이고, 또 이 두 이름 중에서도 지리산(智利山)이라 표기함이 올바른 산 이름이다. 일찍이 화엄사(華嚴寺)의 진응강백(震應講伯)께서 지으신 지리산지(智異山誌)가 있는데 이를 번역하여 소개한다.

 

『지이산(智異山)은 고서(古書)에 혹은 지리산(地利山)이라 했는데, 내가 항상 지이(智異)라고 명명(命名)한 것을 의심해 왔었다. 15년 전에 영원사(靈源寺)의 환명노인(幻明老人) 처소에서 한 고서(古書)를 보았는데 이름하여 가로되 조산명산보살주처기(朝鮮名山菩薩住處記)이다. 그 가운데 이르기를 지리산은 문수보살(文殊菩薩)이 팔만 권속으로 더불어 항상 머무시며 설법하신다. 운운(云云) 하였다. 나는 이에서 여러 해를 두고 의심했던 것을 일시에 떨쳐버렸으며 지이(智異)라고 일컬은 것을 황연히 깨달았다.

 

이 산은 모두 이 문수(文殊)의 일신(一身)이다. 현금의 제방에서 행하는 예참(禮懺)에 모두 일컫기를 오봉 성주 칠불조사 대지문수사리보살(五峰聖主 七佛祖師 大智文殊師利菩薩)이라 한다.

 

화엄소(華嚴疏)에 이르기를 문수(文殊)는 오로지 반야(般若)를 주관하신다라고 하셨으며, 육조(六祖)의 금강경서(金剛經序)에 이르기를 반야(般若)는 머뭄이 없음[無住]으로써 체(體)를 삼고, 妙有로써 용(用)을 삼는다 하셨으며, 또 고서(古書)에 이르되 반야(般若)는 제불의 어머니다[諸佛之母]다 하였으며, 또 우두산(牛頭山)은 무착문희선사(無着文喜禪師)는 오대산(五臺山)에 들어가 문수를 친견하고 게송을 지어 찬탄해 가로되

 

확주사계성가람(廓周沙界聖伽藍)

만목문수접화담(滿目文殊接話談)

언하부지개활안(言下不知開活眼)

회두지견구산암(回頭只見舊山巖)

 

온누리에 두루한 성스러운 가람이여

눈에 가득히 문수와 접하여 대화하도다

말 아래 산 눈 열 줄은 알지 못하고

머리 돌려 옛 산과 바위만 바라보누나

 

운운하셨다. 또 덕산선감(德山宣鑑)선사는 떡 먹는 노파를 만나서 삼세(三世)의 마음을 모두 얻을 수 없으니 어느 마음에 점 치겠소?하는 말 아래 들 바를 알지 못하였는데, 그 노파는 문수의 화신(化身)이다 운운 하였다.

 

위의 여러 설을 의거하여 현금(現今)의 지리산 여러 가지 명칭과 대조해 보건대 아주 딱 들어맞으므로 여기 아래에 낱낱이 달리 배열하겠다.

 

이 산을 모두 지이(智異)라 일컫는다고 이른 것은 위에 말한 대지문수사리의(大智文殊師利)의 여섯 자 가운데서 지리(智利)의 두 글자를 따서 이름한 것이니, 그 뜻인즉 이 산은 문수대성이 항상 머무시는 처소인 까닭이다.

 

그러므로 지리(智利)가 바른 이름이거늘 요즘 지이(智異)라고 이른 것은 뒷사람이 음(音)이 같은 것을 취하여 고친 것인 바, 윗글자는 옳고 아랫글자는 그르다. 고서(古書)에 지리(地利)라고 이른 것은 아랫글자는 옳고 윗글자는 그르나니, 윗글자는 요즈음의 이름을 취했고 아랫글자는 옛이름를 취한 것이라 바른 이름에 합당하여 그릇됨이 없도다

 

지리산 대화엄사(智異山 大華嚴寺) 동쪽 20리에 반야봉(般若峰)이 있나니 위에서 이르기를 문수(文殊)는 오로지 반야(般若)를 주관하는 까닭이다 하였으며, 반야봉 상(般若峰 上)에 상불묘(上佛墓) 하불묘(下佛墓)의 두 석총(石塚:돌무덤)이 있는데 경암집(鏡巖集)에 이르기를 도선국사(道詵國師)께서 두 철불(鐵佛)을 매장하여 달리는 맥을[走脈]을 진정시켰다 운운하였다. 어리석은 내 소견으로 요량하건데 혹은 불모(佛母)의 그릇 전함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위에서 이르기를 반야(般若)는 제불(諸佛)의 어머니다라고 한 까닭이다.

 

반야봉 아래에 묘황대(妙皇臺)가 있고 반야봉에서 서로 바라보는 곳에 무주암(無住庵)이 있나니 위에서 이르기를 반야는 무주(無住)로써 체(體)를 삼고 묘유(妙有)로써 용(用)을 삼는다고 한 까닭이다.

 

반야봉 서쪽에 길상봉(吉祥峰)이 있나니 문수(文殊)는 여기에서 묘길상(妙吉祥)이라 이른 까닭이다. 길상(吉祥)을 또한 노구봉(老軀峰)이라 일컫는데 문수가 혹은 노파의 몸을 나투시는 까닭이다.

 

-[계속]